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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희대의 살인마, 하지만…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은 실제로 존재한다. 바비 조 롱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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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는 17세의 고등학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특히 연상의 여성들이 쉽게 빠져드는 훈남이다. 하지만 재스퍼는 보통 고등학생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아버지가 보통사람이 아니다. 재스퍼의 아버지 빌리 덴트는 무려 세 자릿수의 희생자를 기록한 연쇄살인마다. 어머니는 생사도 모른 채 실종되었고, 아버지는 4년 전에 체포되어 감옥에 있다. 정말로 끔찍한 가족사다.

『트와일라잇』이 소설에 이어 영화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후, ‘영 어덜트’ 시장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소비자를 연령별로 세분화했을 때 원래의 ‘영 어덜트’는 22세에서 25세까지를 칭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학에서의 ‘영 어덜트’는 아래로는 하이틴, 위로는 30대 초반 독자까지 확장된다. 어른을 지향하는 10대부터, 여전히 사춘기적 감성을 소유한 어른까지라고나 할까. 영화로 비유하면, ‘키덜트’라고 불린 세대를 끌어들인 80년대의 블록버스터 전략과도 흡사하다.







달콤한 연애와 직장 생활을 그린 칙 릿과 어반 판타지의 결합이라고 할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라는 전통적인 ‘괴물’을 가장 로맨틱한 영웅으로 변모시켰다. 10대의 아웃사이더적인 감수성과 일탈 욕구의 반영이었다. 이후 ‘영 어덜트’는 신과 천사부터 좀비까지 모두 포용하는 관대함을 보였다. 그리고 가혹한 생존투쟁과 저항정신을 보여주는 『헝거 게임』이나 세대 간의 갈등을 SF적 상상력으로 묘사하는 『스타터스』 같은 사려 깊은 작품들도 등장했다.

영 어덜트는, 기존 작품은 물론 수많은 문화 원형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채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뱀파이어, 늑대인간, 좀비, 슈퍼히어로, 외계인, 데미갓, 천사, 악마 등등 온갖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배리 리가의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의 주인공 재스퍼 같은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재스퍼는 17세의 고등학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특히 연상의 여성들이 쉽게 빠져드는 훈남이다. 하지만 재스퍼는 보통 고등학생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아버지가 보통사람이 아니다. 재스퍼의 아버지 빌리 덴트는 무려 세 자릿수의 희생자를 기록한 연쇄살인마다. 어머니는 생사도 모른 채 실종되었고, 아버지는 4년 전에 체포되어 감옥에 있다. 정말로 끔찍한 가족사다.

그것만이 아니다. 단지 배경, 가족사만이라면 그나마 낫다. 재스퍼는 어린 시절, 7살 때부터 아버지의 ‘살인’ 교육을 받아왔다. 사람을 어떻게 유혹하는지,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 등등을 모두 배웠다. 물론 칼질을 어떻게 하는지도. 아버지가 공들여 모아놓은 기념품들을 모두 기억하고, 때로 아버지의 범행을 지켜보고, 원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아버지가 체포된 13살 때까지. 평범한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교육을 받은 재스퍼는, 그들과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이 되었다. 그것을 트라우마라고 불러도 좋다. 혹은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를 수도 있다. 정확한 용어가 무엇이든, 그것이 17살의 재스퍼를 규정하고 있다. 살인자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소년으로서.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은 실제로 존재한다. 바비 조 롱을 잊지 말자.


재스퍼는 날마다 이 말을 되뇌인다. 바비 조 롱은 자신이 납치한 여성 희생자를 풀어줬다. 그녀가 도망쳐서 신고하고, 자신이 잡힐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비는 붙잡히고 싶었던 것이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자신을 알기에, 누군가 자신을 멈춰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재스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이 타인과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안다. 끔찍한 고통을 당했을 시체를 보고도, 흉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칼질을 당했는지를 먼저 떠올린다. 연민보다는 분석이 앞선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를 어떤 말과 표정, 행동으로 현혹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나의 말 한마디에 넘어오게 할 수 있다. 7살 때부터 배운 게 그거였으니까.

재스퍼는,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중요하다’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않고, 연인인 코니와 친구인 하위를 생각하는 마음이 영원하다면 결코 자신이 살인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재스퍼는, 모든 것으로부터 거리를 둔 아웃사이더다.

내재된 악마와 싸우고 있었고,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과 능력을 두려워하고 있기는 했지만, 재즈가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 그의 성장과정이 어땠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는 재스퍼 덴트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다. 이 책에서는 직접 살인자를 사냥하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만화 스토리 작가이기도 했던 배리 리가는, 영 어덜트물의 최근 경향을 잘 알고 있다. 1권에서는 발단으로도 충분하다. 1권에서 필요한 것은, 재스퍼 덴트가 어떤 인물인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재스퍼는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들의 시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재스퍼는 계속해서 실수를 거듭하고, 하지만 전진한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재스퍼 덴트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리는 것이다. 나도 아버지처럼 되는 것일까? 아버지가 자신을 여전히 옭아매고, 미래까지 조종한다는 생각에서 재스퍼는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는 바로 그 이야기, 재스퍼 덴트가 홀로 서는 ‘자립’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도 아버지처럼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위치를 살인자가 아니라 살인자를 사냥하는 자로 역전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재스퍼가 성인이 되는 첫 걸음이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지식들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일 거야.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지.


살인자를 사냥하는 자, 라면 덱스터가 떠오른다.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등 소설과 드라마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덱스터는, 어린 시절 사이코패스의 징후를 보인 후 경찰이었던 아버지에게 살인마를 사냥하는 방법을 배운다. 재스퍼는 반대로 살인자의 교육을 받았지만, 살인자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방법까지 알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덱스터 시리즈는 어른의 이야기이고, 덱스터가 사회에서 좌충우돌하며 보통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을 배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재스퍼 시리즈는 그보다 가볍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 같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는 미국 범죄 드라마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보는 기분이 든다. 중심 캐릭터들을 보여주고, 기본적인 설정을 통해 미래의 사건들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보여주는 것.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는 보통의 범죄소설과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그걸 ‘만화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전형적인 영 어덜트 물이라고도. 대단히 심각하게 전개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런 지점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그보다는 미국 드라마처럼, 거대한 악의 조직 같은 것들을 슬쩍 보여주고 주인공이 그들을 쫓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살인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소년의 자기 번민이 중심인 것 같다가, 책을 덮고 나면 이 소년이 앞으로 어떤 ‘살인자’들과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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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배리 리가 저/권도희 역 | 랜덤하우스코리아

유명 YA(Young Adult) 소설 작가 배리 리가의 첫 스릴러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10대 주인공인 '재스퍼 덴트'는 살인자를 사냥하는 희대의 살인마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123명을 갖가지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희대의 살인마였다. 그런 사람을 아버지로 둔 그는 어릴 적부터 살인의 기술과 살인자의 심리까지 전수받은 '잠재적 살인자'로 살아가야만 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마을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감각 등을 이용해 살인자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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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영화평론가. 현 <에이코믹스> 편집장. <씨네21> <한겨레> 기자, 컬처 매거진 <브뤼트>의 편집장을 지냈고 영화, 장르소설, 만화, 대중문화, 일본문화 등에 대한 글을 다양하게 쓴다.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전방위 글쓰기』 『영화리뷰쓰기』 『공상이상 직업의 세계』 등을 썼고, 공저로는 <좀비사전』 『시네마 수학』 등이 있다. 『자퇴 매뉴얼』 『한국스릴러문학단편선』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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