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영국에서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실력파 소울 여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에 이어 ‘27클럽’에 안타깝게도 들어갔는데요. 오늘은 그래미 5관왕의 영예를 안긴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두 번째 앨범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될 2006년 음반 < Babk to Black >을 소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 < Back To Black >(2006)
영국 평단에서 호평 일색인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는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무명에 가깝다. 2003년 데뷔 음반
< Frank >로 이보 노벨르를 수상했고, 2006년에는 이 음반
< Babk to Black >으로 모조에서 올해의 음반 7위에 올랐지만, 영국 이외의 언론에서는 그녀를 잘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 주류 팝 음악의 흥행을 결정하는 빌보드 차트에서 부진하니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없다. 올해에도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브릿 어워드 여성 솔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지만, 그래도 이로 인한 큰 만회는 없을 것 같다.
에이미의 음악이 이처럼 슈퍼 스타급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그녀에겐 여성 가수에게 늘 기대되곤 하는 ‘상큼함’이 부족하다. 얼마 전 영국 싱글 차트에서 선전한 첫 싱글 「Rehab」만해도 그녀의 노래엔 ‘몬스터’ 같은 우락부락한 장난기가 가득 차곤 한다. 노라 존스(Norah Jones), 릴리 알렌(Lily Allen) 같은 가수들이 ‘꿈꾸는 듯’ 혹은 ‘귀엽게’ 노래하는 사이에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아주 걸쭉하고 되바라지게 노래한다.
목소리에 여신과 모성의 이미지라곤 전혀 없는 그녀는 게다가 사고뭉치다. 첫 싱글 「Rehab」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술에 빠진 자신을 갱생시설로 보내려는 소속사에게
“No~ No~ No~"라고 취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노래다. 음반 전체에 흐르는 슬픔과 쓰라림도 어쩐지 취기가 오른 우울함과 닮았다. 블루스(Blues) 음악에 흔히 등장하는 ‘빅 마마’ 컨셉이 생각나기도 하고, 멤피스 슬림(Memphis Slim)의 ‘Beer drinking woman’이 생각나기도 한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성격상 ‘예쁜 짓’을 할 위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비호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음반
< Babk to Black >은 발표한 뒤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국 음반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싱글 「Rehab」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중위권 이상을 유지했다. 이런 롱런은 그녀의 음악이 정말 재밌고, 또 좋다는 것을 말해준다.
< Babk to Black >에 대중성과 작품성이 고루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녀의 비호감 요소는 오히려 음악을 듣는 묘한 ‘맛’이 되어 중독적인 매력을 갖게 한다. 불량한 로커의 기질을 가진데다가, 목소리도 꼭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사라 본(Sarah Vaughn), 메이시 그레이(Macy Gray)의 음악처럼 독특한 향기가 배어 있다. 음악은 적당히 ‘쓴 맛’이 있어야 오래 들을 수 있다는 지극히 매니아적인 요구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흑인 음악, 특히 소울(Soul)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매력이다.
소울을 많이 취한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한 편으로는 재즈(Jazz) 색깔이 강하다. 그녀의 외가 삼촌들은 모두 전문 재즈 뮤지션이었다고 한다. 음반 곳곳에 큰 스케일의 스트링, 경쾌한 브라스가 잦게 등장하는 것만 보아도 소울만큼이나 재즈가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느리고, 진하고, 화려한 스케일을 가진 보컬 위주의 음악이란 점도 스탠더드와 상통한다. 에타 제임스(Etta James), 혹은 메이시 그레이가 사라 본 시절의 노래를 부른다고 상상하면 대강 들어맞을 것이다.
이 음반을 가장 빛내는 곡은 이미 여러 번 언급한 「Rehab」이다. 가사에 진한 블루스적 유머가 묻어 있는 것에 더해서 이 노래는 대중성과 좋은 세션 연주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전작인
< Frank >에 비해서 모타운(Motown) 색깔을 훨씬 강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소울 ‘팝송’으로서의 면모가 확연히 강해졌지만, 브라스, 건반, 스트링, 코러스의 탁월한 보조는 이런 가벼운 느낌에 고급스럽고, 풍성한 양질의 완성도를 더했다. 재밌게 들을 수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감탄도 하게 만드는 노래다. 2006년 ‘올해의 싱글’로서 손색이 없다.
「I’m no good」는 힙합에 가까울 만큼 강하고 둔중한 비트가 울려 경쾌한 가운데, 꼭 랩을 하듯이 리듬 안을 움직이는 에이미의 보컬이 참 맛깔스런 노래다. 특히, 이 곡은 브라스의 추임새가 참 중독적이다. 점점 그 비중이 커지다가 후반부에 하이라이트로 발전할 때는 진짜 멋지다. 그 부분 하나를 듣기 위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만든다.
「Back to black」은 큰 스케일의 감정적 파워를 가졌고, 「Love is a losing game」은 꼭 존 레전드(John Legend)의 「Save room」을 듣는 것처럼 절제되고 단출한 보컬, 편곡이 인상적이다. 소울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뿌연 기타 연주도 발군의 매력이다.
음반의 질감과 감촉도 소울의 전성기로 돌아간 복고 분위기, 몽롱하고 취한 것 같은 포근한 앰비언트 느낌이 짙다. 이런 사운드는 에이미의 목소리를 훨씬 ‘아련하게’ 만들어 감성적인 호소력을 배로 강화시켰고, 새천년의 복고 유행에도 뒤떨어지지 않게 만들었다.
< Babk to Black >은 여러 모로 영특한 장치들이 많다.
소울의 역사에 한 획을 긋거나, 2000년대를 대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몇몇 곡들은 정말 뛰어난 앨범이다. 그 곡들의 파워가 대단해서 앨범의 나머지 미흡한 부분을 메워주기에 충분하다. 항상‘좋은’ 곡에 목말라 있는 청취 층에게는 만족스런 갈증 해소를 안겨줄 음반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추모전 바로 가기☞제공: I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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