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데뷔와 동시에 독특한 사운드로 인디씬의 유망주로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검정치마가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데뷔작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이번 새 앨범은 리더 조휴일의 자전적인 면모를 한껏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기하, 십센치, 오지은 등 요즘 뜨고 있는 인디 가수들의 노래들을 리믹스한 엠디에스의 유니크한 앨범도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클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엘엠에프에이오의 신보도 소개합니다.
검정치마 <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데뷔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호사가들은 밋밋하고 평이한 결과물이라고 몰아붙일지도 모르겠다. 매혹적인 뿅뿅거림과 중독적인 멜로디는 로파이(Lo-Fi)한 어쿠스틱과 함께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놀랍도록 분방했던 4차원의 가사들도 ‘힐난’과 여전히 벌어져 있는 ‘상처’로 한 톤 다운된다. 2집에 대한 혹독한 부담에 대한 답은 ‘깜짝쇼’가 아닌 조휴일의 ‘속내’였다.
좋은 일만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싶었지만
배신으로 물든 갑판 닦아 줄 수 있는 믿을만한 선원도
하나 없이 홀로 물을 가르네 슬퍼라
배가 떠난 부둣가에 빌어먹을 선원의 노래
발만 겨우 담가 놓고 모험담이 끊이지 않네
나를 팔아먹은 사람들을 기억하기엔 내 갈 길이 멀어서
두 번 다신 돌아보지 않으리 슬퍼라-「이별노래」중에서
믿을만한 선원 하나 없어 슬프지만 셔플리듬으로 시동을 건 배는 두터운 코러스의 벽을 만들며 힘차게 항해를 시작한다. 신인에게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과 소속사와의 결별 등의 여러 정황속에서 그의 혼란과 좌절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짓말’, ‘열번도 속아줄테니’ 등의 단도직입적인 단어는「무임승차」,「외아들」,「아침식사」등에도 계속 응어리로 맺혀있다. 미국에서 건너온 이방인의 시선은 좁게는 음악판 넓게는 대한민국의 뒤틀린 단면을 정확히 조준해, 독설에 가까운 따가운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Love shine」,「International love song」,「젊은 우리 사랑」에는 컨트리(Country)풍의 리듬과 패턴이 더해졌다. 안타깝게도 이 장르는 헤비메탈과 랩의 요람속에서 자란 1980년대 이후의 한국 감성과는 이질적이라는 취약점을 가진다. C-Am-Dm-G의 쉬운 코드 진행은 친숙하지만 곡들을 비슷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전작에서 돋보였던 싸비나 화려한 연주를 찾기 힘든 것도 ‘어딘가 허하다’고 느껴지는 결정적 이유다.
이에 비해 속도감 있는 「무임승차」, 가사에 뼈가 있는 로큰롤 「외아들」, 트로트 고고가 연상되는「날씨」는 명징하고 선명하게 들린다. 1집과 가장 유사한 ‘복고풍’ 무드와 점성도 높은 ‘찰기’의 성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작과의 차이가 있다면 국적을 넘나들던 코스모폴리탄적인 성향이 희석되고 오히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색과 가까워졌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개로 빗대어 19세 딱지가 붙은「강아지」, 홍대 동네 수퍼 로큰롤 스타라며 인디밴드의 단면을 풍자했던「아방가르드 킴(Avant Garde Kim)」 같은 짜릿한 문제작도 여전하다. 「음악하는 여자」에서는 누구라고 콕 집을 순 없지만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상대에게 ‘음악하는 여자는 징그러’ 라며 도발을 건다. 거기에 ‘밤’과 ‘방’을 주무대로 한 「기사도」는 일찌감치 외설 논란에 불을 붙였다.
힘차게 항해를 떠난 배는 어쩐 일인지 해일에 먹히기 직전이고, 결국 앨범의 마지막 장에는 허우적거리는 손만 둥둥 떠있다. 사람과의 ‘관계’라는 암초에 부딪혀 심해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그는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걱정하지마 자기야 (물에 빠진 게 아니라) 그저 수영하고 있을 뿐이야!” 소포모어 앨범은 한국과 미국의 사이, 사람과 사람 복판에 존재하는 ‘바다’에서 겪은 심정을 참담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담았다. 그의 말처럼 이 음반은 검정치마 2집이라기 보다는 조휴일의 독백, 독집에 가깝다. 모질고 씁쓸한 한국음악판상륙기 말이다.
글 / 김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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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에스(MDS) < I Am The Remix >(2011)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리믹스곡들을 모은 앨범이 아주 희귀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원곡을 부른 가수나 오리지널 작품을 만든 프로듀서에 의해 재생산되는 경우가 다수였던 반면에 이 음반은 전문 디제이, 프로듀서의 주도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느껴진다. 반가움과 약간의 흥분이 함께 든다.
듣는 이들은 그다음으로 신선함을 맛볼 것이다. 불나방 스타 쏘세지 클럽의 「석봉아」를 비롯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10cm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텔레파시(Telepathy)의「I can't control」등 여러 인디 뮤지션의 개성 있는 노래들이 일렉트로니카 스타일로 새롭게 윤색돼 흐르기 때문이다. 리믹스의 가장 원초적인 재미, 원곡과는 다른 모양새의 편곡이 즐거움을 제공한다.
앨범이 전하는 흥분은 거기에서 그친다. 오지은의 「Love song」, 푸디토리움(Pudditorium)의 「재회」같은 템포가 느린 곡들을 제외한 대부분 노래가 편차가 크지 않은 포맷으로 나타나 무료함을 안긴다. 원래의 작품과 리믹스곡 사이의 변화는 감지할 수 있어도 이 앨범 안에서의 흐름으로는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다. 두세 편만 들어도 나머지 노래들의 구성을 짐작하게 하는 비슷함 탓에 몰입이 덜 될 수밖에 없다.
화려한 전자음을 앞세우면서도 소리의 예스러운 질감을 확보하고 원본의 멜로디를 최대한 보존하는 리듬과 루프의 강조를 보여 줬으나 다양한 형식에 대한 과감한 시도의 부족이 아쉽기만 하다. 이로 인해 기획과 하나하나의 리믹스 작품이 특별함에도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리믹스의 감흥을 팽창시키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각 수록곡들에 도드라지는 개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 / 한동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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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엠에프에이오(LMFAO) < Sorry For Party Rocking >(2011)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인가. 모타운의 아버지 베리 고디 주니어(Berry Gordy Jr.)의 아들 스테판 켄달 고디(Stefan Kendal Gordy, a.k.a. Redfoo)와 손자 스카일러 허스튼 고디(Skyler Husten Gordy a.k.a. SkyBlu)는 특유의 트렌드 감각으로 대중적인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번 앨범의 첫 싱글이 「Party rock anthem」은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싱글 차트를 쓰나미처럼 휩쓸었고, 우리나라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도 자주 들리는 팝 댄스곡 중에 하나가 되었다.
이번 앨범은 이들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각인시킨 「Shots」만큼 강력한 후크로 도발하지는 않는다. 단순하게 찍은 정박 비트는 무성의한 느낌마저 든다. 대신 귀에 붙는 멜로디를 메움으로써 팝 적인 요소를 보완했다. 목소리에 적당한 변형을 가했지만 여성 보컬진이 지분을 넓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One day」의 경우에는 직접 노래를 주도하기도 한다.
음악의 스타일을 규정짓는다고 한다면 완전한 힙합도 아니고, 완전한 일렉트로니카도 아니다.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가 피쳐링한 「Take it to the hole」이 그나마 랩의 비중이 높은 경우이고, 전반적인 곡들이 신시사이저와 드럼 머신 등 전자 장비의 손을 빌려 만들어졌지만 팝 적인 멜로디까지 결여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자기네들 음악은 두 장르가 결합한 일렉트로-합(Eletro-Hop)도 아니라고 한다. 말 그대로 파티 록(Party Rock)이다.
즉 가사에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거나, 에미넴(Eminem)이나 릴 웨인(Lil Wayne) 수준의 치밀한 라임을 기대하지 말지어다. 즐기자는 콘셉트의 앨범을 짐짓 심각하게 인상 찌푸리면서 감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애초에 목표가 파티 장에 쓸 만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완벽한 성공이다. 내일 아침에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숙취로 고생하겠지만 일단 오늘 밤은 질펀하게 놀고 보는 것이다. 베리 고디 주니어가 주류에서 성공하기 위해 KISS 원칙(Keep It Simple & Stupid)을 내세웠다면, 선구자의 적자들은 내세운 전략은 KIDD 원칙(Keep it Dirty & Danceable)이 아닐까.
글 / 홍혁의 (
[email protected])
제공: IZM
(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