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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20대 청춘은 신이 준 선물이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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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란 상당히 묘한 시기인 듯하다. 그것은 인생 전체에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이상한 시기 같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나 죽도록 방황하는 시기,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청춘, 더 많이 넘어지고 깨져라!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인생이란, 흐느낌과 훌쩍거림, 그리고 미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에서 훌쩍거릴 때가 가장 많다.

그렇다. 굳이 이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산다는 것이 발랄한 시트콤이라기보다는 진지한 다큐멘터리 같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생은 숱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개는 올라가기 힘든 오르막길인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일생 동안 천 번 넘어진다고 했던가? 그중에서도 우리의 무릎이 가장 많이 깨지는 시기는 아마도 젊은 시절일 것이다.

젊음이란 상당히 묘한 시기인 듯하다. 그것은 인생 전체에 융화되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이상한 시기 같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나 죽도록 방황하는 시기,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시기. 소설가 김연수가 표현했듯이 ‘스물넷에서 서른두 살까지는 인생의 정거장과 같은 나이’다.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가 그 빛이 아직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느닷없이 떠나 버리는, 그런 시기이다.

일본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청춘표류』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방황하고 울부짖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11명의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청춘과 삶, 방황과 좌절, 그리고 꿈을 찾기까지 흘린 땀방울을 감동적으로 그려 냈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청춘이 힘겨운 것이 비단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인 1988년에 출간되었는데, 이 역시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청춘이 힘든 것은 비단 지금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고통이라는 사실들 때문이다.

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청춘은 세월이 흘러 그 시기를 벗어나 봐야, 그때가 바로 자신의 청춘이었음을 깨닫는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청춘의 한가운데에 서서 ‘음, 이게 바로 청춘이지’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천박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과연 이것이 청춘인가를 느껴 볼 겨를도 없이 온 힘을 다해 열중하고 있는 동안 청춘은 지나가고 있다.
나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청춘이 끝나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 그때가 ‘내 방황이 이젠 끝났구나’ 하고 알아차린 시기이다. 시간을 따져 물어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청춘이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모색하는 시간이 청춘의 시간인 것이다.


실패와 부끄러움이 없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대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청춘이라면 청춘은 마땅히 방황하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물음을 안고 사는 시기에 방황도 좌절도 일어나기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노력 없이 무언가를 거저 얻으려는 오만일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최대한 충실하여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고자 한다면 더 많이 깨지고 넘어져 봐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이 부끄러워야 하고, 더 많이 실패해야 한다.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삶, 그래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 그렇게 포장된 도로만을 흔들림 없이 달리며 똑같은 풍경만 바라보는 삶. 그런 흑백 무성 영화 같은 삶을 원하는가?

나 자신도 무모하게 살았다. (…) 망설임과 방황의 시간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많았다. (…) 이제까지의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진 적이 두 번 있으며, 언제 돌아갈지도 모를 여행길을 나선 적도 두 번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여행지에서 병을 얻어, 돈도 떨어지고 치료할 방법도 없기에, 싸구려 여인숙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만큼은 안 되겠구나.’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조차 후회하지는 않았다. (…)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

지인 중? 20대의 절반을 길 위에서 보낸 사람이 있다. 그는 왕복 비행기 티켓과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경비만 가지고 전 세계를 떠돌았다. 그는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배고픔을 참으며 걷고 또 걸었다. 그 숱한 이국의 골목에서 그가 정확히 무엇을 느끼고 찾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얼마나 울고, 얼마나 미소 지었는지도 잘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청춘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긴 방황의 순간을 눈물이 나도록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나머지 20대 절반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보냈다. 인턴, 봉사 활동, 해외 취업, 외국어 공부, 연애, 독서 공모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든 할 수 없든 그저 모든 것을 저질러 보면서 20대의 절반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제대로 이룬 일보다 실패한 일이 더 많았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성공의 가능성에는 모든 실패의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청춘을 ‘제대로’ 사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당신은 어디까지, 어느 만큼이나 무모해져 보았는가?

사는 것이 힘들다고?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먼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나는 어디까지 무모해져 보았는가? 나는 나를 찾기 위해 얼마나 간절한 노력을 기울여 보았는가? 도대체 몇 번이나 실패해 보았기에 자신의 가능성을 함부로 재단하려 하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아마도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모든 경력을 다 포기하고 두 번이나 직업을 바꾼 적도 없을 것이며, 나를 찾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여행을 떠난 적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안정된 울타리에서 매일 똑같은 생활만을 반복하며 ‘내 청춘은 왜 이리도 미완성일까?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를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넘어지지도 않고 저질러 보지도 않으며 무엇인가에 미쳐 본 적도 없는 젊음이란 어쩐지 사우나에서 속옷 입기를 깜빡하고 나온 것처럼 허전하고 허무할 것 같다. 사랑이든 음악이든 공부든, 모든 이해관계(과연 내가 하고 있는 이 짓이 남는 장사일까?)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내던져서 불태울 수 있다는 것이 젊음의 가장 큰 특권이니까.

우리의 청춘은 생각보다 짧다. 계획들로 무성한 연초의 수첩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처럼 어느 날 문득, 밤을 새우고 놀아도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청춘이 어느새 먼발치에 물러나 있음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청춘아, 더 미쳐라! 더 깨지고 더 넘어져라. 자신을 활짝 펴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 상처받기를 두려워하기보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며 미친 듯한 사랑도 해보고, 하루에 한 끼만 먹을 각오로 돈 한 푼 없이 여행길에도 나서 보라. 아주 아주 긴 시간이 흘러서도 청춘의 시절만 떠올리면 열정이 샘솟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미소가 번지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런 청춘을 만들어라!

자전거 선수를 꿈꾸었으나 갑작스런 사고로 꿈을 포기하고 그 대신 최고의 자전거 기술자가 되기로 결심한 나가사와 요시아키는 어느 날 연고도 없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날 결심을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자전거 기술은 이탈리아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는 이리저리 재고 타협하고 망설이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오로지 이탈리아에 도착한 뒤 살아남을 일만 고민했다.

일단 가보자고 결심했죠. 목적지는 없었지만 가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선 가서 닥치는 대로 시험해보겠다는 생각이었죠. 부딪쳐보고 깨지겠다는 거였어요.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믿거든요. 얼핏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어딘가에 길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품고 지금까지 걸어온 것 같아요.


사진출처: www.flickr.com

진정한 청춘은 자기 삶의 지도를 직접 그린다

『청춘표류』의 ‘진정한’ 청춘들은 그저 세월이 가는 대로 질질 끌려서 살아가는 삶을 그만두고 자신이 스스로 살아갈 길의 지도를 직접 그렸다. 지도를 만드는 동안은 ‘태평양 한가운데 고무보트를 탄 채 내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청춘의 방황과 실패보다 그들에게 더 두려웠던 것은 인생이 정해진 궤도만을 돌다가 끝나 버리는 것이었다. 그 두려움으로 그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유흥가를 쏘다니며 웨이터 생활을 하던 다사키 신야는 프랑스 유학파 소믈리에로 변신했는가 하면, 요리사가 되고 싶은 사이스 마사오는 3년 내내 접시와 냄비만 닦는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 또 중학교를 겨우 마치고 글도 못 읽고 셈도 못하던 모리야스 츠네요시는 자기 분야의 전문 서적을 낸 작가로 탈바꿈했는가 하면, 도미타 준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까지 수많은 일들을 죽을힘을 다해 파고드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은 출발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넘어지고 깨지는 아픔을 아픔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그 과정을 진정한 성장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스타인벡의 말처럼 인간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도 발을 뻗어 전진하는 존재들이다. 청춘의 방황과 실패는 일시적이지만 그로 인한 성장은 영원히 지속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꺼이 생산적인 방황을 할 것!

젊은 시절 방황한 사람이 어디 『청춘표류』의 11명뿐이겠는가. 방황하며 청춘을 보낸 사람을 찾는 것보다 무사히 청춘을 보낸 사람을 찾는 편이 훨씬 어려울 것 같다. 젊음이란 어쩐지 네 다리가 모두 삐거덕거리는 의자처럼 위태위태한 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니체는 청춘에 대해 ‘젊음에게는 젊음 자체로의 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니 그것만으로 만족해도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글쎄, 20대의 하루가 아무리 돈으로 따져서 몇천만 원이면 뭐 하나. 우리들의 청춘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이렇게도 울퉁불퉁한 것을.

나 역시 그랬다. 특히 20대 초반의 내 모습은 위태위태하다 못해 아슬아슬하기까지 했다. 세상은 또 왜 그리 마음에 안 들었는지, 지금에 와 돌이켜 보니 조금 우스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 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현재를 벗어나는 것, 지금의 나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유별났던 것 같다. 언젠가는 속세를 벗어나 수녀가 되려고 적당한 수녀원을 물색(?)하러 다닌 적도 있었고, 유서 몇 장을 그럴 듯하게 작성해 가슴에 품고 다닌 적도 있었다.

물론 그때보다 아주, 아주 조금 철이 든 지금은 알고 있다. 방황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세상에는 나를 좀 더 성장시키는 생산적인 방황이 있는가 하면, 시간 낭비일 뿐인 소모적인 방황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과연 젊은 시절의 방황을 무조건 소모적인 방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 시간에 영어 단어 몇 개, 고사성어 몇 개를 외워도 더 외웠겠지만 스스로 선택한 방황 가운데서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깨우치기도 한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유성처럼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최선의 삶은 무엇일까? 의미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진짜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때는 왜 몰랐을까. 이 세상 8할의 사람들이 젊은 시절, 특히나 20대에 그토록 위태롭다는 것을. 그땐 나만이 유일하게 인생과 앞날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는 ‘깨어 있는 구도자’쯤으로 여겼나 보다. 그런데 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슬픈 외국어』에 실린 다음의 글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스무 살 때는 불안했었다. 아니, 불안 정도가 아니었다. 지금 여기에 하느님이 오셔서 다시 한번 나를 스무 살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신다면, 아마도 나는 “정말 감사하지만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하고 거절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런 시절은 한번으로 족하다.


이십 대는 신이 방황하라고 만들어 놓은 시기다

하루키가 말하는 ‘그런 시절’은 과연 어떤 시절을 의미할까. 누군가 20대는 막막하라고 있는 시절이라고 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있는 나이’라고. 20대란 탱탱한 피부와 뛰어난 체력을 제외하면 ‘번듯이 이루어 놓은 그 무엇’도 없이 컴컴한 터널을 무수히 지나가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20대란 방황하라고 신이 미리 안배해 둔 시간인 것만 같다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내려다보시며 ‘앞으로 80년 남짓을 살다 보면 넘어지고 깨지고 피를 철철 흘리며 홀로 우는 날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미리 예행연습 좀 해봐라’ 하시며 앞으로의 삶에 있을 실패와 방황을 미리 맛보게 하는 시기일 것이라고.

그러나 하루키는 곧이어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실을 조금이라도 배운 것은 20대의 나날쳀었다’고 고백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하루키의 20대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말 그대로 육체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무튼 몸을 움직여 일하면서 매달 필사적으로 빚을 갚아 나가느라 그 밖의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도 못했다. 아니, 생각하려고 해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영양소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노동은 가장 좋은 교사였고, ‘진짜 대학’이었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젊은 시절이 혹독한 육체노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루키의 20대는 도서관에서 고전들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온몸을 부딪쳐 방황하며 세상을 알아 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그것이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자 ‘진짜 배움, 진짜 대학’이 되었다.

사회는 우리에게 방황할 수 있는 젊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땡하고 스무 살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학점 관리, 봉사 활동이나 외국어 성적, 자격증 취득, 인턴 등 각종 사회 활동, 어학연수 등에 매달려야 하며 그 사이에 ‘공백 기간’이란 허용되지 않는다. 쉴 틈 없이 몸과 머리를 놀려 부지런히 몸값을 올려놓고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가야만 대기업에 취직도 할 수 있고 전문직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그런 청춘만이 제대로 된 청춘이며, 철든 청춘이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방황은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신은 현재 방황 중이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건너고 있을 수도 있다. ‘난 아직 젊으니까’라며 당신의 방황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혹시나 인생이 계속 이런 상태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젊음의 끝자락에도 여전히 삶은 미궁이며, 행복이나 사랑은 관념 속에서만 찾고 있고, 용서하는 법도 뉘우치는 법도 분노를 다스리는 법도 깨닫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만약 그렇다면 젊은 시절의 방황은 모두 헛된 것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그것만큼 비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생산적인 방황’은 당신을 쉽게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말처럼 이 세상의 모든 상황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 목적 없이 방황한 하루하루, 육체의 병, 낯선 곳에서의 외로움과 슬픔……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단련시키는 선물인 것이다. 삶에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믿는다.

모든 경험은, 방황과 좌절까지도, 인생에 관한 배움이자 수업이다.

『슬픈 외국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 대학에서 보낸 연구 생활 4년을 중심으로 전 세계를 떠돌며 ‘생산적 방황’을 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다. 우주의 섭리는 눈꺼풀 하나조차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는 하루키는 이 책에서 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사물을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실제로 몸을 움직여서 생각하는 사람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고,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몸을 움직여야 배울 수 있다는 그는 수많은 외국어를 직접 배우며 낯선 곳을 떠돌며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그는 기꺼이 ‘생산적인 방황’을 하며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진실된 언어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방황은 언제쯤 끝이 날까?

나와 아내는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는 낯선 외국 도시에 둘만이 남겨지고 말았다. 서글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할 수 없지, 뭐.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여기저기 흔들흔들 방황하고 있는 거니까, 라고 자위하고 만다. 미국인들이 흔히 말하듯 “더운 것이 싫으면 처음부터 부엌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장소에 내가 있고, 그곳에 새로 시작해 볼만한 생활이 있다는 건 멋진 일이 아닌가. (…) 지치지도 않고 다시 외국에 나올 생각을 한 것은, 일본에서 한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지내는 동안 확실히 나는 그리 젊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아직 그다지 늙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나는 여러 곳을 더 많이 보고 싶었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고, 더 많은 여러 가지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직 그런 일이 가능할 때,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경험을 해두고 싶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방황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고, 더 많은 경?을 해보고 싶은 이상 그는 기꺼이 자신을 ‘생산적인 방황’의 길로 내던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심 그의 방황이 끝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청춘의 방황 앞에서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니체의 한 구절로 대신해 이 글을 끝마치려 한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의 내면에 혼돈을 간직해야 한다. 그래서 그 속에서 춤추는 별을 탄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우리 인간이 이러한 혼돈을 간직하고 있다고 믿는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책에 미친 청춘>은 미다스북스와 함께하며, 매주 화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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