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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레즈비언 김규진의 우당탕탕 모험기 (G. 김규진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42회)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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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해학의 신봉자, 한국 국적 오픈리 유부녀 레즈비언 김규진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0. 07. 02)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결혼 비밀보다는 이 결혼을 지지해주기 위해 아빠가 자신과 동성 커플의 공통점을 찾아서 해줄 말을 열심히 골랐다는 점에 놀랐다. 동성동본 혼인 금지, 호주제와 같이 지켜야만 할 절대적 가치로 보였던 일들이 2,30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별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의 결혼도 30년 뒤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니, 결혼 승낙 발언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말이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김규진 작가님의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서 한 부분을 읽어드렸습니다.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빠에게 예비 신부를 소개하러 나간 자리. 아빠는 그런 딸에게 비밀을 하나 고백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엄마가 동성동본이라는 사실. 외할아버지의 심한 반대로 자신의 본관을 속여 말하기도 했다는 아빠는 딸이 하려는 여자친구와의 결혼이 자신의 결혼과 같이 30년 뒤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두 여성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립니다.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는 동성 결혼 과정을 자세하게 담은 김규진 작가님의 에세이입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규지니어스’ 김규진 작가님을 모셔서 편견에 유쾌한 일침을 날리고, 씩씩하게 작은 승리들을 이루는 멋진 삶을 들어보려고 해요.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인터뷰 – 김규진 편>

오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왠지 작가님은 이런 반응을 예상하셨을 것 같아요. 

김규진: 맞아요.(웃음) 내가 책을 잘 써서, 라는 의미라기보다는요. 독자 후기를 열심히 찾아봤는데 ‘앞으로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책을 기다렸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레즈비언이 실명을 걸고 쓴 레즈비언에 대한 책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지 않았나 싶고요. 그것 때문에 반응도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은: 작년에 작가님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잖아요. 관심 가진 분들 중에는 분명히 출판사 관계자 분들도 있었을 텐데요. 출간 제안도 많이 받으셨죠? 

김규진: 블로그를 개설한 게 작년 8월인데요. 출간 제안을 8월 말에 바로 받았었어요. 사실 최근까지도 굉장히 많은 출간 제안을 받았는데요. 처음엔 부담스러웠죠. 저는 직업 작가가 아닐 뿐더러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옆에 계신 오은 시인 님이 ‘너는 반드시 책을 써야 한다’는 느낌으로 저를 세뇌하셨어요. 제가 권위에 약해서(웃음) ‘아니,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쓴 시인이 나한테 책을 쓰라고 한다고?’ 하면서 나는 책을 써야 하나 보다, 생각했고요. 더구나 지금의 편집자 분을 오은 시인 님이 소개시켜주셔서 팀으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오은: 2019년은 작가님에게 특별히 빽빽했던 해가 아니었나 해요. 결혼식도 했으니 특별하기도 했을 텐데요. 작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김규진: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편은 아니에요. 방학이 끝나면 ‘그렇지, 학교는 원래 다니는 거지’라고 수용하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그래서 2019년 역시 아주 오래 전 같고, 마치 항상 결혼을 한 채였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되짚어 보니까 살면서 제일 많은 도전을 짧은 시간 안에 했던 시기더라고요. 나중에 조카나 자식 혹은 친한 어린이가 생긴다면 이 시기는 좀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은: 지난 5월에는 결혼 1주년을 기념해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기로 하고, 시행에 옮기셨잖아요. 결국 4시간이 걸려 불수리 통보를 받았는데요. 그때 심정이 궁금했어요. 

김규진: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대비를 충분히 해두는 편인데요. 제가 한 대비는 그냥 불수리 되는 것, 혹은 접수는 하지만 안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것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서류 제출조차 하기가 어렵고, 4시간에 걸쳐 법원의 의견까지 들어가며 불수리 의견을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단순히 혼인신고가 수리 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이 일을 처리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미안해지는 경험을 했는데요. 혼인신고가 누군가에게는 미안해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비참했어요. 사실 혼인신고는 즐거운 일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하면서 사람들은 곤란하고, 내가 미안하다니, 이 상황 자체가 비참했어요. 보통 소수자에게 법은 잔인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죠. 

오은: 이제 김규진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노빠꾸 오픈 퀴어. ‘규지니어스’, ‘김천재’라는 닉네임을 쓰는 자기애 충만한 회사원. 대한민국 여자 어린이라면 으레 그렇듯 삼국지 게임을 즐기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부터 레즈비언이었다. 아홉 살 때, 반에 하얗고 예쁜 친구가 있었는데 ‘네가 좋아. 나랑 친구하자’는 편지를 써서 친하게 지낸 기억이 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여자보다는 애니메이션과 아이돌에 더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는 소녀시대를, 대학생 때는 에프엑스를 덕질했다. 천성이 거짓말을 못하고, 성격이 급해서 매도 먼저 맞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발표는 언제나 가장 먼저 하는 편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여자친구가 생기자마자 바로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다. 부모님이 큰 소리를 낼 수 없도록 설날에, 할아버지 댁에서 커밍아웃을 했는데 이때 아빠의 반응은 “일단 자자”였다. 이후 김규진은 약 500번의 커밍아웃을 하며 ‘커밍아웃 능력자’로 거듭난다. 김규진의 이름은 문장 ‘규’, 진압할 ‘진’을 사용하는데, 역시 여자는 진압할 진! 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고, 결혼은 인생의 야망이었다. 내가 선택한 나의 편을 갖고 싶었다. 와이프에게 수시로 사랑한다 말하는 사랑꾼. 한때 데일리 크라잉을 시전하던 울보. 맷집이 강한 편이라 자고, 맛있는 거 먹고, 와이프에게 위로 받으면 금방 나아진다. 오이는 싫어하고, 파인애플 피자는 좋아한다. 회사원 정체성이 크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유비처럼 백성들을 서주에서 구할 수는 없을지라도, 진도처럼 묵묵히 전장에서 할 일을 다 하고 싶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은 싸움을 이겨내고, 승리했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가까운 목표로는 회사에서 배우자 부모의 환갑 경조금 받기가 있다.”

김규진: 전반적으로 느낌이 좀 멧돼지 같네요, 사람이.(웃음) 

오은: 천성이 거짓말을 못하고, 성격이 급하다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이런 면이 커밍아웃에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김규진: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웃음) 우선 너무 답답해요. 여자친구가 있는데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혹은 솔로라고 둘러대는 게 그냥 너무 답답하거든요. 저는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고요. 늘 저 자신을 투명하다고 소개를 하곤 하는데요. 제가 참지를 못해서 프로 커밍아웃러가 된 것 같습니다. 

오은: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이 프러포즈를 할 때 기획서를 작성한 것이었어요. 설득 천재인 거죠.(웃음)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였나요? 

김규진: 기획서를 쓰는 데 익숙한 편이긴 해요. 대학생 때 공모전을 30개 넘게 하기도 했고요. 회사에서도 마케터라 신제품 기획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어필할 때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러포즈에 있어서는 나다운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기획서라고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마침 와이프가 예전 여자친구들은 사귄 지 한 달 만에 결혼하자고 했는데 별로였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내가 이 기회에 계획이 뭔지 보여주겠다(웃음)는 마음이 있었던 거죠. 

오은『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직접 소개해주시는 순서입니다. 

김규진: ‘레즈비언이 행복을 찾는 우당탕탕 모험기’로 정리를 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 ‘레즈비언’ 키워드부터 얘기를 하자면, 가끔 ‘레즈비언을 떠나서’라는 표현을 보게 되거든요. 관용적인 표현이겠지만 저는 레즈비언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레즈비언 당사자가 스스로에 대해 얘기한 책인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행복’은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동성애 콘텐츠를 찾아봤는데 대부분 슬프고, 비극적인 거예요. 그래서 동성애자가 행복에 대해 주도적으로 얘기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모험’을 말하자면, 보편적인 일이 제게는 큰 모험으로 느껴진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어요. 예를 들어 청첩장을 만든다든지 회사에 결혼 휴가 신청을 할 때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옆의 동료들이 “당연히 주겠지”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죠. 그런 세 가지를 조합해서 레즈비언이 행복을 찾는 우당탕탕 모험기라고 정리를 해봤습니다. 

오은: 무엇보다 책 제목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100개 넘는 제목 후보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김규진: 서점 신간 코너에 이 제목의 책이 버젓이 놓인 것만으로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나 알 것 같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제목으로 결정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원래 치열한 회의를 거쳐서 최종 2개로 좁혀졌었어요. 다른 하나는 ‘결혼했지만 미혼입니다’였는데요. 지금 제목이 너무 귀엽고 밝게만 느껴질까봐 조금 고민을 했던 건데 의외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라는 제목만 들어도 뭉클하다, 그 뒤에 얼마나 많은 고생이 있을지 그려진다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좋은 제목이라는 판단이 들었고 결정하게 됐죠. 

오은: 책에 도대체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주셨잖아요. 그림 톤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심각한 상황도 유머러스하게 대하는 게 작가님의 글과도 연결이 되더라고요. 

김규진: 도대체 작가님을 추천한 것 역시 편집자 분이셨는데요. 삽화를 누구에게 요청할지 고민할 때 저는 그냥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편집자님은 연출력이 좋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러고 도대체 작가님을 추천하셨는데요. 작가님의 만화를 보니까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유머러스하고 밝지만 뼈가 있는 연출을 정말 탁월하게 잘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이 제 책의 삽화를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오은: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님이 추천사에서 “이 세심한 기록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라고 하셨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 글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이 ‘세심한 기록’을 남기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김규진: 블로그 소개글이자 작가 소개글이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 왜 아무도 레즈비언으로 잘 사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지 궁금해하다, 그냥 제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인데요. 이 자체가 동기였어요. 결혼을 결심한 후 결혼식도 해야 하고, 신혼여행도 가야 하니까 정보를 찾아보는데 없는 거예요. 레즈비언이 한국에서 어떻게 결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파편적인 기록뿐이거나 거의 없었죠. 그렇다면 내가 이 기록을 최대한 솔직하게 하자, 그러면 내 다음에 결혼할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가 용기를 내야 한다면 내가 하면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오은: ‘나는 대의를 좇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편의를 위해서 사는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시잖아요. 그렇지만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책도 나오면서 옛날과는 다르게 어깨가 무거울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어떤가요, 변함이 없나요? 

김규진: 변함 없어요. 저는 제 편의를 위해 사는 사람이에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하는 면도 있는데요. 대의를 좇다 보면 작은 것들을 놓치거나 대의를 맹목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거든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고요. 저는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회사원이라는 자아를 소중하게 지키고 싶어요. 생활인으로서, 여느 사람으로서 나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려고 해요. 

오은: 결혼 과정에서 여-남, 남-여 관계에서만 해왔던 것들을 여-여, 남-남 관계에서도 할 수 있게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거든요. 그 과정에서도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였는지, 이것들이 선례가 되길 바랐는지, 말이에요. 

김규진: 저는 항상 둘 다예요. 내가 행복하면서 가능하면 세상에 좀 좋은 일을 하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저와 와이프는 취향이 보수적인 사람들이에요. 빌보드 TOP 100 좋아하고, 유행하는 브랜드 좋아하고요.(웃음) 웨딩 역시 전형적인 웨딩을 좋아한 취향이 있죠. 한편으로는 전형적인 것이 퀴어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퀴어 웨딩을 두 차례 가봤고, 간접적으로도 봤는데요. 다 스몰웨딩인 거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어요. 큰 웨딩을 하려면 일단 부모님 하객이 와야 하고, 내가 주변에 커밍아웃을 해야 하고, 결혼식에 쏟는 돈이 회수가 되어야 하니까요. 이런 많은 부분으로 인해 퀴어들은 스몰웨딩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한편으로는 정말 그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대기업의 편견을 깨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대기업 호텔에 가서 동성혼도 괜찮은지 물어본 거고요. 그런데 의외로 너무 흔쾌해서 제가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오은: 작가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오픈리 퀴어의 삶이 의외로 괜찮을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것이 옷장 안에 있는 분들에게는 커다란 용기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김규진: 제가 대학생 때는 아는 레즈비언이 없기도 했거니와 동아리에도 찾아오는 졸업생 선배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이후 나의 삶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선례가 없으니까요. 학교를 벗어난 레즈비언은 어떻게 되는 건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요. 만약 지금의 저와 같이 대학생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보죠. 저 역시 그런 분들에게 용기를 많이 얻었거든요. SNS를 하다 보니까 어떤 분이 40-50대 레즈비언도 집도 사고, 차도 있고, 잘 산다고 올리셨어요. 거기에 저도 왠지 위안에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만 정말로 있는 모습을 보니까요. 큰 힘이 됐어요. 

오은: 지난 6월 14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연대 발언자로 참여하셨어요. 발언을 결심한 이유도 있겠죠? 

김규진: 트위터로 장혜영 의원님이 연대 발언 제안을 하셨어요.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데요. 얼마 전에 했던 인터뷰가 생각나는 거예요. 질문이 ‘단 하나의 법안을 제정할 수 있다면 무엇인가요?’였어요. 거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답을 했거든요. 기자님은 의외라는 듯이 “동성혼이 아니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요?”라고 반문을 하기도 했는데요. 동성혼이 법제화되면 결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세상이 내가 원하는 만큼은 변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도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하지, 결혼은 할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우리 모두 보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선언을 하고 거기에 구속력을 주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인터뷰를 한 상황인데 조금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연대 발언을 거절하는 게 옳은지 생각했고요. 우려와 달리 저 외에도 당적이 없는 연대 발언자 분들이 계셔서 흔쾌히 발언을 하겠다고 했던 거예요. 

오은: 동성 커플 가시화를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신데 요즘의 고민은 뭔가요? 

김규진: 제가 소수자이긴 하지만 다른 면에선 다수자일 수 있잖아요. 일단 저는 한국에 사는 자국민이고, 비장애인이고, 소득이 중위 100% 이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소수자성에 너무 몰두해서 남들을 상처 입히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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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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