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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푸코와 장자를 위한 실험 철학”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 집필 출간한 철학자 김성우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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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성우 교수의 신작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는 동서양 철학의 결합을 시도한 책이다. 2300년의 시차를 두고 있는 두 철학자의 어느 대목에 주목해서일까. 저자의 글을 직접 편집 출간 작업을 했던 편집자가 독자를 대신해 질문을 던졌다. (2018. 01. 11.)

김성우 저자 사진.jpg


 

장자와 푸코의 철학적 기풍은 시간과 문화의 차이에도 서로 만난다. 기존의 규율 사회적인 질서와 상징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소요하며 노니는 경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 는 2300년과 동서양이라는 차이에도 있음에도, 두 철학자의 만남을 기획하면서 시작되었다.

 

푸코의 철학과 장자의 철학은 인문학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인기 있는 철학자들이다. 그들은 특유의 광기와 독설로 지성을 자극하고 문명의 작위성을 비판한다. 문제는 지성을 비웃는 광기의 언어가 더 정교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특히 푸코의 언어는 더더욱 난해하다. 19세기부터 축적된 서양철학의 방법론적인 논의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과 도덕을 비판하는 미친 장자의 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장자의 언어는 우리의 전통에 속한지라 서구적 전통에서 성장한 푸코의 언어보다는 우리에게 더 쉽게 다가온다. 장자를 통해 푸코를 읽는다면 푸코의 현란한 20세기의 서구 언어를 받아들이기가 더 쉽지 않을까?

 

김성우 교수(올인고전학당 연구소장, e시대와철학 편집위원장)가 주목하는 두 철학자의 공통점은 먼저 그들이 삶의 실험철학자였다는 점, 당대의 다양한 학풍을 경험했다는 점, 주체와 구조의 논의를 넘어섰다는 점, 그리고 철학적 에토스(기풍, 스타일)이다.

 

김성우 교수는 먼저 삶의 실험철학자로서 푸코와 장자의 면모를 그려 낸다. 푸코는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고 선언했다. 삶의 실험철학자인 그는 자신의 신분 확인을 거부한다. 굳어진 정체성이란 사회가 자신에게 강요하는 일종의 굴레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사회를 노자는 명名, 즉 이름의 세계라고 부른다. 여기서 이름이란 사회 질서를 상징한다. 이런 이유로 노자와 장자는 무명無名, 즉 이름 없음을 추구한다.


미셸 푸코라는, 굉장히 까다로운 철학자를 들고 독자에게 찾아왔습니다. 게다가 장자의 철학까지 같이 들고 오셨죠. 동서양 철학을 이렇게 결합하거나 비교해 보는 시도는 굉장히 새롭습니다. 먼저, 이렇게 실험적으로 글을 쓰신 계기나 이유가 궁금합니다.

 

1990년대 초반에 동유럽 사회주의 정권이 붕괴되었었죠. 이후에 마르크스와 헤겔의 변증법에 대한 회의가 많이 일었고, 그러면서 포스트모던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철학자가 미셸 푸코였습니다. 푸코는 기존에 철학이 가졌던 중심 주제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광기, 범죄, 성욕 등에 관해 썼습니다. 이 점 때문에 노동 해방과 민족 해방이라는 거대 서사가 효력을 상실한 시대에 푸코의 철학이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푸코의 언어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방법론적 논쟁을 거친 산물이기에 상당히 세련되고 난해합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철학자들도 읽기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장자의 언어도 혜시로 대표되는 명가(名家)의 고도로 논리적인 분석과 논쟁을 거쳤기에 말 그대로 현학적이라고 할 만큼 어렵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어서 쉽게 보이지만 말입니다.

 

다행히도 장자와 푸코는 동일한 철학적 기풍, 즉 에토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철학자의 얼굴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도 그 밑바탕을 이루는 기풍이 같기 때문입니다. 기풍이란 니체가 말한 일종의 스타일과 동의어입니다. 각각의 철학자는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장자와 푸코의 철학적인 기풍은 동일하게도 극단적인 실험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들뢰즈식으로 말하면 둘 다 정주민이 아닌 유목민의 철학자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미셸 푸코라는 철학자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장자의 철학과 함께 읽으면 얼마나 흥미로울 것인지, 선생님의 생각을 들려주십시오.

 

그런데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으려면 먼저 장자 자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의 사상은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장자의 지혜는 소극적인 은둔의 철학이나 비겁한 도피주의가 아니라, 도리어 적극적인 현실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푸코도 위대한 참여(앙가주망)의 철학자인 사르트르를 이어받아, 대단히 실천적인 지식인입니다.

 

둘째로 장자는 “마음과 생명을 상하게 하지 않는 책”을 지었습니다. 푸코도 마찬가지로 규율 사회에서 버림받고 억압받는 광인, 범죄자들을 다루었습니다.

 

셋째로 장자는 삶의 무게와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무위자연의 도(道)와 함께 소요하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푸코도 마찬가지로 나눔의 이분법적 논리와 배제의 지배 권력의 메커니즘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이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장자가 말처럼 도의 무명(無名)의 세계와는 대조적으로 유명(有名)의 세계는 노예적인 삶을 주조합니다. 이러한 규율 사회적인 질서와 상징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소요하며 노니는 경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장자와 푸코의 철학적 기풍은 시간과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만날 수 있습니다.


네,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신영복 선생님이 인용하신 대로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장자를 극단적 상대주의의 반동 사상가로 비판한 바 있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3세대를 대표하는 하버마스는 푸코를 ‘청년 보수주의자’라고 낙인을 찍은 바 있습니다. 과연 푸코와 장자는 정말로 보수 반동의 철학자인가요?

 

질문하신 것처럼, 푸코의 철학이나 장자의 철학은 통상적으로 비정치적이고 비실천적인 사상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는 예술적인 구원이나 청춘의 저항에 머무는 ‘아름다운 영혼’의 철학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자와 푸코는 일부 히피적이고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멘토라고 취급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릉(雕陵)의 장자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장자 그 자신도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낭만적인 반항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장자에게 일상적 현실주의자와 반항적 낭만주의자는 진정한 자유로운 주체성이 확립되지 않아, 아직 존재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은 위기의 인간들인 것입니다. 이들처럼 외물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다시 말해서 상징계로부터 기인한 사회적인 욕망에 규정되지 않으려면 먼저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주체 변형의 시작은 자기 비움이며 자기 찢기입니다. 이것이 푸코가 말한 자살로서의 글쓰기이자 ‘얼굴을 갖지 않으려는 글쓰기’의 기풍입니다.

 

이를 위해 장자는 무명(無名)의 철학을 내세우고 자기 변형의 양생술을 추구합니다. 푸코도 마찬가지로 실존의 미학으로서 새로운 주체를 세우려는 역사비판적 존재론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역사비판 존재론을 고고학과 계보학이라고도 하지요. 이를 푸코는 ‘사상 체계들의 역사’라고 명명하기도 했지요.

 

결론적으로 장자가 말한 참다운 인간이 되려면 먼저 자신을 버리고 이름을 없애야 합니다. 그러나 홀로 기존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났지만 사회적 책임을 갖지 않는 지식인도 아직 참다운 인간은 아닙니다. 혼자 자유롭다는 것은 아직 모든 사람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가 아닙니다. 장자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진정한 자유인은 세속과 더불어 살며 자유로운 자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 혼자만 자유롭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장자가 ‘무하유지향의 무치(無治)주의’로, 마찬가지로 푸코는 ‘진리의 정치경제학’으로 벼리려는 세상입니다.


그러면,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었더니” 결국 어떤 점이 보이던가요?

 

장자 철학과 마찬가지로 푸코의 사상은 역사와 철학 그리고 정치가 한데 엉켜 진행됩니다. 이런 면모는 그의 계보학적 사유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런데 니체적인 계보학과 연관된 장자의 사유 방식은 ‘제물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치 장자는 푸코 식으로 사물과 그 이름에 관한 역사비판적인 계보학을 통해 기존 문명 사회를 해체하는 새로운 존재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계보학으로서의 제물론을 위해 장자가 사용하는 언어적 방법은 우언(우화), 중언(패러디로서의 풍자), 치언(소크라테스적인 아이러니)입니다.

 

장자의 언어 사용 방식은 니체적인 계보학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인물의 말을 패러디하고, 상식적인 인간과 학식 있는 학자들의 상식과 편견을 부숩니다. 이는 인위적인 노모스로 서열이 나눠진 사회 질서와 언어 체계를 질타하는 것입니다. 침묵이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회 질서를 만든 언어를 거부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 니체의 도덕 계보학과 장자의 제물론이 동일한 정신의 작업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언어와 지식 비판은 단순히 진리의 분석론이 아니라 결국 가치 비판이며 현실 비판인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장자의 제물론은 푸코의 계보학입니다.

 

푸코의 역사비판 존재론은 장자와 마찬가지로 진리를 문제화합니다. 왜냐하면 진리가 지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연관된 문제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진리의 정치학이 문제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진리가 자본의 증식 수단이나 정당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진리의 정치경제학’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진리는 권력과 부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순수한 진리라는 말 자체가 유니콘이라는 단어처럼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진리의 문제화는 권력의 문제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진리도 권력도 이것의 주체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역사적 형성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체가 진리를 형성하고 권력을 형성하는 전제라든가 중심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체에 대한 역사적 형성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실제로 푸코 사상에 대한 유명한 사상가의 입문서가 질 들뢰즈의 푸코』입니다. 그의 책은 푸코를 이해하고 또 푸코와 들뢰즈 자신의 사상이 겹쳐진 주름입니다. 그는 다섯 개의 핵심 개념으로 푸코를 설명합니다. 고문서(고고학)와 디아그램(계보학, 전략) 그리고 위상학(지식, 권력, 주체화)가 그것입니다. 이 개념들은 푸코가 낡아빠진 것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반-개념들입니다. 반-개념이란 기존의 개념의 고정성과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 그 개념을 풀어헤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마치 이는 장자의 이름 비판과 해체로서의 무명(無名)과 같습니다. 무명은 반-개념입니다.


혹시 이 책을 쓰면서, 선생님의 책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습니까? 혹은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돈과 과학에 대한 맹신이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장자는 효율성에 빠져 유용한 과학적 지식에만 몰두하는 기계 문명을 비판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상업적 이익 때문에 생겨나는 번쇄하고 복잡한 논쟁과 언변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마치 플라톤이 소피스트의 지혜 소유를 비판하고 마르크스가 종교와 문화산업을 아편이라고 폭로한 것처럼 말이지요. 소피스트의 지혜는 권력 경쟁이나 법정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이익의 도구이며, 종교는 기존 현실을 정당화하고 가상적인 위안을 제시하는 권력의 도구인 것입니다. 결국 장자가 비판하는 지식 추구나 푸코가 비판하는 과학주의는 모두 이러한 권력과 욕망의 노예적인 태도에 불과하지요. 결국 이 책은 노예의 태도에서 벗어나 삶과 사회의 주인이 우리 자신임을 자각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장자의 눈으로 푸코를 읽다김성우 저 | 알렙
지성이란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세상과 자신을 대롱으로 보게 만드는 비극적인 운명을 지니고 있다. 칸트가 말한 것처럼 지성에는 이율배반이 숙명적으로 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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