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하라 켄이치로, 패션쇼 음악감독에서 재즈힙합까지

경쾌한 리듬과 서정적인 건반소리의 조화 내한 기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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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방법이나 장르 등이 아니라, 감정을 읽어내고 교환하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렉터의 일은 디자이너가 어떤 감정으로 그 말을 고르고, 어떤 음악을 원하는 지 알아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8. 01. 05.)

이름은 잘 몰라도 음악엔 왠지 모를 친숙함이 어려있을 것이다. 호랑이가 도토리 먹던 옛 SNS의 생태계에서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였으니. 네오 시부야계 혹은 라운지 신이라 겨우내 이름 붙인 일련의 흐름 안에서 파리스 매치, 다이시 댄스, 하바드 등과 함께 언급되며 많은 국내 마니아를 보유하고 또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 니시하라 켄이치로. 패션쇼 음악감독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세상을 뜬 누자베스를 잇는 재즈힙합의 한 축으로 우뚝서기까지. 내한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궤적을 되짚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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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들에게 간단하게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서울은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지역이며, 또 한국은 제 아시아 활동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의미로 무척 특별한 마음으로 라이브에 임할 생각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음악활동을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처음 '내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계기나 사건이 있다면요. 그리고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하셨는지요.


중학교 진학 시 명문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성적이 최하위가 된 것을 계기로, '음악을 하는 것 말고는 살 길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앨범을 내기 전부터 이미 도쿄 콜렉션이나 파리 콜렉션과 같은 패션쇼의 음악감독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해오셨는데, 처음에 어떤 계기로 디렉터 일을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후지와라 히로시씨의 패션 쇼 음악을 담당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패션쇼나 이벤트 음악 디렉터로 오래 활동을 해오셨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측면이 무엇인지요.


감정입니다. 제 생각에 음악은 방법이나 장르 등이 아니라, 감정을 읽어내고 교환하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렉터의 일은 디자이너가 어떤 감정으로 그 말을 고르고, 어떤 음악을 원하는 지 알아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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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YAB YUM 쇼를 위해 제작한 음악들을 모아 낸 시디를 누자베스가 듣고 맘에 들어 그가 운영하던 매장에서도 판매했다는 일화를 들었는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는지요. 당시 상황을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누자베스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이 오히려 제게는 그를 알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누자베스도 지명도가 높은 아티스트는 아니었어요. 교류가 시작되고 나서 오랜 기간 동안 그의 가게에서 레코드를 가장 많이 산 손님으로서 공헌한 것 같아요. 그가 처음으로 제 스튜디오에 놀러 왔을 때 피아노나 기타, 그때 만든 곡을 선보이고 코멘트를 받은 것은 좋은 추억입니다.

 

그러던 중 2007년 < unprivate >가 설립, 다음 해에 테노리오 주니어의 곡을 커버한 'Nebulosa'가 발매되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 unprivate >은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기 위해 설립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본래 설립의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원래의 계기는 레코드나 CD 유통을 위해 회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회사에 좀 더 많은 의미와 가치가 있지만, 출발점으로서는 그렇습니다.

 

'Nebulosa'가 큰 인기를 얻은 후, 그 해 말에 첫 작품인 < Humming Jazz >가 발매되었는데, 'Nebulosa'의 히트로 인해 제작을 결심하게 되신 것인지요. 듣기로는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씨의 이야기도 앨범을 만들게 된 큰 계기로 작용했다고 알고 있는데, 어떤 이야기였는지요.


'Nebulosa'는 원래 앨범의 싱글 컷으로, 앨범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발매했습니다. 그때까지 10년 동안 발매하지 않고 계속 앨범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때 길에서 우연히 호소노 씨와 만나서, 빨리 앨범을 내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은 것이 결심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Humming Jazz >엔 앞서 언급한 테노리오 주니어 뿐만 아니라, 프랭키 너클즈, 질 스콧 헤론과 같은, 하우스와 힙합의 기원이라고 할만한 뮤지션들의 커버곡이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음악에 대한 기원을 찾고자 했다는 느낌이 강한데요. 당시 해당 앨범을 만들 때 특히 신경을 썼던 점 혹은 특별한 콘셉트가 있었다면요.


그때까지 10년 동안은 계속해서 앨범을 제작하고 있었기에, 완성시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의 뿌리가 된 다양한 음악을 하나로 묶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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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리듬과 서정적인 건반소리의 조화야말로 니시하라 켄이치로 씨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처럼 건반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피아노가 좋기 때문에. 그 한 마디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금번 함께 내한하는 마바누아(Mabanua)씨와는 지난 < Jazzy Folklore >부터 호흡을 맞춰오고 계신데, 처음 'My leaving'을 접했을때 그 특유의 몽환적인 감성이 니시하라 씨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니시하라 켄이치로 씨의 발자취를 더 넓은 영역으로 옮겨 놓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작업 당시 그를 섭외하게 된 경위를 듣고 싶습니다.


Mabanua는 예전에 제가 'Wax Poetics'라는 블랙 뮤직 잡지의 크루로 DJ를 할 때에 처음 만났습니다. 만났을 당시에는 드러머라고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유례없는 재능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가 노래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꼭 함께 곡을 만들고 싶다고 자연스럽게 떠올랐어요.

 

이전에도 내한하신 적이 있어 체감하셨겠지만,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미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열에 셋 정도는 니시하라 켄이치로 씨의 'Consider my love'나 'Now I know'가 들려오곤 했는데요. 당시 한국에서의 인기를 전해들으셨었는지, 만약 들으셨다면 듣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었는지요.


한국에서의 제 인기를 실감한 것은 처음 한국에서 DJ를 했을 때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제 곡을 듣고 있다는 것은 제 활동 중에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기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말에 발매된 최근작 < Sincerely >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이전과 동일한 선상에 있되, 어느 때보다 비트가 곡의 선두에서 러닝타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질감에도 각 트랙마다 굉장한 차이가 있고요. 에스노(ESNO)로서의 커리어, 타 아티스트를 프로듀싱하면서 쌓여진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Sincerely >의 제작방향과 콘셉트를 알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앨범부터 마스터링을 일본의 덥 플레이트의 중심인 'WaxAlchemy'에게 부탁한 것, 또 평소부터 그와 함께 작업하고 서로 영향을 준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WaxAlchemy'는 세계에서도 주목 받는 베이스 뮤직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므로, 비트에 대한 집착이나 베이스의 질감 등의 에센스가 자연스럽게 약화된 상태로 주입된 것은 아닐까요? 또 Jazzy Hiphop의 비트가 취약하거나 멜로디에 치우친다는 인상을, 저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장르 자체를 다음 차원으로 끌어 올려서 더 많은 리스너에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누자베스, 이노 히데후미씨에 이은 재즈힙합의 아이콘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지워진 이러한 짐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는지, 그럴 때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짐이라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만 제 음악은 다른 재즈힙합 아티스트와 그렇게 비슷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떤가요? 제 감각으로는, 장르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 그대로, 보다 많은 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고, 결과적으로 재즈힙합이 더 널리 퍼지는 것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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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하셨던 한 인터뷰에서 '일을 하면서 가장 흥미있는 것은 얼마만큼 본인이 얼마나 프로페셔널할 수 있는가를 시험해보는 것'이라는 답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페셔널함은 제가 생각하기에 결국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을 만들어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7년이 지난 지금 자신에 대한 프로페셔널을 어느 정도 증명해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음악 제작에 대해서 말하자면 아직도 성장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페셔널이라는 것에 대해서 말하자면, 디렉터 일에 대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한 디렉터 일에 대해서는 이미 20년간의 실적이 있고, 늘 프로페셔널한 일을 남기고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많은 한국팬들이 니시하라 켄이치로 씨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공연에 대한 기대감, 각오 및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를 한 적은 없습니다만, 내년 2018년은 데뷔 앨범인 < Humming Jazz > 에서 딱 10년이 지난, 데뷔 10주년의 해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내년에는 더 활발하게 앨범 발매, 라이브 등을 전개하고 10주년을 북돋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그런 저 자신의 10년을 지탱해 준 많은 리스너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내한 공연도 그런 여러분께 보답이 될 만한 무대로 만들고 싶습니다. 꼭 기대해 주세요.


 

진행, 정리 : 황선업
취재 협조 : J-Box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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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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