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여전히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악보집 『Love&Emotion』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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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텔레비전 등에서 음악을 이용해서 방송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에게 ‘작곡가와 음악을 소중히 여겨주기 바란다’고 요즘 생각합니다. (2018.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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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매년 한국을 찾았던 유키 구라모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충북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콘서트의 티켓 가격이 누리꾼 사이에서 바이럴을 타면서 덩달아 그의 이름이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린 것. 사람들은 지방 공연장에서 유키 구라모토처럼 유명한 음악가를 섭외했다는 것에 놀라고, 가격에 또 한 번 놀랐다.


유키 구라모토는 뉴에이지 열풍이 불던 2000년대 피아노 학원에 다닌 사람들에게 통과의례 같은 작곡가다. 1998년 정식으로 음반이 수입되면서 음악 팬들에게 알려진 후 「Lake Louise」 「Romance」 「Reminiscence」 등의 숱한 히트곡을 남겼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곡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들으면 ‘아!’ 하고 금방 알 만한 곡들이다. 20개 넘는 앨범을 냈고, 콘서트를 열면 늘 매진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 신지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디토 오케스트라 등 활발한 한국 협연 전적이 있다.


최근 출간한 악보집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 컬렉션 완전판』은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는데 가장 완벽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소개가 붙었다. 세 개의 테마로 대표작 중에서도 31곡을 소개한다. 악보 작성, 감수, 편곡을 모두 본인이 맡았다. 출간을 기념해 한국에 온 유키 구라모토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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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gWook Lee

 

 

악보는 기본적인 설계도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 컬렉션 완전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Love&Emotion’ ‘Nature’ ‘Story’라는 테마로 나눴습니다. 각 악보집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정확함은 당연하고, 실용적, 실제적인 것을 중시했습니다. Nature, Romance, Story는 유키 구라모토 음악의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각 곡이 어느 하나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각 곡에 이 요소의 분배량은 다릅니다. 어느 악보집이든 연주하시는 여러분의 취향에 따라 고르시면 좋을 듯합니다.

 

편곡, 기보, 감수를 직접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준비하셨나요?


자작곡이므로 작곡이 곧 편곡입니다. 즉 곡을 발표한 시점에 이미 악보는 완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레코딩 때에는 음표가 연주용으로 기입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멜로디, 코드, 베이스음 등은 썼지만요. 따라서 출판악보를 위해서는 새로운 꼼꼼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간은 다른 일과 병행해서 했기 때문에, 상당히 긴 시간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내악곡 형식의 곡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했습니다. 앙상블 버전과 솔로 버전을 함께 실은 곡도 있고요. 같은 곡을 다른 버전으로 실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CD의 실제 녹음에서 사용하는 앙상블 악보를 피아노 1대로 연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스트링이 있는 것이 원래 모습인 곡도 있습니다. 이러한 곡도 편곡에 따라서는 피아노 솔로로 할 수 있습니다. 악보집은 악보집을 구입한 분들이 피아노 1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야만 합니다. 즉 각 악기의 에센스를 잘 골라 정리하는 작업이 앙상블 악보에서 피아노 솔로로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연주자의 편의를 위한 편곡’입니다. 어떠한 스타일의 곡이라도 피아노 솔로로 원곡에 상당히 가까운 수준으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많은 음악팬 여러분이 알고 계실 겁니다. 원래 다른 스타일을 목표로 한 편곡도 실었습니다. 실내악곡 형식을 솔로로 편곡한 편의성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말씀하시는 버전의 차이는 스타일의 차이, 즉 다른 맛을 가진 곡이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악보집을 편찬하신 이유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음악을 그 구조를, 설계를 통째로 후세에 전달하는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상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연주하는가(피아노의 경우 양손의 배분), 어떠한 화성구조인가를 알리는 것입니다. 시간적 추이도 공간(악보의 지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 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악보가 필수적입니다. 악보는 듣는 것만이 아니라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또는 피아노 악보를 보면서 앙상블 곡을 들어보는 ‘적극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문화적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설계도입니다. CD나 파일 등의 음원만으로 보존하면 불완전합니다. 악보가 없다면 그 음악은 언젠가 들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주제(질문)에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기 위해서는 장문과 긴 고찰이 필요합니다.

 

운지법 설명도 있습니다. 악보의 필요성으로 보았을 때 운지법도 악보에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재한 운지보다 연주를 하기 쉬워질 가능성이 높은 곳에 붙였습니다’. 다만 각자의 기량, 손의 크기, 방침에 따라서 실제 운지는 연주자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운지를 기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기재했습니다. 다만 운지는 원칙적으로 참고만 하라는 것입니다.


운지는 연주가에게 모두 맡긴다는 방침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쇼팽의 연습곡 중, 예를 들어 <넓은 아르페지오의 Op.10-1 및 화음을 동반한 반음계 10-2> 등에서는 그 이전 시대의 피아노곡에 비해 비약적인 진보성이 느껴집니다. 운지도 표기되어 있습니다(후세 사람이 추가한 버전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드뷔시의 연습곡에는 ‘운지에 대해서는 일부러 쓰지 않겠다’라는 재미있는 주의 문구가 있습니다. 이 ‘운지’에 관한 질문은 매우 중요하면서 깊은 주제라서 정확하게 답변을 하려면 역시 긴 문장과 고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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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gWook Lee

 

마음에 스며드는 음악

 

유키 구라모토는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로 소개됩니다. 스스로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나요?


작곡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주도 하고 있고, 최근 실력도 좀 더 나아져서 피아니스트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뉴에이지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습니다. 뉴에이지 뮤직은 넓은 의미로 ‘듣기 쉽고 편안한 연주곡’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지금 하시는 음악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요?


뉴에이지 뮤직의 작곡가, 피아니스트로서 알려진 것에 대해 이견은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너무 단순하지도 않고, 난해한 부분도 없고, 마음에 스며드는 음악은 중요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다른 장르의 음악도 연구는 하고 있습니다.

 

협연으로 대중음악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는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이외에 영화음악, 뮤지컬 등에서 가장 마음이 편한 분야는 어느 쪽인가요?


일본에서는 극반주음악, 뮤지컬 등, 주로 90년대에 많은 일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그쪽 일은 안 해봤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웃음)

 

클럽과 바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시면서 경험을 쌓아 35세 때에 메이저 데뷔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클럽과 바에서 연주한 것은 제가 20대 했던 ‘수많은 일 중 하나’입니다. 피아노와 관련된 모든 장르의 일을 했습니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주로 파퓰러 음악, 재즈음악, 또는 원곡과 편성이 다른 세미 클래식 음악, 악보(음표)가 없는 또는 존재하지 않는 음악을 연주(또는 편곡)했습니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처럼 (모든 것이 악보에 기록된) 역사적인 명곡을 연습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일입니다.


CD데뷔처럼 화려한 것은 전혀 없었으며, 음악가로서 일의 내용은 예전과 다른 것이 없습니다. 종종 ‘학교를 졸업한 후, 35세까지 대체 무엇을 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씁쓸한 웃음이 납니다.

 

만약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셨을 것 같나요?


음악 일을 시작해서 50년 가까이 지났고, 인생도 많은 부분을 지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상상도 안 됩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다시 피아노에 미치도록 빠지고 싶다’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뭔가에 미치도록 빠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그 인터뷰 취지의 일환으로 ‘미쳤다’는 표현을 썼나 봅니다. 저로서는 어떤 시기, 집중해서 그 일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대학교 1학년 1년 동안은 ‘피아노를 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특히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했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에도 꼭 연주실력을 더욱 향상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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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gWook Lee

 

 

작곡가와 음악을 소중히 여겨주시길

 

2009년부터 지금까지 <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시리즈는 전석 매진입니다. 주로 어떤 곡을 연주하시나요?


자작곡 중, 우선 게스트 연주가(주로 솔리스트)와의 협연에 맞는 곡, 두 번째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곡에 적합하거나, 오케스트라를 전제로 한 곡입니다. 이밖에 크리스마스송, 또는 스탠더드곡을 피아노 솔로용으로 제가 편곡한 것도 연주합니다.

 

크리스마스, 화이트데이 등 주로 연인과 가족을 위한 기념일에 콘서트를 하시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뭔가 기념일인 편이 공연장에 오기 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획을 짜기 좋은 날이죠. 저로서는 기억에 남는 좋은 연주회를 해야만 합니다.

 

콘서트에서 한국어로 관객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신 지 어느 정도 되셨나요? 좋아하시는 한국어 단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상당히 많이 방한했습니다만, 그때마다 통역하시는 분에게 짧은 시간동안 배우는 정도라 진도가 느립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할까요.

 

콘서트 전후의 징크스나 습관이 있나요?


명상이라고 하면 오버지만, 4, 50분 정도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고 쉽니다. 그냥 누워서 쉽니다.

 

짧은 일정동안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 전국 각지에서 콘서트를 합니다. 추억이 있는 도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콘서트 전후로는 일정 면에서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서 관광할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경주, 서울의 유명한 곳을 잠시 관광한 적이 있습니다. 어디나 좋은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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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ngWook Lee

 

 

콘서트가 없을 때에는 무엇을 하고 지내시나요?


이 질문의 의미는 휴일에는 무엇을 하며 지내시나요? 라고 생각합니다만, 콘서트가 없는 날이라고 놀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일을 합니다. 콘서트를 위해서는 프로그램, 편곡, 연습, 스케줄 조정 등, 많은 업무, 잡무가 있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어느 정도 긴 휴가를 낼 수 있을 때 유럽을 방문합니다.

 

피아노 이외에 흥미가 있는 악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음악가지만 음악을 즐기는 한 사람이므로 다양한 악기에 흥미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편곡을 위해서는 악기 및 음악이론의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젊은 음악가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음악가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텔레비전 등에서 음악을 이용해서 방송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에게 ‘작곡가와 음악을 소중히 여겨주기 바란다’고 요즘 생각합니다. 일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뉴스 프로그램 등에서 아나운서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필요 이상으로 BGM(아쉽게도 좋은 음악으로 들리지 않는 것도 많다)이 나와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건강은 어떠신가요? 피아니스트로서 손 건강에 유의할 것도 같습니다.


손가락이 상한 적은 여러 번 있습니다. 작년 3월 13일, 한국 투어를 한창 할 때, 사실은 왼손에 통증이 생겨서 많이 힘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하는 것은 없습니다만, 폭음, 담배는 피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 컬렉션 완전판 Love&EmotionYuhki Kuramoto 저 | SRMUSIC
오선지에 담기 힘든 곡에 대한 코멘트도 별도로 추가하여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데 가장 완벽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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