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커피와 음악이 흐르는 책 - 북씨

<월간 채널예스>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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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씨는 여전히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쓴다. 목표는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는 것. (2018.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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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짝이 맞는 것들이 있다. 독립출판물은 독립서점과 어울리고, 잔잔히 흐르는 음악은 카페에 어울린다. 향긋한 커피는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책과 잘 어울린다. 독립출판물을 낸 작가가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린다면? 안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다. 카페 모모뮤에서 커피를 내리면서 독립출판물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과 『우리가 사랑이라면』을 낸 북씨 작가를 만났다.


“계속 커피 관련한 일을 했어요. 북바이북에서 생선 김동영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친분이 생겨서 카페 모모뮤를 같이 운영하게 됐죠. 독립출판물을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부천의 오키로북스에서 수업을 듣고 그 해까지 책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고 첫 책을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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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낸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은 20대 때 썼던 글을 모았다. 자기 경험이 들어간 에세이를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속을 다 내보이는 게 되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이제는 많이 편해졌다. 책에 언급한 지인들에게 선물로 책을 건네기도 한다.


“인디음악을 좋아해요. 노래 하나에 꽂히면 한 달 내내 같은 노래만 듣기도 해요. 밤에 음악 들으면서 감정이 많이 가라앉을 때 글을 많이 쓰잖아요. 어떤 글을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글을 읽고 음악도 들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책에 노래 제목을 넣었어요. 추천 BGM으로 생각하셔도 좋겠어요.”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은 페이지마다 어울리는 노래, 생각나는 노래를 적었다. 한 독자는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책에 소개된 음악을 넣고 듣는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첫 번째 책은 사진이 들어가 있지만 흑백으로 찍었어요. 딱 떨어지는 숫자로 책 가격을 매기고 싶어서 만 원으로 정했는데, 색상이 나오게 인쇄하면 단가가 만 원이 되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이 이 돈을 주고 사기 아까워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많이 했어요.”


두 번째 낸 『우리가 사랑이라면』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살 수 있게 하고 싶었기에 단가를 더 줄였다. 사진을 빼고 페이지 수를 줄였다. 글은 더 많아졌다. 조금 더 ‘독립출판물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처음 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반응이 없어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어요. 집에 책이 박스채로 쌓여 있을 때는 너무 많이 낸게 아닌가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다 나간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책을 내고 잘 되면야 좋지만, 잘 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건 서점 입고였어요. 일일이 서점 양식에 맞춰서 요청 메일을 보내야 하는데, 책 소개를 하고 자기 소개를 하라니까 못하겠는 거예요. 그 다음에는 입고 거절당하는 것도 많이 상처가 됐던 것 같아요. 서점에서 모든 책을 다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보내준 메일을 보고 판단하는 건데, 내 책이 부족하거나 내 소개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속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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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은 입고 요청 메일만 50통 넘게 썼다. 입고 거절 메일이 와도 이해는 했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째 책은 10군데 정도만 입고했다.


“나중에 서점을 하게 된다면 서점 이름을 북씨로 하려고 했어요. 책이라는 뜻의 ‘북book’에 커피의 ‘C’를 합해서요. 책을 내면서 본명을 쓰기가 싫었는데, 마침 제 별명 꼬북씨라 북씨를 필명으로 써도 맞겠다 싶었어요. 북씨 이름으로 출판사 겸 서점을 하려는 계획은 아직 가지고 있어요. 빠르면 올해가 될 수도 있겠죠.”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을 낼 때만 해도 출판사 등록은 안 했다. 재인쇄를 하면서 계속 독립출판물을 내겠다는 다짐의 의미로 출판사업자 등록증을 필명과 같은 ‘북씨’로 냈다.


“출판사 북씨는 제 책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책 작업도 같이할 계획이에요. 내년에는 제 글보다는 다른 사람의 책을 만드는 일을 더 하고 싶어요. 주위에 공예나 드로잉, 목공이나 북아트 등 다양한 개인 작업하시는 분이 많아요. 공간을 나눠서 같이 작업하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많이 받아서 요새는 모카 포트로 커피 내리기를 열심히 연습해요. 공간을 얻어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못 놓을 것 같아서요. 첫 직장생활에 데여서 다시 회사생활을 하고 싶진 않아요. 모모뮤 카페를 그만둬도 결국 또 다른 카페나 서점을 하면서 하고 싶은 걸 계속할 것 같아요.”

 

북씨는 1년 남짓 회사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모뮤 카페 일을 잠시 쉬고 있지만, 카페 일을 그만둬도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한다. 독립출판물을 내고 커피를 내리는 일이 생계유지가 안 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먹고 사는 생각이 안 들 수는 없죠. 유명한 작가님도 주변 사람들이 밥은 먹고 사냐고 많이 물어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작가님은 “나는 조금만 먹기 때문에 조금만 벌어도 된다”고 했다고 해요. 저도 밥벌이 걱정은 많지만,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게 제 모토예요. 물론 어떻게 벌까 지금도 생각은 많이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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