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내가 재미없으면 독자들이 금방 눈치채”

『허영만의 만화일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짬짬이 그린 일기가 책으로 엮이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번에 출간한 『허영만의 만화일기』 1, 2권에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화실 끼니를 책임지는 새로운 면모와, 골프 초심자를 위한 ‘핸디캡 8 만들기’ 페이지 부록 등 허영만 화백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2017.07.07)

IMG_3498.JPG

 

7월 5일, 서울 종로 식객촌 무명식당에서 『허영만의 만화일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오랜 세월 『각시탈』 『비트』 『타짜』 『꼴』 『식객』 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를 그려온 허영만은 이번에 본인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나타났다. 2012년부터 그린 만화 일기를 책으로 묶어 『허영만의 만화일기』를 낸 것. 숨 가쁘게 마감을 맞추는 중에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대중교통 안에서도 그의 펜은 멈출 줄 몰랐다. 그림이 좋고 만화가 좋았다.


“이전에 어디 여행 가서도 항상 여행기를 글로 안 쓰고 만화로 남겨놨어요. 2013년에 『바람의 사상』이라는 고은 선생이 쓴 일기를 읽었는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고은 선생은 글을 잘 썼으니까 글로 일기를 쓰고, 나는 대신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지금 쓰고 있는 일기는 36권째입니다.”


처음에 허영만은 자신의 일기를 출판할 생각이 없었다. 청탁을 받아 그린 게 아니라 본인이 재밌어서,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그리는 걸 보고 즐거워하니까 또 그렸다. 고등학교 후배였던 출판사 대표가 책을 내자는 제안으로 독자들도 그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나하고 내 주위 사람들만 재밌나 해서 회람을 시켜봤어요. 그랬더니 빠르게 그림을 그릴 때 알아보기 힘든 글씨만 빼놓고는 다 재밌다고 했어요. 우리 딸은 ‘아버지 만화 그리지 말고 만화 일기만 그리라’고 했어요. (웃음) 그래서 자신 있게 내놨는데 요즘 워낙 책을 안 보는 시절이라….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이 올지 궁금합니다.”

 

IMG_3601.JPG


실제로 책을 펴보면 종이를 가득 그림과 글이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게 흐트러져 있다.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롯이 그리고 싶은 내용과 감정을 그린 까닭이다. 독자들은 읽기 힘들 수도, 혹은 은밀한 작가의 세계를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허영만은 일기에는 ‘19금’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 1, 2권에는 뺐다며, 나중에 민감한 내용만 모아서 따로 별책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뤘던 만큼 허영만의 작품에는 탄탄한 취재와 치밀한 자료조사가 빠지지 않는다. 이야기가 꽉 잡혀 있는 기존의 서사와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묶어내는 작업은 어땠을까?


“그리는 내가 재밌어요. 일반 독자에게 보여주는 만화도 나 자신이 재미없으면 독자들이 금방 눈치채요. 재밌게 그려야지 독자들이 다가오는데, 이건 나 혼자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것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개인적인 일기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허영만의 만화일기』 1, 2권에는 2011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의 기록을 담았다. 화실 끼니를 책임지는 새로운 면모와, 골프 초심자를 위한 ‘핸디캡 8 만들기’ 페이지 부록 등 허영만 화백의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나머지 일기는 두 달 간격으로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현 70세지만 ‘영원한 현역’이 되고 싶다는 허영만은 다음 작품에 대한 힌트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1월에 『커피 한 잔 할까요』 연재를 끝내고 주위 친구들에게 ‘이제는 마감 있는 만화, 경쟁하는 만화는 안 그리겠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문하생도 해체하고 화실도 해체하고 넉 달 정도 놀았는데요, 두 달까지는 어찌어찌 놀았는데 어느새 뭘 또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주식 만화를 준비합니다. 흔하게 이야기가 들어가는 주식 만화가 아니고 진짜로 3,000만 원을 투자해서 다섯 명의 자문단이 주식에 투자해 증감을 바로 보여주는 만화가 될 예정입니다.”


현재 ‘삼천만 원’이라는 가제를 붙인 이 작품은 예스24에서 연재할 예정이다. 실제로 돈을 투자하는 방법과 이유를 2주의 간격을 놓고 거의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만화다. 『허영만의 만화일기』와 마찬가지로, 연재의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볼 기회는 많아 보인다.

 

대충 그리지 말자. 그림이 늘지 않고 이상하게 변할 수 있다. 요즘은 어디서나 스케치북을 꺼낼 수 있게 무장하고 다닌다. 잘하고 있다. 만화가는 만화를 손에서 떼면 안 된다.
『허영만의 만화일기』 2권, 49쪽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의정

오늘의 책

우리가 서로의 구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나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천선란의 이 소설집처럼. SF의 경계를 뛰어넘어 천선란의 다정한 세계관이 무한하게 확장되었음을 확인하게 하는 신작.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다 보면, 끝내 누군가의 구원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넘실거린다.

글쟁이 유홍준, 인생을 말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 유홍준의 산문집. 대한민국 대표 작가로서의 글쓰기 비법과 함께, 복잡한 세상사 속 재치와 지성을 잃지 않고 살아간 그가 살아온 인생이야기를 전한다. 이 시대와 호흡한 지식인이 말하는, 예술과 시대와 인간에 대한 글들을 빼곡히 담은 아름다운 ‘잡문’에 빠져들 시간이다.

맥 바넷 x 시드니 스미스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우리 시대 젊은 그림책 거장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 모두에게 선물을 주느라 정작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산타 할아버지를 위해 북극 친구들은 특별한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운다. 산타 할아버지가 맞이할 마법 같은 첫 크리스마스를 함께 만나보자.

우리는 모두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신작. 거짓 정보와 잘못된 믿음이 지닌 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왜 가짜 뉴스에 빠져드는지 분석한다. 또한,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는 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하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넘쳐나는 정보 속 우리가 믿는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