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건축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서울 건축 만담』 최준석 차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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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서울도서관에서는 서울의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지난 2월 9일, 서울도서관에서는 서울의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서울 건축 만담』 작가와의 만남이 마련된 이날, 세 남자가 서울의 일상 건축을 이야기했다. 예술인문학자 이동섭의 사회로 『서울 건축 만담』에서 주거니 받거니 말을 나눈 차현호, 최준석 작가가 독자들에게 서울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러니까 건축을 알면 내 주위의 건물이 달라 보이고 도시가 달라 보인다. 그것은 도시에서 삶의 배치를 새롭게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좋은 건축과 좋은 도시는 건축가들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건축주가 많으면 좋은 건축이 만들어지고 건축과 도시를 일상적으로 말하는 좋은 시민들에 의해 좋은 도시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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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두 사람이 함께 책을 만담 형식으로 쓰게 됐나?

 

차현호 : 건축설계사무소 동기다. IMF직후 경기가 안 좋을 때, 10명 정도를 뽑았었을 때 함께 입사했었다. 술 자리에서 건축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글을 써보자며 시작하게 됐다. 만담 형식이 된 것은 김연수와 김중혁 작가의 『대책없이 해피엔딩』이라는 책을 굉장히 재밌게 봤기 때문이다. 그 책을 보면서 영화 이야기는 안 하면서 어쩌면 이렇게 재밌게 쓸 수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건축도 그런 재밌는 만담 형식으로 써보고 싶었다.

 

최준석 : 우리가 술자리에서 건축 이야기를 안주삼아 많이 한다. 독자들도 건축과 도시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들도 삶과 일상의 이야기로 건축과 도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다른 건축 책과 다른 점이 있다. 건축적 지식을 학문적으로 풀어놓은 책이 많은데, 건축에 관심은 많은데 아카데믹하게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겠더라. 그러나 이 책은 서정적으로, 독자들에게 건축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하고 도시를 알게 한다. 최근 논란이 되기도 했었던 서울시 신청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차현호 : 70년대부터 서울시청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의도, 서초동 법원, 서대문 등에 시청을 짓겠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지금 이 자리에 신축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오세훈 전 시장이 프로젝트를 이어받았다. 2006년 몇 개의 설계안이 물망에 올랐고, 턴키 설계를 하게 했다. 그때 당선작이 항아리 모양이었다. 문제는 문화재위원들이 높은 건물로 설계된 것을 굉장히 싫어하고 반대했다. 문화재 심의 결과, 당선작이 반려되고 6차 변경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결국엔 4명의 건축가를 대상으로 지명 설계공모를 해서 지금의 모습이 최종 당선안이었다. 다른 나라 수도의 시청을 보면 우리나라처럼 디자인을 이슈처럼 내세운 런던시청 빼고는 대부분 시청은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최준석 : 설계디자인 계획안을 봤을 때는 맑은 유리가 전면에 어우러져 밖에서 안이 잘 보이고 곡선도 완만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실제로 구현된 것은 디자인 계획안과는 다소 다르다. 지금의 설계디자인 안을 선택했을 당시는 (신청사) 설계가 표류하고 있던 상황이라 시간의 압박 때문에 서둘러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대를 하게 하는 디자인이었지만 실제로 드러났을 때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고, 비싼 유리였지만 투명성에서 문제가 있었다. 계획안에서 보여진 것처럼 투명하기보다 검은 파도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원작자는 공식적으로 곡선은 처마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라는 말씀을 했다. 처음 세워질 당시에는 논란이 컸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에펠탑처럼 사랑받는 건축물이 될 것인지는 물음표다. 디자인에 대한 부분에선 여전히 논란이 있다.

 

차현호 : 나는 서울시 신청사가 건물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재은 감독의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보면 개청식 장면이 있는데, 국내외 귀빈들이 앉아 있다. 이곳에 신청사의 설계디자인 최종 당선자인 유걸 건축가가 앉으려고 했더니 행사 진행요원이 그를 몰라보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마이애미에 미술관을 짓는데, 설계자와 시장이 함께 세레모니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건축가나 건축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보면, 문화적인 측면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최준석 : 신청사를 짓는 중간 단계에서 공사 자체를 턴키로 짓도록 하면서 건축가가 배제된 상태에서 건물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이를 디자인한 건축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에선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보면 건축가가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으로 나온다. 실제의 건축가들은 어떤가?

 

차현호 : 내가 만나는 두 부류가 있다. 한 부류는 <건축학개론>에서 옛 여자친구가 설계를 맡기로 찾아올 때 밤을 새서 부스스한 얼굴로 나오는 건축가. 다른 한 부류는 굉장히 세련된 모습을 한 건축가가 있다.

 

최준석 : <신사의 품격>은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았는데 한 장면을 봤다. 극중 건축가로 나오는 장동건이 클라이언트를 모시고 아파트 단지 앞에서 저 건축은 자기가 한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니까, 클라이언트인 회장이 그럼 계약하지 이렇게 말한다. 그런 모습은 이 사회가 건축가를 그리는 방식인 것 같다. 이 사회가 건축가를 얼마나 뜬금없이 그리고 있는지...

 

서울시 신청사 설계자가 그렇게 소외당하는 것은 우리나라 건축가들의 위치나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 신청사를 둘러싼 논쟁은 디자인에 국한된 논쟁은 아닌 것 같다. 

 

최준석 : 정재은 감독의 영화를 보면 형태적인 것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신청사를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후세들이 영화를 본다면 2천 년대는 이런저런 것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겠지.

 

서울시청 내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차현호 : 서울시 신청사의 형태에 대해서는 결국 시간이 흐르면 적응하게 될 것이고. 그럼에도 현재의 시점에서 봤을 때, 가능성 혹은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은 예전의 시청이 가지지 못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시민청이나 1층 로비의 푸른 초록 아틀리에가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그린의 에너지와 효과를 적용시킨 경우인데, 시공한 회사에 물어보면 서울시 신청사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것 때문이라는 얘기를 한다.

 

건축과 건축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해보자. <남영동 1985>에서 김근태 의원이 고문을 받았던 공간이었던 경찰청 남영동 인권센터가 변신을 했다. 

 

최준석 : 민주화 시대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이다. 행정구역으로는 갈월동인데 ‘남영동 대공분실’이라고 불렸었다. 1976년에 준공했는데, 당시 간첩 잡는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이 고문 받는 장소로 쓰였다. 건축물 자체로 보면 비례감이 좋게 만들어지고, 창의 배열이 숙련된 건축가의 솜씨를 볼 수 있다. 막 지은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고 김수근 건축가가 만들었는데, 안국동의 공간 사옥과 이것이 만들어졌던 시기가 일치한다. 물론 용도는 완전히 다르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은 현재는 아이러니하게 인권센터로 쓰이고 있다. 5층에 올라가보면 울림이 복도에서 들린다. 그런 것들도 계산돼서 만들어졌던 것 같다. 건물의 활용이 바뀌지 않았다면 나쁘지 않은 기능일 것 같다.

 

차현호 : 역사적으로 건축가들이 정치권력과 결탁해 만든 건축물이 꽤 많다.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에서 건축가인 알베르트 슈페어는 서치라이트를 만들어 쏘아 올린다. 땅에서 위로 솟구치는 빛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자연 질서에 역행하는 쾌감을 느끼면서 우리가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며 새로운 느낌으로 나치를 대한다. 알베르트 슈페어는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제안을 했다. 나중엔 전범으로 몰려 감옥에 갔지만. 많은 건축가들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이 실제의 정치에서 일어난다. 
 
베를린에 가면 유태인 박물관이 있다. 테러의 위험이 있다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찰이 지키고 들어갈 때 엑스레이 촬영도 한다. 서경석 교수는 이 박물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중요하지 않고 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미술관을 다녀오면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역시 많은 논란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차현호 : DDP는 2008년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디자인이 공모에 당선됐다. 이 건물을 둘러싸고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다.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건축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다.

 

최준석 : DDP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됐던 콘텍스트, 맥락을 보면 시간적, 지리적 맥락에서 원래 있던 것들이 어떻게 넘어올 것인가의 문제였다. DDP가 생기기 전 운동장이 2개 있었고, 여러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런 것이 새로운 건물에 의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밀려난 거지. 내 경우에도 건물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어렸을 때 야구장에 간 기억이나 스케이트를 탄 기억, 대학 다니면서 외야석이 홀로 앉아 야구를 보던 기억이 지금 완전히 없어졌으니 아쉬운 거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 아쉬움이 있을 거라고 보고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차현호 : 문제는 현상 설계할 때 뽑은 분들은 알고 있었다는 거지. 자하 하디드가 뽑힌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도쿄 스타디움도 설계했는데, 도쿄에 왜 하얀색 코끼리가 필요하냐며 일본 건축가들아 비아냥대고 있다.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 새로운 도시 공간을 만들겠다는 측면에서 자하 하디드를 뽑았다. 자하 하디드가 영리한 것이 (DDP에) 가서 보면 다를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다르다. 나도 직접 가서 보고는 넘어갔다(웃음). 사람들은 그라운드에서 다니는데 이 공간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언더그라운드에서다. 지하에 내려가니 건물 밖에 안 보인다. 메인 공간에서 맥락을 지우고 추구하고 싶은 것이 밤에 가서 보면 뚜렷하게 보인다. 자기가 만든 맥락에서 새로운 공간의 질서를 창조해서 문화의 발신지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

 

시민 입장에서 DDP를 가면 좋은 것이 밤에 사진을 찍으면 굉장히 예쁘게 나온다(웃음). 새로 지은 현대박물관도 가보고 느낀 것이 우리도 선진국이 됐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건물이 낮고 퍼진 느낌이어서 위압적이지 않았다. 한국 건물이 언제부턴가 외관에 유리를 많이 쓰는데..

 

최준석 : 요즘은 (유리를) 못 쓴다.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이젠 건축 허가를 받을 때 에너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도시 건축에서 존재감이 필요할 때는 유리를 많이 쓰기도 한다. 자하 하디드는 건축주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 건축주를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간다.

 

차현호 : 미국이나 새로운 도시들은 주변의 따라야 할 롤 건물이 없어서 철과 유리, 콘크리트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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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프라의 재활용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최준석 : ‘윤동주 문학관’이라고 있다. 청운동에 물을 공급하는 가압장이 있었는데, 종로구청에서 2008년에 가동을 멈췄고 재활용을 고민했었다. 마침 윤동주 시인이 근처에서 하숙을 했었다는 이야기 등을 듣고 이를 접목시켜 기존 시설을 재활용해 윤동주 문학관을 만들었다. 원래는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가 뒤에 땅속에 물탱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건축가가 다시 설계를 하고 윤동주 시인의 시를 느끼게끔 만들었다. DDP와 같은 메가 인스트럭처 건물과 달리 작은 건물이지만 사람들의 오감을 건드린다. 좋은 건물은 규모와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서울시에 재생을 앞둔 건축물이 많은데, 윤동주 문학관은 좋은 예다.

 

차현호 : 윤동주 문학관에서 가장 좋은 공간이 물탱크가 있고 위를 드러낸 공간이다. 물탱크 높이가 낮아서 주변 나무도 보이지만 이를 조금 더 올려 하늘을 강조하면서 의도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 같다. 윤동주 문학관을 바라볼 때 시인의 정체성을 담아낸 건축가의 솜씨도 중요한데, 지금 사용하지 않는 도시 인프라를 어떻게 재활용하면 좋을지를 보여준다. 서울시가 지금 도시 재생을 이야기하는데, 시흥 가압장도 좋은 예다. 주민들이 발의해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쓰겠다고 해서 지원을 받아 학습공간으로 쓰고 행사도 펼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신당창작아카데미도 그런 예다. 낙후된 지하상가를 서울시가 공예 중심의 작가를 끌어들여서 창작 공간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가꾸고 있다. 지하를 걷다 보면 작업실들이 있고, 들여다보면 작가들이 작업을 하는 등 재밌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요즘 건축계의 핫이슈가 서울시만 놓고 보면, 세운상가, 서울역 고가도로 등이 있는데, 너무 빨리 처리를 하려고 하는데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외에서는 오랫동안 시민들과 논의를 하고 합의를 이룬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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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건축 만담차현호,최준석 공저 | 아트북스
『서울 건축 만담』은 쫄깃하고 시원한 치맥처럼 십 수 년의 인연을 이어온 두 건축가가 퇴근 후 사람 사는 냄새가 눅진하게 배인 치킨 집에서 맥주 한잔에 그날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을 풀어놓은 건축 에세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변잡기 에세이를 빙자한 건축과 도시 이야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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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서울 건축 만담

<차현호>,<최준석> 공저17,100원(5% + 2%)

건축인 듯 건축 아닌 건축 이야기 두 남자가 걷고 보고 재구성한 서울의 일상 독서가로도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책을 인간의 생활과 사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규정했다. 비슷한 의미로 건축 역시 사람과 시대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척도가 된다. 건축은 늘 우리의 복잡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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