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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밀당’ ‘썸’ 비겁하고 재미도 없다”

『기억해줘』 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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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오롯이 당사자의 몫이어야 한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기억해줘』로 첫 장편소설을 펴낸 임경선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되새김질한 명제였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오만이요, 오지랖이다. 책은 사랑과 상처, 그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임경선 작가의 청소년기 시절과 그간의 연애 그리고 모성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그 모두를 녹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을 읽고 가수 이효리가 “그간 나의 사랑들에게 미안했으며 또한 고마웠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임경선, 김현철의 가을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정신과 의사 김현철이 사회를 보고 임경선 작가, 강풀 작가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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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나는 10대와 30대 중후반의 나이 대를 좋아한다. 그래서 10대와 30대가 교차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또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누구나 살면서 ‘난 외톨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나.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다. 

 

지금의 제목을 짓기로 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막판까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번 책은 쉽게 제목이 뽑혔다. 추억과 기억에 대해 말하자면, 추억은 좋은 것이나 기억은 복잡한 마음마저도 각인되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어떤 사안이나 일, 사랑을 기억한다는 것 자체는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안에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해달라는 것은 사랑해달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기억해줘, 그 한 마디는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나는 지난 사랑들의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웃음), 사람이 이기적이라 그런지 지난 사랑이 나를 잊지 말아줬으면 하는 감정도 있다.

 

소설을 집필하는 기간이 길었다고 들었다. 책을 쓰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듣고 싶다.

 

1년 좀 안 되게, 10개월 정도 투입한 것 같다. 긴 꿈을 꾸다가 깬 느낌이다. 앞선 책(『나라는 여자』)은 내 이야기를 써서 그런지 책 낸 뒤 좀 앓았는데, 이번 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느낌이다. 여자 셋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완전 바뀌어서 10대 남녀와 30대 남녀 이야기를 썼는데, 그게 <건축학개론> 같았다. 한국 소설이라고 해서 등장인물이 한국에서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잖나. 그래서 미국 뉴욕으로 보냈다. 왜 뉴욕이냐. 지금 내가 가고 싶은 곳이다. 장편소설을 쓰는 것은 퍼즐 맞추기 같아서, 문학이 아닌 수학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문학 창작은 현실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함을 깨달았다. 말이 돼야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강풀 작가는 『기억해줘』 인물들 가운데 애착이 가는 사람이 있었는지, 이유가 있다면?

 

강풀 : 안나의 엄마 정인에게 가장 마음이 가더라. 순종적인 여자인 듯도 하면서 원하는 대로 사는 것 같았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임경선 : 안나 엄마는 인기가 많은 캐릭터다. 자유로움을 표방하면서 세간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랑이지만 끝까지 그것을 관철해나가는 것이 순애(殉愛?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임 작가는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기본적으로 남녀 간에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잣대나 터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남남, 여여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 자체로 존중해줘야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랑에는 어떤 일이 생겨도 놀랄 것은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애를 보면, 연애를 프로젝트처럼 생각하더라. 남들이 하니까, 젊으니까, 연애를 하면 즐거워야 한다며 형식을 중시하는데, 그건 연애가 아니라 데이트다. 연애는 몸과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뜨거워지는 것인데, 즐겁게 룰루랄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희로애락이 골고루 다 들어가 있듯이 모든 감정이 패키지로 오는 것이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것보다 아리고 슬프고 애잔한 것에 나는 더 매료된다. 그런 것들이 사랑을 하는 진미가 아닐까?

 

혹시 아쉬운 부분이나 더 쓰고 싶은 부분이 있나?

 

책마다 운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글이 무엇이 부족하고 약한지를 안다. 잘 했던 점도 알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보면, 이야기 중에서는 없고 문장 측면에서 밀도에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다. 나는 준모라는 캐릭터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사랑 없는 결혼을 했고,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고 좋은 교수 부부처럼 보일 수 있는 여성을 택했는데, 겉으로 건조해보이지만 안에는 다른 면이 있을 거라고 본다. 나는 특히 인생의 마지막 열정에 관심이 많다. 대부분 남자는 연애나 사랑보다 일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준모의 사랑을 스핀오프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여자라고 여자 편을 들고 싶지는 않다. 사랑은 일대일의 관계여서 저마다의 이유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남자의 입장도 존중하고 싶다.

 

강풀 : 이 소설을 보면서 표면적인 궁금증이 몇 개 있었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캐릭터에 저자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기도 한다. 인물 중에 임 작가와 닮은 사람은 누구냐? 전작이 『나라는 여자』인데 안나가 임 작가와 닮았다는 생각도 들더라.

어릴 때 ‘버팅기는’ 것은 안나를 닮은 것 같고, 성인 여자로서는 안나 엄마와 해인 엄마가 반반씩 있다. 본능도 강하면서 자기 통제력도 강한. 해인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아들이다.

 

책에 대해 부연하고 싶은 것이 있나?

 

책 표지가 초록색인데, 내가 초록색을 좋아한다. 초록색은 산뜻함과 강인함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게 힘을 주는 색깔이다. 책 커버 사진에 대해서는 욕을 많이 들었다(웃음). 네가 뭐라고 그렇게 사진을 박았느냐고. 한 신문 기자가 전화가 와서는 책 띠지에 자기 얼굴을 박는 트렌드에 대해 기사를 쓰겠다고도 하더라.

 

강풀 : 나는 만화를 그리다보니 흥미 유발에 더 신경을 쓴다. 나 같으면 안나나 해인 둘 중 한 명을 죽였을 것이다(웃음). 책은 상대적으로 잔잔한데, 더 큰 사건이나 클라이맥스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어떻게 이렇게 잔잔하면서 자기가 할 이야기를 다했는지 궁금하다.

 

중간에 편집자와 이야기가 잔잔하고 클라이맥스가 약발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눴다. 더 비장한 사건과 사고가 생각나지 않았던 측면도 있고, 그 정도만 해도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용서, 상처, 갈등을 드러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상처가 겉으로는 크지 않으나 안에서 곪는 것도 있는데, 내성적인 상처가 어떻게 쌓여가고 미묘하고 잔잔하게 삶에 골고루 퍼져나가면서 그 사람의 다음 관계나 삶에 영향을 주는지, 그걸 쓰고 싶었다. 악역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또 격하게 굴곡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도 있겠지만 이 안에서 느껴지는 온도, 공기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크기변환_임경선01ⓒ전찬훈.jpg

 

독자와 나눈 질의응답

 

사랑을 정의한다면?

 

정의 안 한다. 못 하겠다.

 

강풀 :  사랑은... 내 아내다(웃음).

 

남편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인가?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안 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거나 상관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속궁합도 중요하다. 가사노동을 공정하게 하고, 시댁 식구와 갈등이 있을 때 절대적으로 아내 편을 들어주는 남자여야 한다.  

 

왜 이렇게 야하게 썼나?

 

전혀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섯 개의 정사신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졸릴 만하면 정사신을 넣었다(웃음). 목적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그 분위기를 둘러싼 아우라도 다르다. 예전에 썼던 단편집과 비슷한 것이 없는지도 체크했다. (강풀) 나도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속 깊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야한 소설을 많이 봐서(웃음). 그렇게 야한 묘사를 많이 하지 않았다. 순간의 감정을 묘사했을 뿐이지.

 

여자라서 좋은 점 세 가지를 꼽으라면?

 

우선 비키니를 입을 수 있어서 좋고, 여자의 몸은 남자의 몸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여체를 가지고 있어서 좋다. 또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좋다.  

 

남자를 볼 때 이건 꼭 봐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남자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변명하는 남자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즉 투덜이다. 상황을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주변에 대한 불평을 하거나 남 탓에 익숙한 남자들은 피곤하고 조심해야 한다. 나는 소년다움을 좋아하는데, 힘들더라도 질끈 눈 감고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것이 소년다움이다. 나는 좋은 의미의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좋다.

 

연애의 성공 비법이 있다면?

 

일단 부딪혀야 한다. 내 존재를 어필하는데 있어서 급하게 달려드는 사람도 있지만 한 템포 참은 다음에 나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다. 모든 연애는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떻게 하든 안 될 수가 있다. 그것에 굴하지 말고,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내 스스로 챙겨야 한다. 챙긴다는 것은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건강하고 감성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일방통행이라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마음을 소중하게 지켜줘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계속 촉촉하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몸이 먼저 간 사람과 결혼까지 갈 수 있을까?

 

우리는 몸을 너무 도구화한다. 남자에게 몸을 너무 빨리 허락해서 남자가 여자인 나를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데 여자가 지레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신 그것 외에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고, 다른 매력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육체적 관계로만 끝날 수 있다. 빨리 관계를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매력을 찾지 못해서 끝나는 것이다.

 

‘썸 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 그런 말을 많이 쓰는데, 겁먹어서 그런 단어가 생긴 것 같다. 확실해야 발을 담근다는 건데, 비겁하고 재미도 없다. 그런 겉핥기가 어디 있나. 밀당, 썸, 이런 것에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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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줘임경선 저 | 예담
설은 해인이 연인과 이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한국인이 딱 한 명 있는 미국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 해인은 그곳에서 운명처럼 안나라는 여자아이를 만난다. 안나는 보편적이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 동양인이 거의 없는 미국 소도시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를 지켜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일상은 해인의 등장으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고, 일련의 소문에 휩쓸리면서 상처를 입고, 그렇게 미국에서의 청소년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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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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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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