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놀이터

명사의 서재

50만 부 베스트셀러 의 저자 정문정 작가. 최근에는 신작 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데 필요한 생활밀착형 매뉴얼을 전했다.    , 브런치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했으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배워서 남줄랩>, <잠깐만 캠페인>, <열정 같은 소리>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 막막한 순간에 누군가 내게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말들을 모으고 쓴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릴 때 인기가 많았다면 책을 별로 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데, 초등학교 4학년 때 ‘사람은 왜 태어났으며 왜 죽는 걸까?’를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식의 생각에 골몰해 있는데다 앞머리를 길러서 눈을 거의 가리고 다니며 침울하게 있으니 있던 친구도 도망가버리죠. 독서중인 아이 주변에는 바깥과 단절되는 얇은 막이 생기니까 더더욱 친구가 오지 않고... 또 책 속 저자들과 대화하는데 익숙해지면 또래와의 대화는 너무 시시하게 느껴지고... (다독의 입장에서 보면 선순환인데 인간관계의 입장에서 보면 악순환...) 외로워서 책을 읽는데 책을 읽다 보면 현실이 더욱 외로워지는 이상한 순환 속에서 게걸스럽게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에 빠져 있는 순간만큼은 누구든 되어볼 수 있고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으니까 자유롭다고 느꼈어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책을 읽는 건, 그걸 쓴 저자와 대화하는 경험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데요. 심지어 책은 저자가 최소 1년 이상 고민한 걸 압축해서 내놓은 거잖아요. 그 정수를 나는 몇 시간 만에 밥값 정도만 내고 얻어가는 거니까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독보적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만나서 대화한대도 듣기 힘든 경험과 생각을 편하게 접할 수 있지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몇 번이든 다시 읽어볼 수 있고, 읽다가 쉴 수 있고 밑줄도 긋고 인상적인 문장을 휴대폰으로 찍어두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저자의 생각을 흡수하고 응용하고 질문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밀도 있는 대화를 주변 사람들과는 하기 힘든데 책을 통하면 치열하게 저자의 논리나 경험을 따라가며 배우면서도 아주 친근한 기분이 들어요. 이런 즐거움은 다른 걸로는 대체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2019~2020년 사이에는 가난과 계급, 불공정이 화두였기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고 특히 벨 훅스의 를 읽다가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나도 꼭 이런 글을 써야지 다짐했고요(관계자님이 보신다면 절판된 이 책을 제발 다시 내주시길 탄원합니다). 최근엔 육아와 교육, 부모됨에 관심이 많아서 ‘룽잉타이 인생 3부작’ 세 권을 인상 깊게 읽었고요. 유유출판사에서 낸 , ,  을 막 읽기 시작했어요. 동시에 여러 권을 펼쳐두고 읽는 편이거든요.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작 에서 했던 질문이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였다면 이번에 새로 낸 책 는 ‘무례한 세상 속에서 나를 어떻게 키워나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상처를 받던 때를 지나서 상처를 주게 되고, 아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두려워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어른들에게 덜 지치고 오래가는 생활의 요령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어요. 제 이야기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소한 책 속에서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희망을 갖는 것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시기이지만, 함께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끝내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멈춰 서서 울게 되겠지만, 울면서도 걷는 걸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느새 믿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온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인상 깊은 책을 고르는 건 항상 너무 어려워서 이번에는 선정 기준을 좁혀봤습니다. 1. 이걸 핑계로 감사편지를 전할 수 있는 분의 책을 고르자. 2. 이 편지가 우연히라도 닿으려면 생존해 계시는 한국 작가를 대상으로 하자. 3. 내신 책을 빠짐없이 읽어본 사람을 대상으로 하자, 라는 기준으로요. (저 혼자) 내적 친밀감이 깊은 분 위주로 쓰다보니 너무 팬레터 같기도 하네요. 

명사 소개

정문정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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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작가 : 문학가

최신작 :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

작가이자 강연자.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더 좋은 곳으로 가자』를 썼다. 5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아시아 6개국에 수출되었고 2018년 대구 올해의 책, 예스2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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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추천

미래에서 온 편지

현경 저

어떤 고통도 반짝이게 만들 수 있고, 한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으면 자신을 구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구할 수 있다고 선생님은 알려주셨어요. 여신처럼 모두를 사랑하려면 일단 자신부터 사랑해야 한다면서 실천해볼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치셨죠. 선생님이 쓰신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연약함의 힘』도 저는 아주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모 같은 천사가 옆에서 친근하고 다정하게 계시를 내려주는 듯 느껴졌어요.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이 책을 구명정 삼아 건너온 것 같아요. 아름답고 우아하게 투쟁하는 법에 대해 선생님은 열정적으로 말씀하셨어요. 글 쓰는 사람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으면 문장에서 어떤 울림이 생겨나는지도 배웠고, 한 개인의 자아 찾기 여정이 결국 신학적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서 선생님 영향으로 종교학 공부에 심취하기도 했어요. 큰 분노, 큰 한, 그리고 큰 저주(살)를 뛰어넘은 사람들은 큰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약속을 저는 오래 기억합니다. 선생님은 제 맘 속 큰이모예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저

학위가 있지 않더라도, 대단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어도,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자기 경험을 세상 속에서 해석하고 사유의 결과를 치밀하게 엮어내면 위력적인 글쟁이가 된다는 것을 선생님 통해 보았어요.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쓰기의 말들』도 좋아하지만 이 책엔 특히 ‘최전선’이라는 제목처럼 강인하고 강렬한 기운이 스며 있어요. 이 책을 모두 읽은 후에도 글을 써보지 않기가 더 어려울 거예요. 선생님 책엔 흉터가 많고 그래서 흉터 있는 사람을 잘 알아보는, 부끄러움이 많고 성찰하는 어른만의 고유한 문장이 있어요. 김수영과 조지 오웰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반가운 마음이 드는데 선생님 책을 보면 독서 취향이나 좋아하는 시의 취향이 비슷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이 책의 영향으로 저는 짬이 날 때마다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참석하게 됐지요.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는 이 책의 부제는 제가 글쓰기 수업 모임장이 될 때도 꼭 강조하는 말이고요. 몸을 통과해서 나온 글이 타인에 대한 연민 또는 이해와 만날 때 어떤 시너지가 생기는지 선생님은 글을 통해서 항상 보여주고 계셔요. 오래오래 글 써주세요.

뜨거운 피

김언수 저

선생님을 생각하면 양가적인 감정이 들어요. 선생님이 너무 좋으니까 떵떵거리며 사시길 바라요. 미국에 억대 계약금을 받고 책을 수출하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저희 남편 승진했다는 말 듣던 날만큼이나 기뻤어요. 인세 많이 받으셔서 선생님 하고 싶으신 거 다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편 선생님 책이 너무 띄엄띄엄 나오니까... 돈이 좀 부족하시면 속도를 더 내시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악담하는 건 아니에요) 선생님 책을 읽을 때면 세상을 겪어보고 꿰뚫어보는 어른만이 할 수 있는 깊이가 아득하게 느껴져요. 선생님 작품은 언제나 최근작이 대표작이고요. 한 북토크에서 “선의를 던지면 선의가 돌아오고, 불의를 던지면 불의가 돌아온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대해 아는 분명한 진실”이라고 하셨던 적도 있는데 저는 그 말 절대적으로 믿어요. 쓰신 책 모두 1쇄로 가지고 있는데 저한테 ‘기필코 행복하세요’라고 사인도 해주셨잖아요. 그 말도 한 번씩 떠올려요. 저 같은 독자가 많으니 신작 좀 ‘기필코’ 빨리 내주세요.

유혹하는 에디터

고경태 저

사람들이 자꾸 물어봐요. 제목 잘 짓는 비결이 뭐냐고. 사실 기자님께 배웠어요. 제가 잡지사에 입사한 첫해에 고경태 기자님 책을 읽고 감명받아 한겨레문화센터에도 수업 들으러 갔었는데요. 그때 기자님이 항상 피곤해 보이셔서(송구하지만 피곤에 ‘쩔어 보였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네요) ‘아, 강의 전날이 항상 마감일인가보다’ 했었는데 나중에 저도 일을 오래 하게 되면서 알았어요. 그건 그냥 마감 있는 사람의 직업병 같은 기운이었단 걸요. 수업중에 저한테 제목 잘 짓는다고 칭찬해주신 적도 있는데 기억 못하시겠죠. 후배들에게 이 책 선물해주면서 유혹하는 에디터가 되자고 한 적 많아요. 제목을 지을 때 이게 최선인지, 더 매력적일 수는 없었는지 속으로 계속해서 물어보도록 만들어준 책입니다.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 저

대학교 1학년 때 『헌법의 풍경』을 읽고 너무 놀랐어요.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전공에 관해 이렇게 쉽게 알려줄 수도 있구나 하고요. 한번은 도서관 로비에서 통화중이셨는데 기다려서 인사했더니 뒷걸음질치며 인사를 받아주시던 모습이 기억나요. 그때 베이지색 면바지 입고 계셨다고까지 말하면 제가 너무 미저리 같을까요? 주제가 종교든, 법률이든, 공부든 선생님이 쓰신 걸 볼 때마다 정말이지 글로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바꾸고 싶어하시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며 감탄했습니다. 그런 애정 때문에 필사적으로 쉽게 쓰시고 또 치열하게 비판하시는 거겠지요. 선생님 책을 따라 읽어가며 저 또한 술술 읽히지만 깊이 있는 대중서를 쓰고 싶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쓰신 책 중 가장 내밀한 고백이 많이 나오면서도 누구든 공감하고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서 추천하고 다녔어요. 요즘은 신간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언제쯤 뵐 수 있을까요?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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