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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의 진짜 의미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 배혜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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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는 현직 교사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초중고 12년 교과서 공부 전략의 모든 것을 담은 자녀 교육서다. (2023.05.26)

배혜림 저자

초등부터 대입까지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을 쏟아부으며 입시 레이스에 뛰어들지만, 시험지만 받아 들면 문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흥미를 잃는 아이들이 수두룩한 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는 현직 교사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초중고 12년 교과서 공부 전략의 모든 것을 담은 자녀 교육서다. 배혜림 저자는 공교육 현장에서 21년간 아이들을 지켜보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해 내는 힘, 그리고 최상위권 성적을 결정하는 중요한 차이는 바로 '교과서 한 권을 정확히 이해하는 힘'에 있다는 사실을 깊게 깨쳐 이 책을 썼다.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학교에서 수업하고 반 아이들 챙기고 지내고 있어요. 책을 출간한 덕에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이렇게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라는 제목이 강렬하면서도 다소 파격적인데요. 어떤 의미로 제목을 쓰셨는지, 또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셨는지요?

저는 21년 차 중등 교사인데요. 그동안 학교에서 만난 수많은 아이가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시험을 볼 때마다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이 많았어요. 선생님들은 시험 문제를 교과서와 수업 내용에서 출제하는데도요. 그 아이들에게 교과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해야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고요.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몰라 헤매는 아이들도 많은데, 그 아이들에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교과서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문제집을 많이 푸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님은 책에서 "사교육이 나쁘다"라거나 "교과서로만 공부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훨씬 본질적인 내용을 다루어주셨는데요. 특히 '지속 가능'’과 '교과력'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아이들의 인생은 사진처럼 그 순간에 멈춰져 있지 않아요. 모든 것이 이어져서 흐르지요. 마치 영화 같이요. 우리 아이들의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초등학교 1학년에 배운 내용이 초등학교 1학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더 나아가 중고등학생 때까지 쭉 이어집니다. 그것을 나선형 교육 과정이라고 해요. 저는 저희 아이를 가르치다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이 비슷해서 무척 놀랐던 적이 있어요. 학교급이 달라진다고 해도 아이들의 교육의 내용이 쭉 이어지는 거죠. 

선생님들은 늘 교육 과정을 다루기에 그것들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알지만, 학교에서 근무하지 않는 일반 학부모님들은 그 흐름을 알기 어려워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 흐름을 가장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교과서예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교육을 하는 이유는 결국 학교 공부를 잘하기 위한 것이잖아요. 그 학교 공부는 교과서를 바탕으로 하고요. 그렇다면 우리의 공부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보다 적은 양이라도 조금씩 비가 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학습량이 너무 많으면 아이들이 공부에 질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조금씩 공부하면서 공부하는 재미를 안다면 공부에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해야 하고 공부의 내용이 너무 많거나 어렵지 않아야겠지요. 거기에 딱 맞는 교재가 교과서라고 생각해요. 

성적을 산출해야 하는 중등 교사로서 다소 엉뚱한 생각이긴 한데, 저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공부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너무 빨리 달리는 대신 바탕을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다지면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속 가능성과 교과력을 강조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디지털 교과서나 배움 노트처럼 부모 세대 때는 없던 학습 도구들도 많아졌고요. 아이의 교과서를 한 번도 펼쳐본 적이 없다는 부모님들도 계시는데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막막한 학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작가님만의 특별한 교과서 활용법이 있을까요?

교육 과정이 많이 달라졌지요? 요즘 교과서는 알록달록하게 예쁘고, 각종 자료가 굉장히 많이 제시되어 있어요. 처음 들어보는 용어도 많고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시지 않아도 돼요. 저는 디지털 교과서보다 종이 교과서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가정에 교과서를 하나 더 구비해 주시는 걸 추천하고요. 그게 아니라면 아이가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거나 디지털 교과서도 괜찮아요.

저학년이라면 책에 글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와 그날 배운 부분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하시는 걸 추천해요. 1단원부터 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으시고요. 교과서를 읽고 교과서에 수록된 도서도 읽히세요. 교과서에는 분량의 문제로 작품 전체를 싣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일부만 보면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좁거든요. 작품 전체를 알면 작품 이해가 더 쉬워져요.

교과서에 글이 나오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의 교과서 부분을 아이와 함께 읽으시면 됩니다. 교과서를 읽다가 아이가 교실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같은 것을 이야기하면 그런 이야기도 들어주시면 돼요. 그 상황이 떠오르면 학습 내용이 더 잘 떠오를 테니까요. 고학년이 되면 잘하든 못하든 중요한 부분에 줄을 긋거나 표시하면서 읽으면 되고요. 이때 각 단원의 학습 목표를 잘 살펴보세요. 그 단원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제시된 부분이 학습 목표거든요. 학습 목표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아이와 수다 떨듯이 이야기를 나누면 부담스럽지 않게 교과서를 공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작가님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시잖아요. 교육자이자 학부모로서 아이들을 가르치실 때 어떤 어려움들이 있으셨나요?

왜 자기 자식을 가르쳐보면 친자 확인이 된다고 하잖아요. 학교에서는 친절한 선생님이지만 집에 가서 아이를 가르치려 하면 저도 모르게 화가 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더라고요. 초등 3학년 때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려고 국어, 사회, 과학 문제집을 산 적이 있어요. 가능한 화를 안 내려고 제일 얇은 문제집으로 샀는데도 아이가 그걸 제대로 안 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화가 나더라고요. 결국, 학기가 끝나고 문제집은 반 정도 푼 상태로 버렸어요. 그 뒤로 가능한 문제집을 구입하지 않았어요. 문제집으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지 않으려고요. 그날 배운 내용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21년 동안 교직에 계시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보셨을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 제자가 있어요. 카이스트에 합격한 제자인데, 이 아이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은 아이였거든요. 그런데 이 아이의 질문이 참 재미있었어요. 다른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고 나서 저에게 질문을 할 때 "선생님, 이 단어는 무슨 뜻이에요?", "선생님,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돼요" 이런 질문이었는데, 그 아이는 "선생님, 아까 수업 시간에 이렇게 설명하셨는데, 이렇게 설명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고 나름대로 자신이 생각한 것과 비교해서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때가 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지 10년 정도 됐을 땐데, 그런 식으로 질문하는 아이는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그 작품을 왜 그렇게 해석해야 하는지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삶과 연결해서 다시 설명해주면 그제야 그 아이의 표정이 '아!'하는 표정으로 바뀌더라고요. 그러면 그 질문과 관련해서 자신이 궁금한 것을 다 질문하고 해결이 되어야 돌아갔어요. 덕분에 쉬는 시간 10분을 다 사용했었지만 매시간 교재 연구할 때마다 그 아이가 이 작품에서는 무얼 질문할까 미리 생각하면서 준비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다른 기억에 남는 아이들도 많지만 그 아이가 제일 생각이 나네요.

마지막으로, 12년의 기나긴 공부 레이스 위에 올라탄 아이와 학부모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것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12년이라는 기나긴 마라톤을 하는 겁니다. 마라톤은 짧은 시간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100m 달리기와는 다릅니다. 결승점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코스별로 자신의 체력을 잘 안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 내다봐야 해요. 마라톤 초반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면 끝까지 달리지 못하고 지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 자꾸 조급해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그 조급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면 아이는 오버 페이스 할 수 있어요. 12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깁니다. 조금만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어요.



*배혜림

21년 차 현직 중학교 교사이자 중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학부모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켜보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공부해나가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교과서 공부임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성적이 우수한 아이일수록 교과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반면 교과서 공부를 등한시하는 아이는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쉽게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교과서 공부만 제대로 했을 뿐인데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들과, 선행 학습은 기본이고 문제집을 수백 권씩 풀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 아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의 공부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 질문의 답을 제시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를 썼다.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
배혜림 저
카시오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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