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작가의 야심작 <변비 탐정 실룩> 시리즈
『변비 탐정 실룩 1』 이나영 작가 인터뷰
『변비 탐정 실룩 1』는 저학년 대상의 탐정 동화로, 세계 최초 변비 걸린 명탐정이 등장한다. 원래 흰토끼인데, 똥을 누지 못해서 온몸이 붉은 채로 수사를 진행하는 실룩의 모습은 어쩐지 짠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2023.05.26)
2012년 『시간가게』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나영 작가는 깊이 있는 주제, 어린이의 고민을 생생하게 담은 동화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선보인 『변비 탐정 실룩 1』는 저학년 대상의 탐정 동화로, 세계 최초 변비 걸린 명탐정이 등장한다. 원래 흰토끼인데, 똥을 누지 못해서 온몸이 붉은 채로 수사를 진행하는 실룩의 모습은 어쩐지 짠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강력한 캐릭터가 압권인 이번 동화는 잘 쓰인 탐정물답게 짜임새 있는 전개, 치밀한 구성까지 갖추어 추리하는 즐거움 역시 보장한다. 영국에 셜록 홈스, 일본에 엉덩이 탐정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실룩 탐정이 있다는 야심 찬 포부로 돌아온 이나영 작가를 인터뷰로 만나 보자!
탐정 이름이 '실룩'이라니 입에 잘 붙고 귀여워요! 어떻게 지으셨는지 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셜록 홈스>를 좋아해서 언젠가는 재미있는 탐정물을 쓰고 싶었어요. 해바라기씨 초콜릿을 먹다가 토끼 캐릭터가 떠올랐는데, 이름이 바로 떠오른 건 아니에요. 토끼 특징에 맞는 어휘들을 고민하던 중에 코를 실룩, 엉덩이를 실룩하는 모습이 떠올라 '실룩'으로 이름 짓게 되었어요. 짓고 나서 보니까 탐정 이름으로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명탐정에게는 언제나 완벽한 조수가 있는 것 같아요. 소소는 완벽한 조수인가요?
우리도 그렇듯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는 것 같아요. 소소뿐 아니라 실룩 탐정도 그렇고요. 각자의 부족하고 서툰 부분을 서로 채우는 거죠. 그 힘으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소소는 실룩 탐정에게 완벽한 파트너겠네요.
실룩이 변비에 걸렸다는 설정이 탐정이기 때문에 더 독특하고 재미나게 다가와요. 어떻게 해서 '변비' 걸린 탐정을 생각해 내셨나요?
어른은 물론 어린이들도 변비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들었어요. 식습관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도 원인이라고 해요. 저 역시 글이 잘 안 풀리거나 특히 강연 전날에는 그럴 때가 많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글이 완성되고 또 강연을 마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거예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누구보다 고민하는 탐정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만든 캐릭터예요. 어린이들이 공감하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실룩이 과민 대장 증후군 때문에 수사가 꼬이거나 하는 일도 있을까요?
1권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언젠가는 변비 때문에 실룩도 안타까운 상황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배가 아파서 사건에 집중을 못 한다거나 중요한 순간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하는 상황이요. 탐정뿐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죠. 중요한 것은 변비 때문에 일이 꼬이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 순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사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소소는 수다쟁이인데 어째서 실룩이 원래 흰토끼라는 사실은 소문내지 않는 걸까요?
실룩과 소소는 평소에 티격태격하다가도 늘 서로를 믿고 의지해요. 그 바탕에는 상대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요. 소소는 실룩이 변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기에 그 아픔을 놀리거나 소문내지 않는 거죠. 그리고 소소에게 실룩의 피부색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붉은 토끼이든, 흰토끼이든 소소에게 있어 실룩은 그냥 실룩이죠.
고전 명작 <백설 공주>가 나와서 어린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것 같아요. 혹시 권마다 의도하신 장치이실까요? 1권 <백설 공주> 이야기로 작가님께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고전 명작을 모티브로 창작한 동화가 맞아요.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이야기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생각할 거리도 담고 싶었고요. 1권 <백설 공주>에서는 가짜 뉴스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가려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필요한 일인지를요. 어린이들이 8컷 만화를 보며 가짜 뉴스의 위험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정보를 바르게 선별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리즈라고 하니 다음 권이 궁금해요. 어떤 사건이 펼쳐지는지 조금만 공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탐정물이라 스포일러를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1권 에필로그에 우페 기자가 쓴 신문 기사가 나와요. 기사 마지막에 실린 광고가 2권 이야기의 힌트예요. <라푼젤>을 모티브로 사건이 펼쳐지는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이나영 1973년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문예창작을, 대학원과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아동문학과 동화 창작을 공부했다. 『시간 가게』로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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