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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변호사 "세상은 아직도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어요"

『물건이 아니다』 박주연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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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니다』는 변호사가 된 2012년부터 곧바로 '동물권 변호사'를 자처한 저자 박주연이 새로워진 동물 보호법의 조항들을 분석·설명하고, 그렇게 파악한 법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사회의 동물권 현주소를 담고 있다. (2023.05.26)

박주연 변호사

『물건이 아니다』는 변호사가 된 2012년부터 곧바로 '동물권 변호사'를 자처한 저자 박주연이 새로워진 동물 보호법의 조항들을 분석·설명하고, 그렇게 파악한 법을 통해 들여다본 우리 사회의 동물권 현주소를 담고 있다. 그는 기존 법이 엄벌하지 못했던 동물 학대 행위자의 잔혹함과 보호자의 태만, 또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동물의 권리를 꼬집으며, 개정된 법이 가진 가치와 기대되는 실효를 우리 앞에 펼쳐서 보여준다. 동시에 선진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새로운 법에도 담기지 못한 '동물이 행복할 권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로써 책은 동물과 인간의 다음 챕터를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가 되고자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로 12년차 변호사 박주연입니다. 현재 동물권을 위한 활동을 하는 'PNR'이라는 변호사 단체를 설립해서 동물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동물권 변호사는 동물의 현실을 알리고, 그것을 법적으로 개선하려는 여러가지 활동을 합니다. 개를 감전시켜 죽인 것이 학대가 아니라는 부당한 법원 판결에 의견서를 내거나, 동물이 피해를 입은 사건을 고발하는 일, 다른 동물 복지 선진국들의 법을 연구하고 우리나라 법 개정을 제안하는 일, 동물권과 동물법 강의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왜 동물권 변호사가 되었나요? 과정 중 힘든 점은 어떤 것이 있으셨나요?

제가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1년에 사진 한 장을 보게 되면서부터였어요. 그 전에는 동물을 좋아하긴 했어도 동물의 권리나 현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제가 사법 연수원에 있을 때 우연히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발간한 잡지 속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한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살아있는 새끼 돼지의 사지를 묶은 채로 사방에서 잡아당겨 아주 고통스럽게 그를 죽인 현장이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폭력의 대상이 된 동물에 대한 죄책감,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매우 괴로웠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그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할 권리까지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때부터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동물의 권리, 삶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바로 이듬해 변호사로 실무를 시작하면서 변호사로서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러한 마음으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힘든 점은 아무래도 동물이 처한 현실과 동물권의 현주소를 잘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동물들의 현실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어요. 동물 학대 대부분이 구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문제를 당장 발본색원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무력감, 좌절감도 업무를 해나가는 데 무게를 더하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힘든 점이 이 일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이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물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이 문제가 환경 문제, 나아가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계속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생물 다양성 감소와 환경 침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혐오, 힘과 이윤의 지배 논리, 인간성 상실과 같은 문제들은 생명체인 동물을 인간을 위한 수단, 혹은 물건처럼 다뤄온 그간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당사자인 동물을 위해, 또 인간을 위해서도 시급히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바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이에 공감하는 많은 분과 문제 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물건이 아니다』를 쓰게 됐습니다. 

동물은 아직 법적으로 물건입니다. 이러한 관점에 변화가 없다면, 동물은 이제까지의 착취, 학대로부터 앞으로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도 계속 약할 수밖에 없겠고요. 푹푹 찌는 날씨에 동물이 차에 갇혀 있어도 창문을 깨고 그를 구하는 행위가 재산권 침해로 도리어 처벌될 수도 있는 거죠. 피해를 입은 동물에 대한 구제 역시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랜 기간 감정을 교류하며 가족으로 살아온 반려동물은 그 어떤 대상으로도 대체될 수 없음에도, 그 피해에 대한 배상은 그 동물과 같은 종류, 나이대 동물의 시가로만 이뤄진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로 인해 보호자가 정신적 피해를 입어도, 그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되지도 않습니다. 국민들의 향상된 동물권 의식에 맞춰 전향적인 판결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판결은 재판부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법으로 규정된다면, 그 선언만으로 생명으로서 동물이 더욱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겁니다. 동물 보호자의 책임과 학대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수 있습니다. 또, 동물의 피해로 인한 손해 배상도 적극적으로 구제될 수 있게 되겠지요.

우리나라 동물 보호법이 정하는 형량, 판사들의 실제 판결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떠한 수준인가요?

동물 보호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그보다 훨씬 낮고, 다른 국가들에 비교하더라도 가벼운 수준입니다. 동물을 아무리 잔인하게, 또 많이 죽였다 해도 대부분 벌금형을 받고 맙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다른 사람의 강아지를 건물 옥상에서 던져서 죽게 한 사람에게 벌금 150만 원 형이 선고됐는데,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 토끼를 밀폐 용기에 넣어 10시간 동안 서서히 죽게 한 사람에 대해서도 그 방법이 잔인하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동물 관련 법은 어떤 것인가요?

동물을 학대한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동물을 구해서 학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 독일, 영국, 스위스 등 많은 나라가 최소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 한해 일정 기간 혹은 영원히 동물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대 행위자의 소유권을 중시한 나머지, 그가 학대 동물을 다시 만나거나 향후 동물을 보유하는 데 대한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발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지요. 따라서 학대자가 동물을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보호자들에 의한 방치, 유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책임 의식 없는 자가 동물을 기르지 못하도록 보호자 자격을 강화, 검증하는 법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동물 학대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우리가 동물 학대 문제를 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한 판결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유정우 판사의 판결문인데요. 고통을 호소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경시 행위입니다. 그에 대해 우리가 더욱 신경쓰고 방지해야 하는 이유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언젠가 그 학대나 폭력 행위를 사람에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동물 학대 행위는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장 미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위이고, 사회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존재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에 해당합니다. 그러한 행동을 용인하거나 그 위법성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 밖의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내지 차별적 행동, 폭력적 행동까지도 간과하거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동물 학대 행위를 막는 것은 동물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 구성원의 존중과 배려 및 보호라는 관점에서 인간 자신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동물 보호 행위는?

사실 우리 각자가 동물과 환경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습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처럼 일주일에 하루라도 육식을 하지 않는 일, 좁은 케이지에 갇힌 닭이 낳는 난각 번호 4번 계란 대신, 자유롭게 방사되어 사는 닭이 낳은 1번 계란을 소비하는 일도 있겠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이나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 동물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쓰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동물을 반려하는 사람은 자신의 동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당 동물의 습성을 제대로 파악해 그가 최대한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겁니다.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유행이라는 이유로 동물을 키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학대와 착취를 동반하는 펫 숍에서의 구매를 지양하는 것도 중요하겠습니다. 적극적인 신고 역시 학대받은 동물을 위한 행위일 거예요. 만일 동물 학대를 목격한다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경찰에 신고하고 관할 구청에 연락하여 해당 동물의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동물의 현실을 개선하는 법 개정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입법을 청원하는 일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작은 실천을 행하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러한 변화가 곧 '동물권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표로 이어질 테고요. 이 모든 일이 동물, 그리고 우리 인간을 위한 일임을 모두가 인지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박주연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적 꿈을 좇아 법대에 진학했다. 사법 연수생 2년 차에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을 계기로 동물의 삶과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변호사가 된 2012년부터 1년간 동물권행동 카라와 함께 동물보호법 개정 활동을 했고, 2017년에는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단체인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을 공동 설립했다. 동료들과 동물권 소송, 입법 제안 등 동물의 권리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물건이 아니다
물건이 아니다
박주연 저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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