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광 “삶과 삶 사이에도 균형이 필요해요”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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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영역을 동시에 유지하며 균형을 꾀하는 삶이 제게 잘 맞는 거 같아요. 어느 하나를 대단히 잘 하고 싶은 마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더 만족스러운 거죠. (2020.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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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김성광 저자는 12년 차 서점 직원이다. 회사에서는 매일 거래처를 상대하며 출판 동향을 살피고, 회사 일이 끝나면 아이와 놀아주고 교감하기 위해 정시 퇴근을 고집한다. 집안일과 육아로 저녁 시간을 채우면 ‘나’에게 남는 시간이 없다. 일도, 관계도, 취미도 잘 하고 싶지만 통째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서점 직원으로서 잘하고 싶은 마음, 육아를 잘 하고 싶은 마음, 올바른 방향으로 사회를 고민하는 마음은 모두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같은 회사를 다니며 출근길에 만날 때마다 김성광 저자의 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하루 30분 책 읽는 시간이 절실해 점심 시간을 줄이고 잠을 자는 시간을 쪼개 책을 읽었다. “매일 허덕이면서도 잘하고 싶은 일은 많다.” 지각할까 봐 헐레벌떡 뛰어가는 사람의 눈에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는 항상 모자란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 보듬고 가족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기에는 늘 시간이 없었다.


책 읽기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여러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매일의 아쉬움을 딛고 조각 시간을 모으는 방법, 시간을 온전히 들여 아이를 돌보는 기술, 나 자신에게만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엿보게 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워라밸’을 넘어, 여러 조각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고민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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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내마음’인 제목


제목에 공감한 분들이 많았어요.


원고를 쓰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각 원고를 어떤 흐름으로 배치할 지 정하는 일도 어려웠어요. 하고 싶은 얘기를 잘 전달하려면 원고 배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원고를 쓰는 와중에도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편집자님이 서문을 먼저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서문을 먼저 쓰면서 책에 전반적으로 흐르는 마음이나 메시지를 좀 더 명확하게 정리를 하게 되었고, 이후에 원고 배치도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바로 그 서문의 가제가 ‘시간은 없습니다만 잘하고 싶습니다’ 였어요. 최근 에세이 제목으로 아주 많은 형태죠. (웃음) 가제를 조금 수정해보면서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라라밸’이나 ‘라이프 밸런스’ 같은 말을 활용해 제목에서부터 어떤 메시지를 전달 하고픈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공감대를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최종적으로 제목을 지었어요. 다행히 제목만 보고도 ‘딱 내마음’이라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적절하게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했어요. 육아 이야기와 출판업계 이야기뿐만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는 자기계발로 읽히기도 하고요.


책이 육아 에세이가 될 것이냐,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의 에세이가 될 것이냐 했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저라는 사람을 육아 카테고리로만 묶고 싶지도 않고,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만으로 소개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다른 한편으로 책은 여러 이야기를 묶는 것보다 일목요연할 때 잘 전달된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쓰다 보니 제 원고를 육아나 서점으로 딱 부러지게 나눌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쓰는 글은 저라는 사람을 반영할 수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시간’과 ‘균형’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편집자님의 조언이 있었다고 서문에 썼는데, 어떤 조언이었나요?


처음에는 <채널예스>에 연재한 ‘아이가 잠든 새벽에’ 원고를 보고 책을 내자는 제안을 주셨어요. 자세한 가이드를 주시기보다 자유롭게 일상에 대해 써보라고 하셨죠. 어느 정도의 원고가 쌓이고 나서는 원고에 살을 붙이는 방향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연재 분량이 책 한 꼭지의 분량보다는 좀 적었거든요. 조언에 따라 살을 붙여 나가면서 제 안에 있는지 몰랐던 여러 기억과 생각을 꺼낼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만드는 팁이 많이 녹아나면 좋겠다는 조언이 가장 중요했던 거 같아요. 그런 팁일랄까, 시간을 만드려는 제 노력을 담은 원고들이 책의 앞부분(1부 ‘자고 싶지만 자고 싶지 않은 밤들’)에 배치되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초반부 원고의 방향을 잡아주시니까 이후에 잘 풀렸던 거 같아요. 독자 분들도 앞부분의 원고를 읽으시고 ‘나도 이렇게 해볼걸’ 같은 공감을 많이 표해주시더라고요.


이런 내용의 책을 쓰게 되리라고 상상한 적이 있나요?


늘 읽는 데만 관심 있지 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입사하고 나서 책을 소개하는 글을 쓸 때도 책의 내용을 알린다는 감각이었지,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으로 하진 않았거든요. 책을 팔면서 언젠가 책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건 그야말로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고요. 그러다가 아이를 낳고 너무 바쁘고 피곤한데도 너무 좋은 순간이 많더라고요.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일기를 쓰게 됐는데, SNS에 글을 올리면 보신 분들이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칭찬이 글을 써보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고요. 그러면서 비로소 책을 써보고 싶단 생각도 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글을 많이 쓰셨을 거라 생각했어요. 많이 읽어온 사람이기 때문에 문장이 단단했고요.


글에 대한 관심은 최근의 일이었고요. 제가 쓰는 표현이 다 이제까지 읽어왔던 책에서 왔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러고 보면 책에서 받은 영향은 부정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서점 직원의 입장에서 자신이 쓴 책에는 객관적이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자아 성찰도 많이 하셨을 것 같고요.


책을 쓰는 동안엔 그저 제 생각이 잘 드러나도록 쓸 수만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팔리는 건 염두에 두지 말고 완성만 잘 하자, 그런 생각이었죠. 그런데 내놓고 나니 욕심이 나는 거죠. (웃음) MD는 한주에 몇백 부 이상 나가는 책을 늘 보고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눈높이가 좀 높게 형성되거든요. 물론 스스로 제 책을 많이 나가지는 않을 것 같다는 나름의 객관화를 했지만, 제가 늘 봐오던 책과 제가 쓴 책 격차를 눈으로 실감하는 일은 솔직히 씁쓸했어요. 지금은 좋은 공부라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 작가님이나 출판사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겠죠.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서 일하기 때문에 온라인의 판매 흐름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오프라인 시장은 그만큼 잘 알지 못하거든요. 책을 내고, 책의 판매 추이를 살피면서 조금은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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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가족, 일, 사회


시간을 10분씩 떼어서 어떻게든 활용하는 시도가 나와요. 지하철에서 책 읽기가 대표적인 게 될 테고요.


예전에는 한 시간, 두 시간 정도는 시간이 있어야 운동 시간으로 썼어요. 이제는 30분만 나도 운동을 한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꿨어요. 사실 운동 효과가 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론 그 정도 시간 내기도 쉽지 않으니까요. 지금은 10분, 20분 단위의 시간에도 계획을 짜요. 이번 주말에 뭐할지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10분이 빌 것 같은 시간을 확인하고 그 시간에 주말 계획을 짜기로 계획하는 거죠.


계획을 짜는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군요.


계획 짜는 시간을 남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치밀해야 하거든요. 치밀하게 계획하려면 시간이 걸리고요. 저는 계획을 세울 때 항상 두 가지 시간을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가 계획을 짜기 위한 시간이고, ‘멍 때리는 시간’이 그다음이에요. 계획을 못 지켜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아니고, 여유를 부릴 시간도 포함해야 계획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은 없지만, 잘하고는 싶’은 일에는 무엇이 있나요?


계획을 짤 때 항상 네 개의 카테고리를 염두에 둬요. 나, 가족, 일, 사회, 이 네 가지가 가장 잘하고 싶어하는 일이에요. ‘나’ 영역은 책 읽을 시간을 조금 만들어주면 대부분 충족돼요. ‘일’에서는 항상 여러 권의 책을 연결해서 읽는 형태로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분명히 한 권을 읽을 때와는 다른 세계가 열리거든요. 하지만 책 한 권을 소개하기도 어려운데 여러 권을 묶어서 소개한다는 게 쉽진 않죠. ‘가족’에서는 아이를 잘 키우면서도 아내와 같이 균형을 잡았으면 해요. 저만 시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아내가 시간을 만들어서 스스로 목표하는 것에 충분하게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몫을 하고 싶은 거죠. 아내가 하는 일에 피드백해줄 만큼 아내의 일에 관심을 깊게 쏟을 시간을 내고 싶고요. ‘사회’ 영역은 시사 이슈를 살펴보고 제 생각을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것도 있고요. 간단하게는 분리수거하는 데 시간을 조금 더 갖고 싶다거나 하는 일이에요. 집에서 정리할 시간이 너무 없는데, 분리수거를 잘하려면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하잖아요.


‘나’의 시간과 ‘사회’의 시간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 같진 않아요. 나를 위한 시간을 쓰더라도, 내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가와 연관이 있잖아요.


그렇긴 해요. 어떤 일을 하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행위를 할 때 사회에 큰 도움은 안 될지라도 세상이 굴러가야 할 방향의 반대쪽으로 영향을 미치고 싶진 않아요. 그러려면 잘 굴러가는 방향이 어딘지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하죠. 개인으로든, 서점원으로든, 가족의 일원으로든 다 그런 생각 아래서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기사든 책이든 여러 자료를 살피고 깊이 생각하며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늘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게 고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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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어서 시간을 잘 쓰는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었을 거예요.


정확히 따지면 ‘이런 방법도 있어’보다 ‘이렇게 해도 불가능하다’는 마음을 더 나누고 싶어요. 조각 시간을 아무리 만들어 써도 잘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잘하는 기분이 들지 않아요.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견히 여기고, 언젠가는 잘하게 될 거라 막연히 기대할 뿐이죠. 그래서 개개인이 시간을 짜내서 활용하는 거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라는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주 52시간 근로시간도 많이 줄어든 거지만, 이것만으로는 삶이 요구하는 것들을 챙기기에는 많이 부족해요. 저는 칼퇴근이 가능한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봐 주시는 아버님과 어머님이 계신데도 힘든 거잖아요. 개인이 이 안에서 최선을 다하긴 해야 하지만, 개인 보다는 사회의 시간 배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노동시간이 훨씬 더 줄어들고도 유지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겠죠. 그런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 가지려 해요.


‘워라밸이 아닌 라라밸’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서점 직원으로 일하다 보면 라이프가 워크가 되는 순간이 있고, 워크가 라이프가 되는 순간이 있어요. 워크랑 라이프 사이에 밸런스를 잡는 게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각각 놓인 상황에 따라 워크와 라이프는 하나가 될 수도 있고 하나가 될 수 없기도 해요. 혼자 살 때는 퇴근하면 책 읽고, 읽은 책을 바탕으로 회사에 써먹는 식으로 일과 삶이 하나였어요. 그리고 그 삶이 좋았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니 확실히 일과 구분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퇴근 후엔 집안일과 아이와 노는 일에 시간을 거의 다 할애해요. 집안일과 육아도 일과 연결지으려면 쉽지 않죠. 이 책에서는 균형을 이야기했지만, 만일 일을 잘하고 싶어서 회사 바깥에서도 계속 일에 집중 한다면, 그래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도 좋은 삶이라고 생각해요. 일과 자기 삶의 궁합이 좋은 것도 행운이잖아요. 하지만 저는 여러 영역을 동시에 유지하며 균형을 꾀하는 삶이 제게 잘 맞는 거 같아요. 책에도 썼지만 어느 하나를 대단히 잘 하고 싶은 마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더 만족스러운 거죠. 물론 인생이 흘러가고 아이가 크고 나면 다시 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늘어날 순간이 올 수도 있겠죠.


남성 양육자로서 양육을 하는 것을 칭찬하는 리뷰도 있더라고요. 아직 여성 양육자가 주양육자가 되기 쉬운 사회여서 그런 리뷰가 있었던 거겠죠?


SNS에 양육 일기를 올리면 ‘좋은 글이지만 아내한테는 안 보여줄 거다’라는 남성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어요. 동시에 독자리뷰에는 ‘우리 남편 보여줘야겠어요’, ‘남자가 쓴 책이라니 놀라워요’ 같은 반응도 많고요. 육아에 동참하는 남성들이 많이 늘고 아빠 육아 에세이도 굉장히 흔해졌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남성들은 여성들만큼 양육 책임을 자기 것으로 무겁게 느끼진 않는 것 같아요. 아이는 함께 낳는 거니까, 부모가 아이에게 해야할 역할과 책임은 당연히 공동의 것이죠. 이런 논리적 명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라 생각해요. 다만 그 명제를 삶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겠죠. 생각과 삶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는 마음의 역할도 컸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육아는 같이 하는 게 옳은 거지’ 하고 생각만 했다면, 아이가 생기자 아이가 정말 나랑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챙기고 돌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더라고요.


육아 분담이 화제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남의 육아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도 있고요. 남의 시선이 육아를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주변 의견이 많으면 신경이 쓰이고 에너지가 드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을 해요. 기존 성별 분업에 따라서는 하지 않겠다는 큰 원칙 정도만 세우고 사는데, 살다 보면 성별 분업을 거스르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없어져야 하지만 개인의 범위 안에서는 개인이 너무 힘들 정도로 노력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넘어설 부분은 넘어서고, 넘어서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드는 부분에서는 굳이 넘어서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균형을 만들어가려고 하고요. 물론 ‘넘어서지 않아도 된다’를 핑계나 합리화의 근거로 삼아선 곤란하겠죠.


잘하는 사람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분업화가 되는 경우가 많죠.


사실 육아가 효율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우리는 시간이 없으니까요. 요리는 아내가 잘 해서 아내가 더 하게 되고, 쓰레기 정리는 제가 더 잘하고 때로 무거운 경우도 많아서 제가 전담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을 아이가 다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효율만 따지면 안 되고, 아이가 어떤 걸 당연하게 여기고 어떤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과정을 부모가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는 아이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사회니까요. 우리 역시 성별분업 사회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야죠.


딸인 지안이가 커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떨까요?


네다섯 살 이전의 기억은 잘 남지 않잖아요. 지안이와 같이 있었던 에피소드가 꽤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 기록을 남긴 게 제일 뿌듯했어요. 아마 커서 읽으면, 더 이상 기억에 없는 자신을 읽으며 좋아하지 않을까요. 주말이나 평일 밤에 아빠 글 써야 되니까 나갔다 온다고 하면 별로 안 좋아했는데, 지안이 이야기 쓰러 가는 거라고 하면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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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아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


저도 그렇지만, 회사 근무 시간이 한 시간 단축됐어요. 지금은 줄어든 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항상 딸하고 노는 시간이 모자랐거든요. 퇴근해서 씻고 밥 먹고 집안일 조금 하면 금방 재워야 할 시간이에요. 딸은 더 놀자고 하면서 밤 열두 시까지 안 자고는 했어요.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나서는 그래도 조금 일찍 재울 수도 있고, 조금 더 놀아줄 수도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물론 지금도 계속 더 놀고 싶다고는 하지만요.


저희도 계속 놀고 싶잖아요. (웃음)


그렇죠. 자기 전에 매일 “그럼 내일 만나”라고 이야기해요. 그럼 딸은 “아빠, 내일 저녁에 만나요”라고 답하죠. 아이에게 아빠는 저녁에야 만나는 사람인 거예요. 그런데 아이는 저와 노는 시간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짠한 마음이 있어요.


지안이에게는 이 질문이 자주 돌아오겠지만, 작가님의 장래희망은 무엇인가요?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직장에 오래 다닌다기보다 책을 매우 잘 아는 사람으로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게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지 알 수 없는 게 어렵고, 또 절대적인 양으로는 지금까지도 꽤 많이 읽은 것 같은데 책을 어떤 식으로 읽어야 내가 책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 그 길을 알 수 없어서 어려워요.


MD 일을 거쳐 지금은 법인서비스 업무를 하고 계시다고요.


이제는 책을 추천한다기보다, 이미 구매 리스트를 제시받고 거기에 맞게 책을 공급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기존의 일반 고객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학교나 기업, 도서관, 책방 등 제가 그동안 상대하지 않았던 출판 시장을 상대하는 거죠. 독자 분들이 얼마나 좋은 책을 알아봐 주시는가도 출판업계에 중요한 일인데, 동시에 출판사가 제작한 책이 마지막에 독자한테 도착하기까지는 굉장히 다양한 유통과정을 거치거든요. 유통과정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출판사나 여러 형태의 서점에 고루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요즘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동네책방과도 함께 일을 하게 되면서 배우게 된 부분이죠. 온라인 서점은 시장의 일부이고, 그 바깥에도 책이 오가는 넓은 시장이 있거든요. 그동안 전체의 일부분만 보고 일을 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을 다시 시작하고 배우는 느낌이 있어요.


MD는 출판사 분들이 찾아와서 가장 빠르게 신간 소개를 받는 업종이잖아요. 지금은 간접적으로 신간을 만나게 되고요. 아쉬움은 없나요?


그래서 매일 아침 급한 주문을 처리하고 나면 새로 등록된 신간을 쭉 훑어요. 그러니 정보 면에서는 늦지 않는데, 아무래도 책을 처음 만져보는 손맛의 아쉬움이 있죠. MD 일을 하면서 사전정보 없이 눈으로 간단히 살펴본 기억과 손으로 한 번 잡아본 기억을 가지고 이 책이 될 것 같다는 감이 올 때가 있고, 실제로 책을 홍보했을 때 독자들 반응이 오는 경험이 좋은 에너지로 남아있거든요. 책을 추천하는 기분을 못 느끼는 아쉬움은 있죠.


 ‘출퇴근독서’라는 이름의 해시태그를 달아 SNS에 읽는 책을 올리고 있어요. 출퇴근 때 읽는 책 기준이 있나요?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도 아까 말한 네 개의 카테고리를 활용해요. 그리고 1분기는 가족, 2분기는사회, 3분기는 나, 4분기는 일… 이런 테마로 각각 한 분기용 독서 목록을 만들어요. 그런데 서점에 있으니까 계속 신간이 보이잖아요. 계속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죠. 그래서 한 분기에 30, 40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20권은 미리 지정된 주제로 채워놓고 나머지 책은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걸 골라요. 올해 1분기엔 일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어요. 2분기는 가족과 육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을 생각입니다. 따지면 저는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정상 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여기에 안주하면 내 가족의 이미지만 가족으로 보고 살 것 같아서 바깥의 형태를 많이 보고 싶어요.


최근 소개한 책 중 한 권을 말씀해주세요.


윤이형 작가님의 『붕대감기』 가 좋았어요. 서점에서 봐도 페미니즘이 큰 이슈가 되고 정치 의제화도 되고 있는데, 지금의 페미니즘이 흘러가는 지점에 대해 작가님이 이 책에서 짚으신 부분이, 저는 중요하다 생각되었어요. 어떤 오류를 바탕으로 전체를 부정하려는 사람들과, 옳은 것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모두에게 ‘100%의 옳음’을 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류를 혹은 부족함을 간직한 채로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오늘 퇴근길 독서도 정해져 있나요?


오늘은 『페스트』 입니다. TV에서 소개한 책은 굳이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없었는데, 『페스트』 는 왜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나 싶더라고요. 코로나19를 둘러싼 현실을 보면서 『페스트』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같은 고전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김성광 저 | 푸른숲
늘 시간에 쫓기면서도 잘하고 싶은 건 많은 현대인, 워라밸이 중요한 현대인, 오롯이 자기에게 집중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 책을 읽고 싶지만 틈을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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