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경, 이봉섭 “디자인, 새로운 일상을 여는 문 하나”

<월간 채널예스> 2020년 4월호 그래픽노블 『아빠, 디자인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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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알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요. 사용하는 물건이 어떤 디자인의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알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거죠. (20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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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경, 이봉섭 저자

 


디자인은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윤여경, 이봉섭 저자와 작은 소품부터 카페 로고까지 주변에서 디자인을 발견했다. 작은 놀이가 끝나자 묻고 싶어졌다. “디자인이 뭐예요?” 이 단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보그래픽 디자이너인 윤여경 저자가 글을 쓰고,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이봉섭 저자가 그림을 그린 디자인 입문서가 탄생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빠, 디자인이 뭐예요?』는 디자인을 알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책이다. 두 저자는 디자인을 아는 것은 일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갖는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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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경 저자

 

 

두 디자이너의 문제의식이 만나다


디자인 입문서이자 그래픽노블이에요. 처음부터 공동 작업을 생각하셨나요?


윤여경 공동 작업은 이숲 출판사 대표님이 먼저 제안하셨어요. 디자인에 대한 책이니 그래픽노블 형식이 어떻겠냐고요. 섭외하던 중, 그래픽노블을 출간한 이봉섭 작가님을 만났어요. 마침 디자인의 개념을 소개하는 이론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고 계셨더라고요. 이분이다 싶었죠.

 

제목이 ‘아빠, 디자인이 뭐예요’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디자인에 대해 가르쳐주는 형식을 택하셨는데요


윤여경 부모부터 아이까지 전연령대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했어요. ‘아빠’라고 시작하면 아빠들이 주목하고, ‘디자인이 뭐예요?’라고 질문하면 아이들도 관심을 보이겠죠. 실제로 저자 둘 다 아빠이기도 하고요. (웃음) 디자인을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죠.

 

글을 그림으로 옮기는 데 1년 이상이 걸리셨다고요.


이봉섭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설명하는 만화이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자칫하면 딱딱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재미를 더할 수 있을까 신경을 많이 썼죠. 작업 기간이 길어졌지만,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들 정도로 결과물에 만족해요.

 

협업 과정에서 내용도 많이 바뀌었나요?


윤여경 산업 디자인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그린 디자인’ 내용이 추가됐어요. 처음에는 디자인의 부정적인 면까지 담을 생각은 못 했거든요. 그런데 이봉섭 작가님이 먼저 환경 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제안하시더라고요. 속으로 놀랐죠. 제 전공이 ‘그린 디자인’이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신나게 내용을 추가했어요. 결과적으로 디자인의 좋은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 다루는 균형 잡힌 책이 됐죠.

 

디자인 관련 입문서는 많지만, 개념에 집중한 책은 새로워요.


윤여경 시시각각 변하는 디자인 개념을 정리해서 알리고 싶었어요. 시중의 디자인 책은 실무 중심이거나 역사를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보니 정작 디자인을 개념부터 사유하는 책은 없었죠. 이제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아요. 디자인 내부에서도 도구는 빠르게 변하는데, 정작 내용은 텅 빈 게 아닌지 반성하는 움직임이 있거든요.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질문하려면, 개념부터 알아야 하는 거죠.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왜 개념을 알아야 하냐 되물을 수도 있겠어요.


윤여경 디자인을 알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요. 현대인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아가잖아요. 사용하는 물건이 곧 한 사람의 정체성이 되죠. 이때 물건은 자연물이 아니라 디자인을 거친 인공물이고요. 사용하는 물건이 어떤 디자인의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알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거죠. ‘나’의 근원을 알고,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라도 디자인의 개념을 배울 필요가 있어요.

 

‘디자인되는 것’과 ‘디자인하는 것’을 구분하셨어요.


이봉섭 ‘디자인되는 것’이 주어진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디자인하는 것’은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거예요.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어요. 다양한 취향이 있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쉽게 물건을 만들 수 있죠. 현대인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취향을 만들어가는 사용자로 거듭나고 있어요. 디자인을 잘 다룰 줄 알면, 훨씬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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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섭 저자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디자인

 

디자인은 소비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지만, 잘 활용하면 사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요.


이봉섭 디자인의 핵심인 ‘문제 해결 능력’을 사회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요. 좋은 디자인은 디자이너와 사용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요. 문고리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형태만 보고 직관적으로 그것을 돌려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요. 디자이너는 늘 사용자와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문제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윤여경 그동안 디자이너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타 분야에는 적용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디자인의 방법을 사회, 정치 분야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요. 실제로 북유럽에서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사회 문제의 해결사가 되기도 해요. 디자인의 방식을 공동체에 적용하는 거죠.

 

윤여경 저자님은 디자인 대안 학교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디자인 교육을 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윤여경 수업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요. 모든 것을 디자인 문제로 보면, 얼마든지 새롭게 바꿀 여지가 생겨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소통 방식, 시공간 등을 실험해보는 거죠. 디자인 대안 학교에서는 선생과 수강생 간에 반말을 하기도 하고, 공간을 바꿔 보기도 해요. 보통 대학 강의는 모든 수강생들이 마지막에 결과물을 내야 하거든요. 대안 학교에서는 매 순간 과제를 수행하고 그 과정을 더 중시해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거죠. 능동적으로 디자인하는 자세를 길러주는 것이 목표예요.

 

디자인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 일상에서 디자인을 실천할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이봉섭 주변의 사물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우리가 생각하는 냉장고는 늘 흰색이잖아요. 왜 하필 그런 색과 형태여야 하지 질문을 던져 보는 거예요. 그저 받아들였던 것을 새롭게 봄으로써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뒤집어 생각하기도 하고요. 익숙한 것에 물음표를 던지는 연습을 하면, 디자인할 때도 도움이 돼요.

 

윤여경 글자를 마치 그림 보듯이 관찰해보세요. ‘타이포그라피’라는 분야가 있듯이, 글자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어요. 보통 우리는 글자가 보이면 의미를 파악하잖아요. 디자이너들은 단어 하나에 여러 가지 디자인을 적용해요. 숨어있는 디자인을 발견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달라 보여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고민할수록 일상의 시각 문화가 아름다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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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독자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나요?


이봉섭 기업의 CEO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디자인을 알면, 디자이너들도 소통하기 편해지죠.

 

윤여경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려면, 입시 미술을 거쳐 대학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요. 시간과 돈이 많이 들죠.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화로 된 디자인 입문서를 만든 거예요. 어느 날 아이가 디자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우선 그것이 뭔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럴 때, 부모님이 이 책을 읽고 개념부터 설명해준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아빠, 디자인이 뭐예요 윤여경 저/이봉섭 그림 | 이숲
사람들은 디자인 개념을 모호하게 이해하고 각기 다르게 해석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쓰였다. 상징, 소통, 기능, 경영, 성찰, 환경, 사회, 디자인, 모두 8가지 디자인 관련 대표 주제를 역사적으로 살피며 그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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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좋은 책, 좋은 사람과 만날 때 가장 즐겁습니다. [email protected]

아빠, 디자인이 뭐예요

<윤여경> 저/<이봉섭> 그림13,500원(10% + 5%)

디자인의 역사와 개념을 글과 만화로 소개한 재미난 책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옷과 신발, 집과 거리, 사무용품과 전자기기, 심지어 음식과 음료까지 어느 하나 디자인되지 않은 것이 없다. 디자인은 단지 겉모습만 아니라 사회와 제도, 생산과 소비, 환경과 자연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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