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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월, 요조, 이슬아 “비건에게 유용한 집밥 레시피”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출간 기념 쿠킹 클래스&식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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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갈 수 있는 비건 식당이 거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집밥을 먹게 되잖아요. 집에서 쉽게 해먹을 수 있는 비건 요리 레시피가 필요했어요. (2020.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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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추천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건강에 좋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니 솔깃하지만, 즐겨 먹던 음식을 포기해야 할 것 같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막막하기만 하다. 부족한 정보 탓에 채식을 시작한 사람도 매일 비슷한 식단을 먹기 일쑤. 집에서 먹는 밥처럼 채식도 다양하게 할 수는 없을까?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은 ‘채식’을 시작하거나 유지할 때 생기는 고민의 답이 되는 요리책이다. 비슷한 음식에 질려 채식을 포기하지 않도록 흔한 재료로 할 수 있는 ‘비건 요리 101가지’를 소개한다. 재료 구입처부터 요리의 기본이 되는 비건 소스와 국물 만드는 법, 플레이트 구성하는 방법까지 초보와 고수 모두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았다.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의 저자인 이윤서 작가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채식을 시작하기 어렵게 한다” “누구나 비건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 비건(vegan): 채소, 과일 등 식물성 음식 외에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

 

지난 3월 11일 저녁 『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의 출간을 기념하여 쿠킹클래스와 식사회가 열렸다. 이윤서 작가가 운영하는 비건 카페 ‘뿌리온더플레이스’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뮤지션 김사월과 요조, 이슬아 작가가 함께했다. 채식주의자로 알려진 세 사람은 이윤서 작가의 요리 시연을 지켜본 후, 완성된 ‘나시고렝 정식’을 함께 먹으며 ‘채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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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식 비건 요리 ‘나시고렝 정식’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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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고렝 정식은 ‘나시고렝’, ‘템페캐슈너트채소볶음’, ‘당귀 샐러드’로 구성된다. 시연의 첫 번째 순서는 ‘당귀 샐러드’ 만들기. 오픈된 주방 바깥으로 나란히 선 세 사람은 약 한 시간 동안 요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료를 손질하는 방식, 비건 케첩 만드는 법 등을 질문하는가 하면 채식에 관한 서로의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당귀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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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당귀 5g, 비타민 채소 10g, 아몬드 2~3알
드레싱: 화이트와인식초 1큰술, 레몬즙 1큰술, 참기름 1큰술, 고추냉이 1작은술, 원당(비정제) 1작은술

 

1. 당귀와 비타민 채소는 잘 씻고 손으로 뜯는다.


2. 아몬드는 슬라이스한다.


3. 분량의 재료를 골고루 섞어서 드레싱을 만든다.


4. 당귀, 비타민 채소, 아몬드를 접시에 담고 3의 드레싱을 뿌린다.

 

이윤서: 당귀는 약용식물이라 향이 강해요. 당귀 같은 잎채소는 칼로 손질하기 보다 이렇게 손으로 뜯어요.


이슬아: 당귀 줄기는 안 먹나요?


이윤서: 줄기에 식이섬유가 많아서 소화하기가 힘들거든요. 이에 잘 껴서 저는 잘 안 써요.

 

 

<템페캐슈너트채소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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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탬페, 양파, 피망 각 1/2개, 당근 1/3개, 마늘 1쪽, 캐슈너트 1/2컵, 현미유 1/2컵, 소금 약간


1. 템페는 사용하기 30분 전에 꺼내서 해동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 피망, 당근을 먹기 좋게 자르고 마늘을 다진다.


3. 튀김용 냄비에 현미유를 붓고 190도까지 끓인 뒤 템페를 넣어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4. 달군 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양파, 마늘, 당근, 피망을 순서대로 넣고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 중약불에서 5분 정도 볶는다.


5. 소금을 뿌려 간을 하고 잘 섞는다.


6. 캐슈너트를 넣고 살짝 볶은 뒤 템페, 진간장, 원당, 스위트 칠리소스, 후추를 잘 섞어 넣고 소스가 재료에 잘 스미도록 조금 더 볶는다.

 

이윤서: 템페가 청국장하고 비슷한데 딱딱해서 생으로 먹기 힘들어요. 주로 이렇게 볶아 먹는데요. 탬페와 채소를 같이 볶을 때는 채소를 템페와 비슷한 크기로 자르는 게 좋아요. 그래야 채소와 템페가 같은 시간 내에 잘 볶아지거든요. 다들 템페 잘 드시나요?


김사월: 요리해 먹은 적은 없고, 음식점에서 사 먹어요.


요조: 처음에 템페를 잘 모를 때는 독특한 감자튀김인 줄 알았어요.


이윤서: 템페를 ‘어묵’이나 ‘낫또’같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호불호가 있는 비건 재료죠. 

 

 

<나시고렝>


재료: 현미밥 1공기, 양파 1/2개, 당근 1/4개, 적양배추 1/8개 청경채 4줄기 홍고추 1/2개 마늘 1쪽, 현미유 2큰술, 비건 케첩 1큰술, 진간장 1/2큰술 원당(비정제) 1작은 술, 소금 1/4작은술, 후추 약간

 

1. 당근, 적양배추, 양파, 청경채를 깨끗하게 씻는다. 당근, 적양배추, 양파는 0.2cm 너비, 4cm 길이로 가늘게 채를 썰고 청경채는 어슷하게 썬다.


2. 홍고추는 씨를 제거하고 다진다. 마늘은 편으로 썬다.


3. 센 불로 달군 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양파, 마늘을 넣고 3분 정도 볶는다.


4. 중불로 줄이고 당근과 적양배추를 넣어 5분 정도 볶다가 청경채를 넣어 3분 정도 볶는다.


5. 중약불로 줄여 현미밥을 넣고 진간장, 원당, 비건 케첩, 홍고추, 소금, 후추를 넣은 뒤 간이 잘 스미도록 5분 정도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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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계의 ‘김밥천국’이 필요하다”

 

요리 시연이 끝나고 식탁에 둘러앉은 네 사람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시고렝 정식’의 맛을 음미했다. 비건 집밥을 경험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채식’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채식을 시작한 계기,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 등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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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을 시작한 계기는?


요조: 동물을 마음껏 귀여워하고 싶었어요. 트위터에 올라오는 귀여운 동물의 영상을 즐기는 동시에 소비하는 모습이 이중적으로 느껴졌거든요. ‘플렉시테리언’으로 지내다가 2018년 12월에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 을 읽고 ‘한 달만 해보자’ 했어요. 한 달 해보고 어려우면 포기하고, 할 만하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낮은 레벨에서 출발하면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2019년에 ‘페스코’로 하향했어요.

 

*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채식을 하지만 아주 가끔 육식을 겸하는 준 채식주의자
**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vegetarian): 채식을 하면서 유제품, 가금류의 알, 어류는 먹는 채식주의자.

 

김사월: 요조 님과 비슷한 시기에 트위터에서 비건 이슈를 접했어요. 해시태그 ‘나의 비거니즘 일기’를 보면서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정도의 음식을 먹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8년 여름까지 ‘플렉시테리언’으로 지내다가 그해 11월 1일 비건의 날에 채식을 시작했어요. 저도 실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했고, 지금은 비건 지향 ‘페스코’예요.

 

이슬아: 비건이 되기 전에도 공장식 축산이 얼마나 끔찍한지 대략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알기 두렵고 피곤한 정보잖아요. 그러다 2018년 즈음부터 유심히 봤는데 생각보다 더 끔찍하고 규모가 크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도 현재의 시스템에 기여하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요조님과 마찬가지로 비건들의 성경이라고 불리는(웃음) 『아무튼 비건』 을 읽었는데 ‘내가 어떤 생물에게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바로 채식을 시작했어요. 지금도 완벽한 비건은 아니고요. 90% 이상 비건인 ‘비건 지향’이에요. 

 

이윤서: 다른 분들과 달리 저는 자가면역질환인 ‘건선’을 치료하려고 채식을 시작했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몸이 안 좋아졌고, 자연스럽게 채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죠. 비건 생활을 오래 하면서 ‘이건 나쁜 거’라는 내면의 잣대가 생겼는데 그게 저를 무겁게 하더라고요. 친구나 가족이 안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같은 거요. 요즘은 가족이나 친구를 만날 때는 가볍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젓갈 들어간 김치 같은 건 먹을 때도 있고요

 

몸의 변화를 느끼나요?


이윤서: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채식 때문만은 아니에요. 자연 치유도 했거든요. 만약 5년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채식이 인생을 구원한 것처럼 생각했을 때거든요. (웃음) 지금은 모두 비건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공장식 축산이 가지는 문제가 분명하니까 지나친 육식을 줄이고 채소 요리를 더 즐겼으면 좋겠어요.


이슬아: 위 질환이 많았는데 많이 나아졌고 양이 늘었어요. 붓기도 잘 빠지고요. 그런데 칼로리가 줄어드니까 많이 안 먹으면 살이 빠지더라고요. 살 빠지는 게 싫어서 더 열심히 먹어요. 운동하면서 채식을 시작했는데 동물 단백질에 대한 미신 같은 게 있잖아요. “채식하면 약해진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정말 듣기 싫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단백질 신경 쓰면서 운동했는데 식물 단백질로도 충분히 근육이 붙는다고 말하고 싶어서 일부러 운동하는 영상 올리고 그랬죠. 보디빌더처럼 된 건 아니지만 일상 생활하기엔 충분해요.


요조: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는데 드라마틱하게 달라져서 실감하는 건 아니고요. (웃음) 사실 채식을 하고 있지만 건강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에요. 대충 때우는 채식주의자에 가까워서 몸의 변화는 크지 않아요. 다만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죠.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단백질 섭취를 잘 못 하는 것 같아서 단백질 식물성 파우더를 먹고 있어요. 든든하고 좋아요.

 

채식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느끼시나요?


이슬아: 수치로는 늘었는데 일상에서는 자주 못 보는 것 같아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동물권 운동 내의 온도는 더 뜨거워졌다고 하는데 그보다 일반적으로 채식이 활발해졌으면 해요.


이윤서: 말씀하신 대로 모두가 비건이 되는 것보다 조금씩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게 좋은 방향이에요. 완벽한 채식에 대한 강박 때문에 쉽게 채식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비건이 되야 비건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비건이 아니어도 비건 음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요조: 확실히 채식을 수긍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걸 느껴요. 저는 개인적인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지만, 요즘 상황을 봤을 때 채식만큼 사람과 지구를 위해 행동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없어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채식을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이만큼 생긴 것 같고요.

 

채식하지 않는 주변인과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이슬아: 채식하면서 내가 완전무결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유해하잖아요. 그러니까 순수한 비건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만한 것 같고 그런 마음이 쌓이면 타인에 대한 분노도 커져요. 그저 때에 맞게 겸손하게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여겨야 해요.


김사월: 주변에 채식한다는 걸 많이 알려서 크게 불편하지 않은 편인데요. 슬아 님 말처럼 ‘내가 무엇을 하면 더 완전하고 무결한 비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채식을 할수록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열린 태도를 갖고 싶어졌어요.


이슬아: 비건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대체로 비싸고 느리게 나오잖아요. 특별한 날에 가면 좋지만 평소에는 갈 수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아침을 빨리 때워야 하는 직장인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위한 비건계의 ‘김밥천국’ 같은 게 필요하다고 자주 생각해요.


요조: 절실해요. 식당가서 맨날 돌솥비빔밥만 먹고… (웃음)


이슬아: 정말 시급해요. (웃음) 편하게 갈 수 있는 비건 식당이 아직 많지 않으니까 비건들은 별수 없이 집밥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이윤서 저 | 테이스트북스
채식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요리책이다. 채식을 하기로 마음 먹고 직접 요리를 하다 보면 곧 메뉴의 한계에 다다라서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만들게 된다. 이런 어려움에 부딪히지 않도록, 뭘 먹을지 고민하지 않고 즐거운 채식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레시피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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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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