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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작가 "관계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이들에게"

『체리 새우』펴내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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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타인의 들러리 노릇도 하지 말고, 그냥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면 좋겠어요. (2019.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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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지금 어떻게 보일까,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진짜 ‘나'를 감추고 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어떻게든 원만하게 친구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어떻게든 ‘따’가 되지 않아야만 하는 청소년들에게, 진짜 나 자신을 내세우는 일은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세계에 속하기 위해 ‘나’를 감추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공감의 말이자 든든한 응원의 외침이다.

 

황영미 작가는 경북 문경, 서울 강서구, 관악구, 도봉구 등지에서 살았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1년 거주했고, 지금은 수원에서 산다. 살던 곳의 사계절과 저녁이 내리는 거리, 그 거리를 걷던 사람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마일리지처럼 쌓여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민 글에 내가 단 댓글이 ‘베스트’가 된 적이 몇 번 있다. 이 소설은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시작되었다.” - 황영미

 

아이들이 이루는 건강한 관계의 숲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셨어요. 어떻게 청소년문학상 공모전에 응모하게 되셨어요?

 

청소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대책 없는 반항아거나 공부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거나. 이것이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인가? 하는 의문이 자주 들었어요. 어쩌면 미국 대중문화에서 탄생한 틴에이저의 이미지가 무한 반복 재생되는 건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들과 몰려다녀도 마음속 헛헛함이 채워지지 않는 아이들이 ‘이건 내 얘기잖아’ 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지요. 청소년 소설을 쓰기 시작하니 제 안에서 이야기가 줄줄 딸려 나왔어요.


매일 규칙적으로 글을 써서 탈고하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은 채 응모를 했어요. 예전에도 최종심에서 몇 번 떨어진 적이 있어서, 응모한 뒤에는 그 사실을 잊으려고 다른 글에 몰두했어요. 그래서 당선 전화를 받았을 때는 현실이 아닌 거 같았어요. 한동안 그랬지요. 얼마 전 출간까지 되고 나니 이제 실감 나요. 현수막이라도 걸어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뻐요. 문학동네 편집부의 결벽증적인 꼼꼼함 덕분에 책이 잘 나온 거 같아요. 특히 출간 이벤트로 나온 힐링 텍스트콘 스티커 6종 세트는 예술입니다. 제 노트북에 붙였는데, 이거 붙이고 나니 글이 더 잘 써지는 거 같아요. 제가 이런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관계 속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감추다가 지친 사람들에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는 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 같아요. 이 소설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정말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응원하기 위해 쓴 작품이니까요. 저도 그랬고, 많은 아이들이 자기를 감추며 살아요. 나를 드러내면 무시당할까 봐,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떠날까 봐 두려운 거겠지요. 다행히 요즘은 온라인에서 속마음을 많이 털어놓더군요. 한번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급식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서 점심을 굶는다는 글을 보게 되었어요. 왜 밥 안 먹었냐고 누가 물으면 다이어트한다고 둘러댄대요.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서 긴 댓글을 달았어요. 이런 것 말고도 관계에 대한 고민 글은 끝도 없이 커뮤니티에 올라와요. 각자 사정이 절박해서 정답도 없어요. 전학이나 자퇴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글도 꽤 있고요. 그래서 그 모든 게시글에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소설을 쓰게 되었어요.  

 

‘댓글을 다는 심정’으로 쓰셨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10대들의 고민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고민이 있다면요?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를 친구도 동시에 좋아한다는 고민 글이었어요. 적극적인 성향의 친구가 먼저 고백해서 둘이 사귀게 되었대요. 위로 댓글이 줄을 이었어요. 한밤중에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과 실연당한 상처를 같이 늘어놓다 보니 제가 누구인지 헷갈리더라고요.ㅎㅎ  그리고 부모랑 절연하고 싶다는 글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차별에다 학대를 당했다는데,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인연을 끊어도 되냐는 질문이었어요. 그 이야기가 베스트에 올라갈 정도로 많은 댓글이 달렸어요. 그런데 댓글 중 상당수가 자기도 매 맞고 산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섣불리 답하기도 어려워 쩔쩔매다가 청소년 상담 전화번호만 남겼어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죠. 제가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 중이에요.     


교실 안에서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고민하는 중학생 다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해서 놀랐습니다. 새 학기 반 배정을 앞두고 기도를 한다거나, 체험학습 버스에서 앉을 자리를 고민하는 모습 등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졌어요. 
 
친한 시인이, 저더러 정신연령이 딱 열다섯 살이라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 같아요. 건망증이 심하지만, 사춘기 시절은 훤하게 기억나거든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내 안에서 감정의 분화가 일어났어요. 짝사랑 열병을 앓았던 그날, 그때 그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해요. 그건 친한 친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 겪은 일이니까요.


그래서인지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이 저에게 잘 흡수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말은 거칠게 내지르지만, 자세히 듣다 보면 재치도 넘치고, 생각도 반듯해서 제가 자주 놀라요. 관심을 가지니 아이들의 생활이 더 잘 보여요. 무엇보다 전 유명 연예인보다 내 옆을 지나가는 동네 아이들이 훨씬 예뻐 보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 건들거리는 제스처, 이런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싶지요. 아이들한테도 너희가 이렇게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고요. 그래서 마음속 사진을 찍는 심정으로 메모를 합니다. 사실 건망증이 심해서 메모를 안 하면 잘 까먹어요. 이 메모들이 저의 자산이죠.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때가 사춘기라지만, 우주의 중심인 그 ‘나’가 누구인지 본인도 잘 모르거든요. 그 아이들의 마음 지도를 그려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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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꾸려 나가는 다양한 아이들이 나옵니다. 작가님에게 유독 정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지 말해 주세요.


저한테는 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에요. 소설을 쓰고 난 뒤에 아쉬움이 남는 아이는 해강이와 아람이예요. 해강이의 매력을 더 보여 줄 걸 그랬다 싶어요. 해강이처럼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도 아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아람이는 지금도 마음에 남아요. 아람이가 독자들한테 미움을 살 수도 있는데 어쩌지? 싶어요. 비록 공격적인 방식이지만, 아람이도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답니다. 누군가의 전폭적인 이해와 지지를 받게 되면 이 아이도 자기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될 거예요. 나중에 아람이 같은 아이가 주인공인 소설도 쓰고 싶어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는 경쾌하게 읽히지만 ‘따돌림’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무거운 소재일수록 무겁지 않게 쓰려고 해요. 오래전 제가 쓴 습작을 보고 임철우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자기 안에 있는 뜨거운 불덩이를 그대로 꺼내 보이면 독자들이 도망간다고요. 그걸 스스로 냉각시켜서 보여줘야 한대요. 아! 이거구나! 깨달았어요. 작가가 목청을 높여서도 안 되고, 대놓고 심각해하면 안 되는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작품의 톤을 결정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해요. 심각한 주제에 내가 먼저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이번 소설을 쓰기 전에 서천석 선생님 책과 청소년 심리학자들 글을 읽었어요. EBS 프로그램도 참고했고, 청소년 기관의 다양한 사례들도 찾아 읽었고요. 그래서 따돌림을 다루는 방식, 해결 지점에 대해 나만의 소설적인 판단을 내렸어요. 그다음에는 소설 속 아이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글을 썼어요.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다현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소설을 쓰면서 다현이처럼 저도 변했어요. 그전에는 저도 눈치 보고, 관계가 끊어질까 걱정하고 그랬거든요.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거 같아요. 그러니 너무 힘들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나를 오징어처럼 씹어 봤자 나는 그냥 나예요. 내가 가루가 안 되면 그만이더라고요.  결국 관계도 자기 문제로 귀결되는 거 같아요. 문제는 튼튼한 마음 근육을 만드는 거겠지요. 나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거나,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사람하고는 함께 있지 않아도 돼요. 우리 모두가 타인의 들러리 노릇도 하지 말고, 그냥 각자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면 좋겠어요.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저 | 문학동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세계에 속하기 위해 ‘나’를 감추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공감의 말이자 든든한 응원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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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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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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