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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학비리와 40년을 싸웠다

『상지대 민주화 투쟁 40년』 정대화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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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청년이 살고 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학교가 바뀌어야 합니다. 상지대 구성원들이 이 기나긴 투쟁을 견뎌낸 이유가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무엇을 추구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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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서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사학비리 척결’이다. 사학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약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중 상당수가 부패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발생한 ‘상지대 사태’는 사학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문기 이사장과 그의 하수인들로 구성된 구재단 체제가 온갖 종류의 사학비리를 저질러 학교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상지대 민주화 투쟁 40년』은 이러한 김문기 구재단 체제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파면당하고 수많은 고소ㆍ고발에 노출되었던 교수의 눈으로 본 상지대 민주화 투쟁의 기록이다. 김문기 구재단이 복귀한 이후에 일어난 상지대 사태를 중심으로 상지대 민주화 40년의 역사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담아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교수 신분으로 본인이 소속된 학교의 비리를 세상에 알리기가 쉽지 않으셨을 듯합니다. 이 책을 출간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병을 고치려면 사람들에게 병에 관해 알려야 하는 것처럼 대학의 비리도 감추지 말고 알려야 고칠 수 있습니다. 잘못을 감추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나쁜 방법이니까요. 상지대 사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에요. 과거에 비리를 저질러 쫓겨났던 구재단이 다시 복귀한 데다 사학비리 주범인 김문기 씨가 총장이 되어 구성원을 탄압하는 상황을 보면서 상지대 문제를 국민에게 알려 잘못된 교육을 바로잡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상지대 민주화 운동을 위해 안식년을 포기해야 했고, 이후 각종 고소ㆍ고발에 노출되기도 하셨습니다. 오직 상지대 민주화를 위해 힘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을까요?


동양적 사고 체계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에 기반을 둔 격물, 치지, 정심, 성의,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8조목이 삶의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치국과 평천하를 위해서는 수신과 제가의 바탕이 필요하다는 관점이지요. 정치학자로서 오랫동안 정치 개혁을 위해 활동했는데 내가 속한 대학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치 문제를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했어요. 상지대가 비리와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고 구성원들이 고통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상지대 바깥에 나가서 듣기 좋은 정치 개혁만 주장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더구나 상지대는 사학 문제와 관련해 상징적인 대학이고 사학비리는 비리재단이 부패권력과 결탁해 저지르는 구조적인 적폐이기 때문에 이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교육이든 정치든 바로 서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기를 함께 보낸 학생들과 동료 교수들, 대학 구성원들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실 텐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요?


먼저, 슬픈 기억. 상지대에 부임했던 해 가을에 용공조작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교내 시위를 보게 되었어요. 그때 학생들 가슴속에 깊이 맺힌 바람과 그것을 표현하는 눈망울에 비친 좌절감을 느꼈어요. 용공조작 사건은 이사장이었던 김문기 씨가 학생 150여 명을 간첩으로 몰아간 사건이었는데, 이 날의 사건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결과적으로 내가 대학 민주화에 나서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어요.


두 번째로 눈물 나는 기억. 2010년 사분위가 상지대를 김문기 비리재단에 돌려주겠다고 결정하던 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통곡하며 절규하던 학생들의 몸부림을 잊을 수가 없어요. 결국에는 이것이 교수로서의 내 삶의 방향을 바꾸어버린 사건이 되고 말았지요.


마지막으로 가슴 아픈 기억. 김문기 씨가 총장으로 복귀한 직후에 선출된 부총학생회장이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기정학을 당했어요. 이때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셨는데, 부총학생회장은 무기정학 상태에서 어머니 병간호를 하면서 힘겹게 대학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갔지만 결국 그해 가을에 어머니를 여의고 말았어요. 장례식장에서 분노와 회한, 비정함과 안타까움이 마음속에서 복잡하게 교차하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나 아픈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지대처럼 교수, 학생, 직원들이 잘 소통하고 단결하는 대학도 없어요. 상지대는 이 힘으로 과거 대학 민주화를 이루었고 이번에 다시 민주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뿌듯한 기억이 많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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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바로 서야 경치, 경제, 국가 안보 또한 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하신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은 무엇인가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나라다운 나라’를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다운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육이 권력의 시녀가 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학교가 사학 운영자들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사학이 돈벌이를 위한 영리 수단이 되면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학의 85%를 사학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사학이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사학이 특정인의 사유재산으로 간주되어 사학비리가 창궐한다면 이미 교육은 죽은 것이지요.

 

책 내용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구성인데요, 2017년의 상황이 먼저 나오고 이후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상지대 사태를 교과서처럼 기술하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대법원 판결과 교육부 감사로 김문기 구재단이 퇴출된 최근의 희망적인 상황을 책의 앞머리에 먼저 배치한 후 여기에 이르는 지난한 투쟁 과정을 기술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하면 그다음에 이어지는 온갖 탄압과 혼란을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민주화를 향해서 힘차게 나아가는 희망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일 것 같았어요. 독자들도 상지대 구성원들과 한마음으로 호흡하면서 특별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 사학이 놓인 현재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간주하고 사설학원처럼 운영하는 잘못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며, 여기서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가 비롯됩니다. 학교가 돈벌이 수단이 되고 가업이 되는 반교육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공적 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2013년에 헌법재판소 역시 사학은 국가 공교육의 일환이므로 교육의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판결했는데, 이 원칙이 사학에 적용되어 학생을 위한 교육, 나라의 발전을 위한 교육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청년이 살고 교육이 살기 위해서는 학교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 책은 상지대 민주화를 위한 상지대 구성원들의 오랜 투쟁에 관한 기록이지만 이름을 바꾸면 모든 대학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므로 상지대에 관한 책이 아니라 상지대 사례를 빌려 우리 사학의 적폐를 지적한 책이자 교육 발전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책으로 보아주면 좋겠어요. 상지대 구성원들이 이 기나긴 투쟁을 견뎌낸 이유가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무엇을 추구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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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민주화 투쟁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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