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대통령’ 손남목 “재미를 늘 고민하며 산다”

『나는 내일 행복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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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연극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어느 날 혼자 연극 티켓을 구하려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거예요. 그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아주 중요해요. 그 삶은 대단한 삶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재미와 행복을 느끼는 삶일 거예요. 그런 재미난 삶을 많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촬영을 위해 인터뷰를 하던 사무실에서 나와 극장으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한 젊은 남자가 손남목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인사 나누는 그들의 활력이 대학로와 잘 어울렸다. 자연스럽게 ‘대학로 대통령’이라는 재미있는 별칭이 떠올랐다. 그가 제작하고 연출한 연극 <보잉보잉>은 350만 명의 관객의 선택을 받은 입지전적의 연극이다. 극단을 만들고, 밤새 연습할 수 있는 극장을 하나 갖는 게 소원이었던 그가 일곱 개의 극장에서 연극을 올리는 연극계 ‘미다스의 손’이 되기까지 그를 이끈 건 바로 ‘재미’였다.

 

“재미있게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재미를 늘 고민하며 살아요.”

 

세상은 내일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참고 노력하면 괜찮은 미래가 올 거라는 신기루 같은 말을 한다. 손남목은 여기에 반대한다. 『나는 내일 행복하고 싶지 않다』는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겨도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는 손남목의 선언이자 세상에 던지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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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행복해도 된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무척 많이 사용해요. 사는 동안 행복에 대해 아주 열심히 고민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행복을 고민하는 사람들 특유의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남들과 거의 똑같은, 이유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었어요. 다들 돈을 이렇게 모으니까 모았고요. 제 꿈을 위해 계속 노력하긴 했지만 말이죠. 사실은 돈에 대한 강박을 좀 더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에 대한 반성문 같은 이야기도 있고요. 돈을 쫓아왔고, 돈이 행복의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많이 깨달은 거죠. 이런 깨달음을 동네 형이 진실하게 말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싶었어요.


지금 당장 행복함을 맛볼 수 있을 때 맛보는 게 훨씬 중요할 것 같다, 우리는 너무 나중의 행복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교육만 많이 받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논리에서 벗어난 행복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생각해도 죄짓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에요. 지금 당장 맛있는 거 먹는 게 그렇게 죄스러울 일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 죄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요. 지금 이렇게 놀아도 돼? 여행 다녀도 돼? 그런 두려움이 있잖아요. 그런 생각에 대한 반발감이었어요.

 

돈에 대한 강박을 더 다뤄보고 싶었다고요?


통장에 돈이 모이는 걸 보고 행복하다고 착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에게 종종 물어요. 적금이 잘못된 건 아니죠. 그렇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는 거예요. 완성됐을 때 뭘 하고 싶은지 물으면 대부분은 없어요.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열 명 중 여덟 명이 생각 안 해봤다고 답하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그렇게 보니 나도 그런 삶을 지나왔더라고요. 우리는 숫자가 커가는 것에 현혹되어 있어요. 숫자놀음에 잘못 빠져있는 거죠. 제일 하고 싶은 얘기가 사실 이런 얘기였어요.

 

‘청개구리’ 손남목의 면모도 흥미로웠어요.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를까를 고민하고, 그런 선택을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될 법할 때도 말이죠.


출판기념회 할 때도 남들이 안 하는 걸(웃음) 골똘히 생각하다 패션쇼와 콜라보를 했거든요. 되게 신선하다고 하면서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이런 책을 썼다고 잘난 체 하는 건 싹 다 빼고 패션쇼도 보고, 가수도 보며 함께 놀았어요. 연초였으니까 만나서 밥 한 끼 해요, 이런 의미였어요. 재미있었어요.

 

판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많이 느끼는 편인가요.


맞아요. 어떻게 보면 귀찮은 일이죠. 그런 일을 많이 벌이는 편인데요. 사실 그런 일을 처음부터 엄청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 일이 지났을 때, 단 1%라도 그것이 성공적이었다, 자부심 느낄 만한 게 있고 보람되는 일이 있었다면 그 정도 고통은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연극도 그렇죠. 이곳이 온통 행복 덩어리라서 이걸 한다, 그런 건 아니죠. 프로들의 세계에서 그럴 수만은 없잖아요. 굉장히 짜증나고, 고통스럽고, 때려치우고 싶은 일도 너무 많지만 결과가 아주 조금이라도 뿌듯하고, 가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참고 견디는 힘이 있는 거죠. 제 인생관이기도 해요.

 

솔직한 얘기네요. 이 일 자체에 순수하게 행복감을 느낀다고 포장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그건 아니에요.(웃음) 제 최대 장점이 솔직함인 것 같아요. 없는 얘기를 하거나 말을 돌리거나 이런 걸 잘 못해요.

 

책에서도 ‘나는 언제나 실수하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잡지나 연기학원, 화장품 사업 실패 등도 솔직하게 적었고요. 책도 처음 도전하는 일인데 대체 어떤 동력으로 이런 일들을 계속 해보고, 실수하는 건가요?


‘재미있다’는 네 글자를 정말 좋아해요. 이 ‘재미’가 굉장히 가벼운 단어 같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재미있게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재미를 늘 고민하며 살아요. 확실히 깨달은 게 어떤 목표가 하나 생기면 그 시간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결과를 상상하고, 노력하게 되는 거잖아요.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니까 재미있어져요. 재미를 위해서 한 번 씩 해보는 거예요. 책 쓰기 전 6개월 정도 사실 무척 무료했는데요. 책을 쓰기로 한 그때부터 정말 재미있어지더라고요. 그 전에는 작가 분들 만나도 진지하게 대화한 일이 없었어요. 관심이 생기니까 작가들에게 물어도 보고, 논쟁도 하게 됐고요. 이런저런 질문 때문에 모임이 생기는 것도 재미였고요. 일을 만드는 것, 목표를 만드는 건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재미있기 위해서예요.


당연히 실패할 수 있죠. 그러나 과정 동안 정말 재미있었잖아요. 성공하면 훨씬 더 큰 행복이 있겠지만 실패했다 해도 손해 본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재미있었으니까요. 무모하더라도 목표를 정하고, 돌격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어떤 동력으로 이런 일들을 한다기보다 이 모든 일들 자체가 저자에게 동력이군요.


네,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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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삶을 많이 살았으면


중학교 2학년 때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받은 충격에서부터 연극인 손남목의 삶이 흘러왔을 텐데요. 삶의 전반부에 이토록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고, 그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에요.


조금 건방진 얘기를 하나 하자면 제가 세운 큰 목표 몇 가지를 37살쯤 거의 다 이뤘어요. 39살에 거의 마지막 세운 목표까지 이뤘죠. 그러다 슬럼프가 왔어요. 한 4~5년 동안 심한 슬럼프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목표를 다 이뤘다고 건방을 떨었던 거죠. 소소한 목표라도 새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극단을 만들고 싶다는 게 최초의 목표였죠. 그걸 이미 스무 살 때 조직해버렸어요. 그러다보니 우리가 마음껏 연극할 수 있는 극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극장 하나만 있으면 진짜 극장에서 살 텐데, 그런 생각했거든요. 그 꿈을 이룬 정도가 아니라 극장을 나중엔 일곱 개나 만들어버렸죠. 좋은 차를 갖고 싶은 꿈, 예쁜 아내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꿈, 좋은 집에 사는 꿈, 이것들이 다 이뤄졌어요. 그 목표들 이후에 다른 목표 설정이 안 되니까 나태해지고, 나락으로 떨어지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걸 깨닫고 배웠죠. 오늘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그 4~5년 기간에 대한 반성도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해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 들려주는 말이라는 게 현실이 무겁고, 하루가 전쟁 같은 사람들에게는 꽤 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강연을 하면 대부분 직장인들을 만나게 돼요. 그들에게 이런 얘기가 안 맞을 수도 있는 거예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건 아니니까요. 진짜 극소수일 거란 말이에요. 저는 그래서 행운아란 표현을 썼어요.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어렸을 때 찾았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행복이죠.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한 번 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직장인들에게 지금이라도 당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찾아 떠나라고 할 순 없죠. 그런 얘기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직장이 불행은 아니잖아요. 그곳도 꿈터가 될 수 있고, 꿈을 찾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어요. 그 외에도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고요.

 

작은 취미라도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무척 다르겠죠.


얼마 전에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어요. 연극 한 편, 뮤지컬 한 편, 전시회 관람 한 번 하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거란 얘기를 했는데요. 그 직업을 택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세상에는 이렇게 놀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였어요. 학생들이 연극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어느 날 혼자 연극 티켓을 구하려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거예요. 그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아주 중요해요. 책 한 권을 읽고 뭔가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어떤 책을 살까 하면서 검색해보는 것도 어마어마한 일이잖아요. 그 삶은 대단한 삶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재미와 행복을 느끼는 삶일 거예요. 그런 재미난 삶을 많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경험을 더 빨리, 더 많이 경험한다면 더욱 좋을 거고요. 꼭 학생들뿐 아니라도 말이에요.


그 얘기를 지금 30대, 40대 분들에게 하면 반발할 수도 있어요.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고요. 물론 그래도 저는 맞서서 계속 얘기 할 거고, 찾아보면 재미난 삶이 있다고 알려드릴 건데요. 학교에 가서는 이런 얘기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삶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게 좀 안타까운데요. 이 책이 한편으로는 연극에 대한 재미를 조금 느낄 수 있도록 했으니까요.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책 뒷부분에 연극 해설을 해두었어요. 아무래도 연극이 낯선 사람들에게는 아주 편안하고 재미있게 연극을 바라볼 수 있는 요소예요. 쉽게 접해보지 못한 내용이기도 하고요.


이런 상반된 평가가 너무 재미있는 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씀을 하세요. 뒷부분 코멘터리가 너무 신선하다고요. 그런데 연극계에 있는 사람들은 뒷부분이 너무 지루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아예 못 읽겠다는 거예요. 다들 그 얘기를 해요. 연극계 안에 있는 선수들이 봤을 때는 이 내용이 오히려 일상적이니까요. 지쳐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말씀하신 평가가 요즘 정말 재미있어요. 솔직히 저도 쓰면서 뒷부분이 제일 걱정스러웠거든요. 이거 진짜 재미없을 텐데, 하면서 말이에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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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이란 수식이 합당한가


연극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면요. 연극을 하던 배우들에게 방송계로 떠나라고 했어요. 어떤 속내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오히려 반대로 얘기했다면 의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논리가 아닐까요.(웃음) 연극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고요. 프로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로 메이저 리그 가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얘기도 했었잖아요. 외국 리그에서 선수들 다 빼 가면 우리 프로야구, 프로축구가 인기 없어진다고요.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지만 멀리 내다보면 순화된다고 봐요. 그런 선수들이 또 돌아와서 다시 붐을 일으키기도 했잖아요. 박찬호 선수도 그랬고요. 또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연극배우 출신 연기자들이 특히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지금 잘 돼서 뿌듯한 친구가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에요. 안재홍이요. 그 친구에게 책 홍보 부탁도 했는데요.(웃음) 재홍이에게는 절대 안 될 이유가 없다, 너는 무조건 잘 된다고 매번 얘기했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얘기를 했지만 그 친구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일단 사람이 얄팍하지 않아요. 실제로 <응답하라 1988> 배역 느낌이 그 친구에게 있어요. 술수를 아예 쓸 수 없는 사람이고요. 술수로 잘 되는 사람도 무척 많지만 지금 시대에는 너 같은 사람이 된다고 얘기했었어요. 그걸 사람들이 알아봐줄 거라고요. 그 친구는 화려한 기교가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재홍이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고, 대충 해서 넘어가지 않고 될 때까지 우직하게 해요. 이 친구가 잘 돼서 너무 기뻐요. 지금 이렇게 관심을 받지만 그 정도 재료가 다 준비돼 있었던 거예요.

 

연극과 다른 분야가 충분히 상호작용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자신 있게 방송계로 떠나서 증명 받고, 다시 와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군요.


물론 장단점이 있죠. 스타 마케팅이라고 비난 받을 수도 있고요. 참, 가슴이 아파요.

 

자연스럽게 연극의 예술성, 상업성 논란과도 연결 지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저는 예술성, 상업성 구분이 뭐가 중요한가부터 출발하는 거거든요. 뭐가 중요한가요? 예술적이고 상업적인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그 경계가 궁금해요. 작가도 그렇잖아요. 작가면 작가지 예술작가, 상업작가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연극은 다 연극이죠. 제가 비판했던 건 ‘상업’이란 수식이 붙는 게 합당한가에 대한 물음이었어요. 다 상업이에요. 상업도서라는 말이 합당한가요. 누구나 다 책이 잘 팔리길 원하고, 누구나 관객이 많이 들길 원하죠. 모든 게 마찬가질 텐데요. 그런 것에 대한 반발감으로 지적한 거예요.

 

인상적이네요. 연극은 다 연극이라는 말이요.


저는 제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어요. 안 팔리더라도 가치 있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과연 이게 잘못된 논리냐는 걸 묻는 거예요. 우리가 연극을 한 편 만들었을 때는 다 상업이고, 다 관객들이 많이 와주길 바란 거죠. 다양한 장르로 구분은 할 수 있으나 상업이라는 단어로 구분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탤런트, 영화배우가 연극하면 다 상업연극이냐는 거예요. 아니죠. 그런 구분 없이 다양한 상품을 전시하는 게 대학로에서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생각해요.

 

다양성을 인정하자고요.


네, 대신 사정이 어려운 건 정부에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냥 시장 논리로만 두면 다양성이란 건 없어지잖아요. 진짜 대중성이 없어 보이는 연극은 정부에서 지원해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 맞아요. 의외로 그런 예술들이 실제로 보면 안 지루하거든요. 그런 연극에 진짜 스타들이 나오면 정말 근사하겠죠. 체호프 작품에 유아인이 나온다, 정말 금상첨화겠죠. 그런 교류가 활발하게 되고, 서로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은 가져가는 당당한 연극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만 해도 멋지네요. 유아인이 연극을 한다면요.
 


다양하게 해볼 생각


대학로에 연인들이 데이트하러 올 수 있게 하자, 는 모토로 재미있는 실험들을 하고 <보잉보잉>의 흥행으로 결과를 확인했는데요. 지금은 또 정체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잖아요. 앞으로 대학로가 어떻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억지로 뭔가 바꾸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밀키웨이>라는 작품을 할 때 한계를 느끼긴 했어요. 돌아가는 게 쉽지 않구나, 또 고난의 길을 가야하는구나, 했는데요. 애초에 제가 하고 싶었던 건 대학로에 데이트하러 와도 돼, 지성인들만 오는 곳이 아니야, 이런 거였어요. 누구나 다 볼 수 있고, 특히 연인들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맞아떨어졌죠. <보잉보잉>이 흥행했고, 대학로로 엄청나게 연인들이 왔어요. 그러다 요즘은 오히려 예전에 생각했던 관객 유형을 찾아보기 어려워요. 대부분 데이트족이죠. 그러니 또 심한 청개구리 같은 생각이 발동하더라고요.

 

또 청개구리가 등장하네요.


일단 대학로에 로맨틱코미디가 판을 치니까 나는 제일 슬픈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부터 시작이 되는 거죠. 데이트용에 맞으면서도 진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울려보자고요. 현대물은 조금 식상하니까 시대를 알 수 없는 옛날로 설정해보자, 여기까지 생각이 됐어요. 만약 이 슬픈 게 히트를 치면 장담컨대 또 막 나올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대학로에 어느 정도 또 균형이 살짝 잡히겠죠. 웃음, 눈물, 사극, 현대물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거죠.

 

토크콘서트도 재미있는 기획으로 여러 회 진행했어요. 그걸 통해 찾으려고 했던 건 무엇이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토크콘서트는 책 내기 전에 계속 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걸 하면서 저는 또 재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좋은 얘기도 재미있게 해야 꽂히잖아요. 꼰대처럼 좋은 얘기 해주고 가면 누가 듣겠어요. 그러다보니 저 혼자 하면 비슷해질 것 같더라고요. 저 혼자 어마어마한 변신을 계속할 순 없는 거죠. 게스트를 계속 바꿔서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들로 기획을 했어요. 처음에 개그맨 이정수 씨와 함께 했어요. 그 친구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관객과 놀아요. 그런 건 한 번 해봤으니 다음엔 작가 분과 진지한 것도 해보고요. 탤런트 이승연 씨와 관객 고민상담 포맷으로도 하고요. 호응이 좋았어요. 계속 진화하고 있는 거죠. 3월 초에는 북콘서트를 기획했고요. 다른 재미난 콜라보도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안 하는 구성을 고민하면서요.(웃음)

 

계속 다르게 하려면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요.(웃음)


저도 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진짜. 남들과 똑같이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번 쯤 해도 되는데 사실 용납이 잘 안 돼요. 다 하는 거다 싶으면 안 하고 싶거든요. 그런 건 별로 재미가 없어요. 이 청개구리가 괴롭긴 해요. 올해 다양하게 해볼 생각이에요. 강연에 매력을 많이 느끼기도 해서요. 올해는 좀 더 많이 떠들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곳저곳에서 좀 더 재미난 행복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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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행복하고 싶지 않다손남목 저 | 가연
이 책에서 손남목은 두레홀에서 관객들과 함께했던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토크쇼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 자신이 연극계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어떻게 찾고 있는지의 드라마틱한 과정과 함게 삼포시대 헬조선을 헤쳐가야 하는 이 땅의 청춘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을 끌어안고 누릴 수 있는 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거야.”라는 대사에 매료되어 연극인이 되었다는 그는 자신의 남다른 경험을 통해 기존의 멘토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복의 민낯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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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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