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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책은 어떻게 읽어도 좋아요”

한국 방문한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작은 발견』,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 펴내 도봉 기적의도서관에서 어린이 독자들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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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한국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10월 21일, 서울 도봉 기적의도서관에서 20여 명의 아이들과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들며, 『작은 발견』의 후일담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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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20여 명의 아이들이 작가의 이름을 외치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는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느라 이름이 어려워졌다”고 농담을 던진 작가는 최근 출간한 그림책 『작은 발견』,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로 또 한 번 한국 독자들을 만났다. ‘BIB 황금사과상’, ‘볼로냐 라가치 상’ 등을 수상하며 이미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인정 받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폴란드 태생이지만, 한국을 ‘창작의 조국’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어린이책 연구가 이지원 씨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첫 번째 그림책 『마음의 집』을 펴냈기 때문이다.

 

벌써 6번째 한국에 방문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언제나 한국에 오면 즐겁고 기쁘다”며 1시간여 동안 아이들과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들며, 신작 『작은 발견』을 만들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어릴 때 살던 마을에 큰 공장이 있었어요. 면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요. 항상 면 뭉치가 솜처럼 날렸어요. 저희 할머니도 그 공장에서 일을 하셨는데 면실을 짜는 사람이었어요. 폴란드의 면직 공장 일은 꽤 힘든데, 밤낮으로 여자들이 일을 해야 했죠. 공장에는 항상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났어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소리를 질러야 했죠. 그래서 할머니도 항상 목소리가 컸어요. 저는 할머니의 일을 이어받은 것처럼 어릴 적부터 바느질을 참 좋아했어요.”

 

“폴란드에는 헌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요. 독일 같은 나라에서 버리거나 안 쓰는 물건들을 가져와 많이 파는데, 어느 날 가게에서 면 봉지를 발견했어요. 안을 보니 여러 개의 실패가 들어 있었어요. 모두 색이 다르고 모양도 달랐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마치 사람의 몸통처럼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조그만 실패는 아이 같고, 큰 실패는 어른 같았어요.”

 

『작은 발견』은 실패를 몸통으로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우리 일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들은 모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세상은 이 사람들을 잊고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에 쓰던 실패를 잊은 것처럼요. 하지만, 낡아서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새로 살아날 수 있어요. 세상에는 보이지 않은 끈들이 많거든요. 엄마, 아빠는 어떻게 만났을까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만나게 된 건 아닐까요?”

 

“오늘 여러분들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만들 거예요. 수호천사를 만들 수도 보통 사람을 만들 수도 있어요. 자기를 도와주는 누군가를 만들 거예요. 다리도 팔도 움직이는 인형이에요. 이 인형은 앞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평범한 것들에 깃든 쓸모와 가치를 아이들도 느낀 걸까. 20여 명의 아이들은 종이를 오리고 색종이를 붙이고 실패를 감으며, 자신과 꼭 닮은 마리오네트 인형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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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묻다

 

『작은 발견』을 그리게 된 동기가 오래된 것, 헌 것을 파는 상점에서 실패를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실패를 본 순간, 작품화를 상상하셨나요?


처음에 물건을 샀을 때 바로 그림책이 떠오른 것은 아니에요. 상점에서 실패를 샀을 때는 예뻐서 샀어요. 그저 보기 좋고 예뻤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다시 보니, 그제야 실패 모양이 사람의 몸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아 실패로 인형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형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을 보면서 ‘쓸모’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작은 쓸모, 큰 쓸모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데요. 아직 꿈을 발견하지 못한 어린이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이 그림책을 작업하면서 사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아주 익숙한 사물 뒤에도, 사람과 일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해요. 단순한 일, 일상적인 일, 매일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은 시시한 일이 아니라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 학부모 독자들은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림책은 어떻게 읽는 게 가장 좋을까요?


그림책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어떤 책은 즉각적으로 읽고 느낌이 바로 올 수도 있고, 어떤 책은 두고두고 여러 번 읽으면서 의미를 생각하고 찾아내야 하는 책도 있을 거예요. 각각의 책에 맞게 다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봐요.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또 다르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웃음)
 
네 아이의 엄마이신데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교육 철학은 무엇이 있나요?


제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죠. 지금은 그저 자녀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지요. 이제 큰 아이들의 선택은 아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아이들을 키울 때는 아이들에게 매일 하루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 느끼게 해 주고 싶었어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단어들이 모여 하나의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글이 되듯이 작은 것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이룬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번에 여섯 번째 한국에 온 것이죠. 이렇게 한국에 왔다 가면 여러 가지 자극을 많이 받게 돼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부터 뭔가를 쓰기도 하고, 구상을 시작하기도 해요. 이번에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아졌어요. 우선 워크북을 하나 해 보려고 하고요. 시도 좋아하는데 시화집도 끝내야 해요. 그런 일들을 차차 마무리하면서 그림책 작업은 계속 해 나가겠지요. 이번 한국에 방문해서, 작품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저 스스로도 제 작업에 대해 많은 부분 정리를 할 수 있었어요.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제 작업에 큰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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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이지원 역 | 사계절
『블룸카의 일기』『작은 발견』『마음의 집』 등으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신작입니다. 작가는 철학적 사유가 담긴 독특한 발상의 작품들로 볼로랴 라가치 상, 독일청소년문학상 그림책 부문 아너 등을 수상하며 인정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놀이하듯 독자와 가볍게 소통하는 작품 세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는 그림책의 유희성을 최대한 살리며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책입니다. 마음에 콕 와 닿는 그림책을 보고 싶을 때, 한바탕 놀이를 즐기고 싶을 때 만나 보면 좋은 그림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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