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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특집] 공지희 “어른들만 애써 모른 척 하는 거죠”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톡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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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때도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요. 임신한 애도 있었고, 동거하는 애들도 있었고, 매일 가방에서 콘돔 나오는 애도 있고 그랬어요. 물론 공부만 하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애들도 있었을 것이고요. 공부도 하고 이것도 아는 애들도 있겠죠. 어른들만 애써 모른 척 하는 거죠.

“어른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지 어린 친구들의 세계는 훨씬 다양해요. 어른들이 더 순진하죠.”


어른들이 더 순진하다. 그저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순진하다 못해 그 안에 놓인 각양각색의 삶을 한데 뭉쳐 ‘청소년’이라고 부르고 만다. 이 분류는 폭력적이다. 당신과 나의 15살이 다르듯 지금 15살들의 삶이 제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다양한 결이 만드는 무지개를 이해하면, 그러면 좀 덜 순진한 눈으로 그 삶들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톡톡톡』을 쓴 공지희 작가는 “예방주사 맞는 것처럼”, “어린 친구들이 모를 수 있는 부분을 빨리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작품에서 다룬 청소년 임신, 낙태, 미혼모 등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필요했던 이야기였다. 먼저 말하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고 그로 인한 상처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아기였지. 우주의 기운이 가장 충만한 존재로 태어나는 아기. 하지만 자라면서 그 기운을 점점 잃어버리게 돼. 걸음마를 하고 오줌똥 가리고 말을 배우고 세상 지식을 채우면서.”
(중략)
어른들은 뭔가? 나이가 많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자신들이 항상 옳다고 우기는……. 보풀들도 나도 그들도 똑같은 하나의 생명일 뿐이다.(209쪽)

 

작가는 그 안에 무참하게 소외당하는 존재들에 주목했다. 바로 ‘보풀’들이다. 노랑 모자를 쓰고 나타난 이 존재는 그들 자신이 생명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거한다. 그 존재들을 쉽게 말하는 어른들, 소중히 여겼으나 잃어버린 언니, 고민에 빠진 친구, 이들 주변에 있는 빛나는 생명이 참으로 애틋하게 그려진다. 다 할 수 없는 말을 담은, 아기 울음과도 같은‘톡톡톡’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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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알아야 한다


먼저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반가운 마음과 걱정스런 마음, 두 가지죠. 글을 오래 안 썼어요. 판타지 작품이 이해를 못 받는 경우도 있었고요. 잘 쓴 판타지라면 그런 핑계가 통하진 않겠죠.(웃음) 톡톡톡, 이 작품은 오래된 글이에요. 한참동안 썼다가 가지고 있다가 다시 쓰고, 그러다가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확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요. 해 볼만큼 했으니, 책이 되든지 말든지 결정이 되고 나면 어느 방향으로든 마음 편하게 놓아야겠다, 그 지점에서 선택했던 게 공모전이었는데요. 기대도 하지 않았다가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란 거예요. 감정이 무뎌져서인지 수상보다는 책이 나오게 된 게 기뻤어요. 좀 자유로워지겠구나 싶었고요.

 

이 작품을 구상하고, 쓴 것이 꽤 오래 전이더라고요.


단편 작업을 해놓은 게 10여 년 전 인 것 같아요. 써놓고는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어요. 장편으로 깊이 있게 써야겠다 생각하고 있다가 그리고 4~5년 전쯤에 장편으로 썼어요. 그때는 동화로 썼는데요. 리얼한 공감을 위해서, 섹스, 연애, 성에 대한 개념들이 필요하더라고요. 동화에서는 다루기 힘든 부분이죠. 그래서 청소년 문학으로 선택을 하게 된 거죠. 

 

그동안은 동화책을 써오셨는데, 청소년 소설을 쓰게 된 이유가 주제 때문이었군요.


네. 성 문제 등에 대해 접근을 하고 리얼리티를 확보하려면 청소년 소설로 써야 했어요. 그간 써오던 동화로 쓸 수도 있었겠지만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모르겠어요. 이 이야기가 처음에는 동화인 척 하면서, 단편인 척 하면서 왔다가 이렇게 왔는데요. 어느 땐가는 성인 소설로도 써볼까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 그리고, 청소년들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사례 조사를 할 때도 느꼈던 부분이고요.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청소년들에게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를 한 작품이 많았다면 모르겠는데요. 청소년의 임신, 낙태, 미혼모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 죽은 아이들은......, 많은 생각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들의 이야기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랑모자, 마리 같은 그 죽은 아이들 말이죠?


사실 그 아이들이 주인공이에요. 아직 독자들과 만나지 않은 상황이라 잘 모르겠는데요. 어른들의 경우는 이 작품을 보고 청소년의 낙태 문제로 이해하는 분들도 계셔요. 그렇지만 죽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없다면 이건 다른 낙태 이야기와 다를 게 없잖아요. 조금 더 이 아이들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독자들의 판단이 어떨지 궁금해요.


청소년 임신과 낙태라는 이 소재가 청소년 소설을 쓰게 했다고 하셨는데, 이런 소재가 또 있으세요?


고학년 동화를 쓰다 보면, 이 글을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경계에 있는 소재들이라고 할까요. 그런 건 청소년 소설로 써보려고 해요. 청소년 소설이라도 초등학생들도 읽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장르의 구분이라는 건 의미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더 어린 친구들도 얼마든지 청소년 소설을 읽을 수 있고요. 다양한 소재들이 더 많이 이야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생들 독서능력이 어느 정도까지 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동화에서만 다루어지는 세계 밖의 이야기를 예방주사 맞는 것처럼(웃음) 책을 통해 경험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독서를 통해 다양한 소재들을 소화해 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어른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지 어린 친구들의 경험이나 정신세계는 훨씬 넓고 다양해요. 어떨 때 보면 어른들이 더 순진한 경우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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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만 애써 모른 척 하는 것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의 청소년기는 결코 어리지 않은 시기에요.


당연하죠. 진짜 그래요. 저희 때도 학교에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요.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듯한 친구들. 임신한 애도 있었고, 동거하는 애들도 있었고, 가방에서 콘돔 나오는 애도 있고 그랬어요. 물론 그런 세계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애들이 훨씬 많았겠지만. 어른들은 그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입장에 서서 애써 모른 척 하는 부분이 분명 있긴 했던 거죠. 그런 입장에서 보면 『톡톡톡』에 나오는 인물들이, 좀 순진하거나 시시하게 느껴지는 청소년 독자들도 있을 수 있어요.

 

그 중에서도 달림은 참 기특한 아이인데요. 학교도 믿지 않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무서운 어른이라도 따져들죠. 스스로 생각하는, 심지 굳은 아이에요. 우리 모두가 달림이 될 수 없다면 세상에 더 많은 달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달림 캐릭터는 어떻게 태어난 건가요?


그런 아이가 많지 않겠죠.(웃음) 그렇지만 있긴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있음직한 캐릭터를 상상했어요. 어느 바닷가 마을, 조그만 항구에 횟집을 들어갔는데 그런 아이가 있었다, 라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잖아요. 배경은 제가 염두에 두고 쓴 장소가 있는데요. 아주 작은 항구에 위치한 식당 이름이 식당 주인의 딸 이름이었어요. 주인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식당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그곳을 생각하며 썼죠.

 

‘톡톡톡’은 인사말이자, 감탄사, 말도 다 전할 수 없는 어떤 건넴이에요. 작가가 생각한 ‘톡톡톡’은 어떤 의미였나요?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두드리는 소리에서 시작됐지만 그것으로 아이가 엄마를 확인하게 됐고요. 아이의 ‘톡톡톡’은 세상의 것을 다 배울 수 없었던 아이가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죠. 때문에 제목으로도 쓰게 됐어요. 다른 제목을 쓸 여지가 없었어요. 이걸 넘어설 제목이 없었죠. 이 제목이 세상을 향해 소통을 시도하는 아이의 신호로 들렸으면 해요.

 

아기들이 말을 하지 못할 때 울음소리로 감정을 전달하잖아요. 똑같은 울음이라도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톡톡톡’ 역시 그런 것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다니(웃음). 그러니까 노랑 모자의 표현 방식은 다 ‘톡톡톡’인 거죠. 자기를 알릴 수 있는 도구고요.

 

노랑모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 만나서 정말 정말 좋았어. 이제 나는 괜찮아. 엄마를 만났으니깐. 엄마도 나를 만났으니깐 이제 괜찮아야 해?”
언니가 힘들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톡톡톡!”
노랑모자가 언니의 손가락에 대고 말했다.
“이건, 사랑한다는 뜻이야.”(285쪽)

 

부제목들도 읽는 재미를 주더라고요. 목차만 읽어도 이야기를 하나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참 좋았어요.


정말 힘들게 만들었어요. 3, 4일 동안 고민했어요. 이것만요. 처음부터 이렇게 넣은 건 아니에요. 처음엔 번호만 쭉 매겼어요. 출판사 측에서 소제목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쓰게 됐죠. 단순하게 단어를 나열하거나 밋밋한 소제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목차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소제목 쓰는 게 훨씬 힘들었어요.(웃음) 평범하지 않게 하려고 애썼어요. 왜 이렇게 목차에 욕심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손재주가 좋은 달림은 인형을 만들어요. 인형을 만드는 과정이 생명의 탄생 과정에 대한 은유로 읽히던 걸요.


처음 쓸 때는 인형 만드는 장면을 많이 넣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인형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고요. 뱃속 아이의 외형적 상징물로 인형을 선택한 거예요. 인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투사로 선택한 거죠. 그런데 인형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적는 게 흐름을 깨는 느낌이 들어서 좀 뺐어요.

 

공부 잘하고 똑똑한 해림이는 못한 결정을 멋 부리기 좋아하고 부모님 속 썩이는 미루는 해낸 것 같아요.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고정관념이 우려되긴 하는데요. 성적이 좋고 똑똑하다고 하는 아이들이라고 꼭 어른들이 바라는 모범생일거라는 것도, 연애를 하고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라고 다 성적이 나쁘리라는 법은 없다고 봐요. 제 각기 유형이 다른 거죠. 조심스러워요. 결국은 가르치려고 쓴 거구나 하는 반응이 나올까봐서 걱정이 돼요. 교훈적으로‘이래야 한다’고 가르치려던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그들 나름의 고민과 선택에 대해서는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어요. 작품 안에 남성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지평이가 우정으로 기운을 넣어주는 정도죠. 달림의 아빠는 아예 없고요. 어쨌든 생명의 탄생에 참여를 한 존재들이 이곳에 ‘없다’는 게 의아했어요.


사례들이 1부터 10까지 있다면 가장 극단적인 사례를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아기를 같이 만든 남성 중에 어떤 경우에는 여성보다 더 아기의 존재에 대한 존중을 하는 남성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 뱃속의 아기를 자기 몸처럼 목숨처럼 생각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건 남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일까? 저도 궁금해요. 물론 그런 남자들이 나쁘고, 그러면 안 되고, 하는 일반적인 생각은 갖고 있지만 그들이 아이를 가진 여성만큼 뱃속의 생명과 유대감을 가지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생태학적, 본능적으로 말이에요.


또 이야기에 남성이 포함되면 가족주의적인 틀을 강요하는 게 될까봐 조심스러웠어요. 남성과 여성이 섹스를 할 때 결혼하려고만 섹스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 사람이 내 뱃속에 아이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해줄 것이라고 약속을 받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것에 대한 절실한 각성이 여성들에게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이야기를 읽고 남성, 남학생들이 그런 부분을 생각해준다면 좋겠지만 우선 여성이 먼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이유로 이야기 전개에 남성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어요.

 

아름답고 환상적인 동굴 묘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름답게 그리려고 했어요. 그래야 되잖아요. 평범한 동굴은 일단 아니어야 하니까요. 그 아이들이 와서 잠깐 있다가 가는데 좋은 곳에서 있게 해주는 게 당연해요. 더 재미있고, 더 신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바닷가를 놀이동산처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길 바라세요?


그건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웃음) 이야기를 통해 달라질 수도 있고, 안 달라질 수도 있겠죠. 각자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어떤 정신적인 기준을 세워준다는 생각은 아예 없고요. 이 책의 운명은 이제 저를 떠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교훈적으로 읽히는 것을 지나치게 경계하시는 것 같아요.


당연하죠. 그런데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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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책


좋은 청소년 소설이란 뭘까요? 아니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긴 한 걸까요?


글쎄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따로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사람에게 좋은 게 모두에게 좋을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좋다는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잖아요. 개인적인 입장을 하나하나 들여다볼 때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소설도 좋은 소설일 수 있어요. 외로울 때 자기에게 위로가 되는 문학을 찾고, 즐기게 되는 것 같거든요. 불후의 명작, 고전도 좋지만 주목 받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책들 중에도 굉장히 자기에게 위로가 되는 책들이 발견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주변 사람에게 터놓고 얘기하거나 물어볼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 보면서 자기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책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책들이 좋은 소설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저도 지금도 그런 책들을 찾아요. 그런 책을 발견하면 정말 좋고요. 약간 약 먹듯이 책을 봐요. 위로 받고 싶고, 힘들 때마다 말이죠.

 

예를 들자면요? 작가에게 그런 책은 어떤 책들이었어요?


어린 시절에는 책을 많이 안 읽었어요. 그때는 집에 책이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았어요. 명작 전집 정도 있는 친구들이 몇 있기는 했어요. 그냥 많이 놀았죠. 청소년 때 소설 조금씩 읽기 시작했고요. 그것도 유행 따라 읽는 정도였어요. 어른이 돼서 읽기 시작했으니까 사실 어렸을 때 문학적 영향을 받은 게 없는 편이죠.


어느 날 보니, 저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판타지를 좋아하더라고요. 판타지라는 큰 프레임 안에서 소박한 판타지, 일상에서 소소하게 일어나는 판타지를 쓰고 싶어요. 그런 판타지의 종류를 굳이 찾아서 구분하자면 아마도 마술적 리얼리즘에 가까운 것일까? 생각하기도 해요.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마르케스 작품들을 좋아하고요. 미하엘 엔데, 폴오스터, 권정생의 작품들에서도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권정생의 『오물덩어리처럼 뒹굴면서』,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을 많이 추천해요. 읽고 나서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저는 아마도 감동적이고 따뜻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책 뒷부분에 실린 인터뷰에서 권정생 선생을 좋아한다고 하셨더라고요.


누구나 다 좋아하는 분이지만 작가들에게는 굉장히 신적인 존재였어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계신 분이죠. 그리고 인간적으로 정말로 멋진 선배님이셨어요.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걱정들을 많이 해요. 청소년들이나 부모들이 책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요즘 어린이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책을 읽히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이 와중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거예요.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거든요. 시간 분배의 우선순위로 치면 독서는 한참 밀려나 있어요. 중요한 일 다 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심심하면 혹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은데 책을 읽는 아이는 요즘은 혼난다고 해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안 읽히는 차원이 아닌 거죠. 읽을 수가 없게끔 몰아가는 상황인데요. 학교에서 독서 프로그램이나 해야 읽는 정도. 권장도서 읽고 독후감 써서 점수 받아야 하는 정도인 거죠. 이 상황이 계속되면 미래가 큰 걱정인 거죠.


먼저 어른들도 책을 읽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봐요. 혼자 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러니까 둘, 셋이 모여서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도 좋겠어요. 저도 책모임에 꾸준히 나가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읽어나가거나 토론을 해요. 같이 하면 훨씬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더라고요. 부모들이 먼저 읽고 독서 분위기를 아이들에게 이어져야 한다고 봐요. 어떤 운동의 개념이라든가, 아니면 놀이의 차원으로 가볍게 시작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들이 의무적으로 독서를 한다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책을 읽는 부모님들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겠죠. 자녀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질 것이고.
어디 가서 아이들과 만날 때, 꼭 필요한 것이 독서라고 얘기를 해요. 사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시험문제를 잘 읽어요.

 

요즘의 시험은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게 큰 관건이더라고요. 문제를 이해한 다음에야 답을 쓸 수 있겠죠. 오로지 성적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도 이런 점을 알기는 하겠죠. 게다가 입시시절을 지나고 이후의 성인이 된 다음에도 책 읽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 교육 구조 자체가 오로지 한 목표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까 책을 읽기가 너무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요. 요즘 모든 아이들이 다 힘들죠. 힘든 아이들에게, 책은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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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공지희 저 | 자음과모음
『톡톡톡』은 낙태나 생명 경시 등 이 시대 신선하지 않을 수 있는 소재를 너무나 잘 직조해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심사평까지 받았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낙태된 영혼에 대해서도 자기가 그린 세계를 동굴로 가시화시켜서 보여준다. 환상적인 세계를 리얼하게 이끌어냈다. 강한 주제의식을 이야기 속에 잘 녹이고, 확실하게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 노랑모자를 매력적으로 그려서 읽는 이들의 마음을 끝까지 애틋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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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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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수상작 『시간을 파는 상점』 과 제3회 수상작 『오즈의 의류수거함』의 뒤를 잇는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톡톡톡』은 낙태나 생명 경시 등 이 시대 신선하지 않을 수 있는 소재를 너무나 잘 직조해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신선하다는 심사평까지 받았다. 뛰어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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