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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다 “오늘 힘들면 내일도 힘들 것”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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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고통에 맞서는 두 가지 태도가 있다. 힘들지만 이겨내라는 게 첫 번째라면, 힘든 걸 인정하라는 게 두 번째. 많은 자기계발서가 첫 번째를 이야기하지만, 설레다 저자가 쓴 그림 에세이인 『내 마음 다치지 않게』는 두 번째를 선택했다.

‘설레다’라는 닉네임으로 일상을 블로그에 기록한 최민정 작가. 그의 그림 에세이 『내 마음 다치지 않게』가 출간됐다. 이번 책에도 주인공은 그가 만들어낸 설토(설레다 토끼)다. 이전 책과 다른 점이라면 고독이나 고통 등 마음의 그늘에 좀 더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뤄서인지 책에 등장하는 그림은 다소 어둡다. 때로는 피를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팔과 다리가 잘리기도 한다.

 

이런 그림을 그린 이유로 설레다 작가는 “근거 없는 희망을 그리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말한다. 굳이 불교의 가르침을 들지 않더라도, 삶은 고통이다. 힘든 삶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근거 없는 낙관보다는 어쩌면 수긍과 공감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설레다 작가가 그린 그림은 힘들어하는 다른 사람의 사연에서 시작된 작품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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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 즐거운 날이 하루라면 살아갈 수 있어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에 비한다면 『내 마음 다치지 않게』는 고독, 외로움 등 마음의 그늘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을 기획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생에서 고독, 외로움, 즐거움은 섞여 있어요. 전작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면 『내 마음 다치지 않게』에는 현실에 가까운 내용을 담으려고 했어요. 제 생각에 우리는 10일 중에서 7~8일은 아무 느낌이 없고, 하루나 이틀은 되게 힘들고, 하루가 딱 즐거우면 그걸 발판 삼아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게 보통 사람의 삶이고 현실이죠. 무조건 밝은 날보다는 혼자 있는 모습, 고독 느끼는 일상을 보여줘서 공감대를 넓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파 본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진정성을 많이 느꼈는데요. 혹시 아픔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는지요?

 

직장인이나 저 같은 작가 모두 마찬가지일 텐데, 누구에게나 생활이 어려운 순간은 있을 거예요. 어쩌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제가 생활비가 없어 아르바이트하는 게 힘들게 보였겠지만, 그 경험은 고통스럽지는 않았어요. 당연히 해야 했던 절차였고요. 그보다는 처음에 그림을 그렸을 때, 제 그림을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거기서 오는 좌절감 때문에 힘들었던 때가 있었죠. 지금은 이 그림만 7년째 그리고 있어요. 이제는 그림으로 책을 낼 수 있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죠.

 

이 책은 ‘다 잘 될 거야’ 식의 무책임한 위로, 거품 같은 희망, 막연한 환상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요. 책 쓰면서 조심했던 부분이 있나요?

 

그림 에세이는 대개 예쁘고 포근해요. 세상살이가 너무 힘드니까,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세상이 따뜻하다 이거 읽을 때만큼은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이런 걸 느꼈어요. 저까지 그런 책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인 성향이지만, 저 자신이 그런 식의 위로를 못 느끼는 편이거든요. 그보다는 세상은 잔혹하다 생각하고,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았어요. 공감이 안 되는 원론적인 말보다는 직관적으로 보여주면 오히려 더 많이 공감하실 것 같았어요.

 

이 책을 만들 때는 근거 없는 희망을 그리지는 말자는 게 철칙이었어요. 오늘 힘들었으면, 내일도 힘들고, 오늘 힘든 경험으로 내일을 살아갈 방안을 찾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색도 예쁘고, 만만한 캐릭터가 나오지만 발도 잘리고 피도 흘리는 장면은 그렇게 해서 나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림 에세이 중에서 이렇게 피가 많이 나오는 건 처음 본다고 해요.

 

어디서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피멍에 코피까지 흘리면서도 괜찮다며 상대부터 걱정하는 사람… 그 모습에 우리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화가 납니다.


‘울어도 되는데… 아프다고, 누가 나를 이렇게 많이 때렸다고 하소연해도 되는데… 왜 참니!’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때 나의 가슴팍에 안겨서 솔직하게 눈물을 쏟아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씨익’ 웃으며 이쯤은 아무렇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상대를 다독여주는 이가 있지요? 아픔의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차라리 전자처럼 눈물, 콧물 쏟아내며 풀어내는 이가 반갑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아픔이 두 배, 세 배로 전해져서 위로하는 사람까지 휘청이게 하거든요. 끝까지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기가 더 괴롭더라고요.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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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밤에 혼자 방구석에서 읽어야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으면 하나요.
 
밤에 혼자 방구석에서 스탠드 켜놓고 읽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책이든 책과 독자, 이렇게 둘만 존재하게 놔두면 그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어요. 혼잡한 카페에서 봐도 좋겠지만, 그런 환경에서는 피상적인 것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우울하다는 걸 막연하게 느끼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감지하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설토에 감정이입하면서 읽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이 책을 냈을 때 가장 바랐던 반응은 “예쁜 책 잘 봤어요” 이런 게 아니라 “이 책 보고 울었어요”인데요. 정말 큰 찬사 같아요.

 

혹시 작가님은 다른 작가의 책을 보며 울어본 적이 있나요.

 

글쎄요. 제가 그리면서 운 적은 있어요. 블로그나 메일로, 쪽지로 사연 주는 분들이 가끔 있어요. 친구나 가족에게 이야기하기는 쑥스러운데, 털어놓고 싶으니까 완전 타인인 제게 말하는 거죠. 짠한 사연이 많아요. 그런 사연은 그리다 보면 눈물이 나죠. 떠도는 글이나, 소설로 볼 때는 괜찮지만 실제 사연을 접하면 정도가 다르거든요. 특히 부모님 사연은 짠하죠. 아침에 엄마랑 다퉈서, 나가서 친구와 놀다 왔더니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이야기, 이런 걸 그릴 때는 저도 울고 공감하는 독자도 많아요.

 

설토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많은 동물이 있는데 토끼로 정한 이유는?

 

참 많이 듣는 질문인데요. 동물로 캐릭터를 잡을 때는 토끼, 개, 고양이, 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그 당시에 끌린 게 토끼예요. 초창기부터 보신 독자 중에서는 아는 분도 있는데, 유심히 보면 설토의 귀가 짝짝이에요. 설토는 영화 주인공처럼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종종 실수도 하고, 헤매기도 하고 갈등도 많이 하는 평범한 캐릭터죠. 그런 모습을 설토의 어떤 부분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귀를 비대칭으로 그렸어요.

 

책에 ‘유년의 나’라는 장이 등장합니다. 유년시절 작가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어릴 때는 소심하고 말이 많지 않았어요. 대학에 들어가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비싼 등록금을 주고 공부하는데, 공부가 재미없어요. 뭘 해야 할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은 표현을 많이 해야 해요. 표현할수록 자신도, 작품도 확산되니까요. 대학 때 생긴 성향으로 글도 쓰고 그림까지 그릴 수 있었어요.

 

작가님에게 그린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질문하기에는 쉽게 던질 수 있는 물음일 텐데요. 대답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웃음) 그림을 안 그려도 먹고는 살죠. 그런데 안 그리면 그냥 생존하는 느낌이에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삶의 반복이겠죠. 그림으로써 사람답게 사는 느낌이 들어요.

 

작가님께서 많이 쓰는 색이 노란색인데요. 노란색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처음으로 그림을 그린 데가 노란 포스트잇이거든요. 시각적으로 좋았죠. 좀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심리학적으로 노랑은 치유의 색이라고 해요. 노란색을 보면 무조건 치유가 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고요. 해석에 따라 노랑은 상처, 이별, 아픔, 결핍을 의미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치유의 노란색의 의미는 이런 다양한 감정을 보듬어 준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실제 노란색으로 채워 진 책을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씀도 많이 듣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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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생존하는 게 바람

 

노란색 말고 다른 색을 시도할 계획은 없는지요.

 

파란색을 써 볼까 해요. 사회생활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사회생활이 치열하잖아요. 질투, 암투도 많고. 잔인하다고 할 만큼 강한 내용을 다루려고 해요.
 
회사생활도 하셨나요?

 

3년 2개월 정도 했죠. 인턴부터 시작해서 대리까지 하고 관뒀어요. 조직 안에서 안정감 있게 능력을 발휘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런 성향은 아니어서 그만했죠.

 

전시도 많이 하시잖아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유일무이한 사건이 있었어요. 액자로 전시를 하지 않고, 그냥 메모로 붙여놨는데 절반 이상이 없어졌어요. 보시는 분들이 떼어 가신 거죠. 얼마나 공감했으면 가져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품이 사라진 것이기도 하니 아쉬운 마음도 컸죠. 사라진 작품들 모두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위안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관심사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드로잉, 페인팅도 함께 하고 있는데요. 이번에 책이 무사히 나와서, 이 책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다음 책과 전시를 기획 중입니다. 별개의 이야기인데요. 스토리가 있는 웹툰 형태를 바라는 독자도 있지만, 저는 하나로 압축하는 게 좋아요. 기승전결로 만들어서 컷을 구분해 이끌어가는 성향은 아니거든요.

 

작가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꿈은 좀 거창한 것 같고 바람이 있다면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생존하기에요. 어떤 분야든 치열한데, 자기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게 많은 듯해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람과도 맞고, 환경도 잘 맞아떨어져야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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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치지 않게설레다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미술심리치료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는 그림 한 컷이 가진 치유의 힘을 설토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녀의 메모는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사람, 남의 행복을 쉽게 질투하는 사람, 작은 것에 상처받고 오래 가슴에 두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760여 장의 메모 중에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만한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담은 100장을 추려 짧은 글과 함께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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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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