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을 만나는 시작,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친절하지만 또 동시에 불친절한 책 10년 만에 다시 읽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2004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책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이 책은 경제를 알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펴들 의향은 전혀 없던 평범한 독자가 스스로 경제학 도서를 뒤적이게 한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은 이렇게 경제학을 만나는 ’시작‘에 있다.
2004년 큰 인기를 모았던 책들을 소개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
2014년 예스24 대학생 리포터들이 ‘10년 전 베스트셀러’라는 제목으로
2004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책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유시민의 ‘영업활동’이다. ‘경제학 카페를 열면서’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 카페에서 제공하는 것이 경제에 대한 정보와 경제학 지식 그 자체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독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다. 수많은 경제학 도서 중에 이 책이 특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인간과 시장, 경제학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사회보험에 대한 대중의 ‘근거 있는’ 반감, ‘비가치재’인 성매매의 암시장화
경제를 알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펼쳐들 의향은 전혀 없는 평범한 독자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의 문을 연다. 문턱 높은 경제학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들어선 독자에게 유시민은 처음부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경제학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의 정의부터 ‘거꾸로’ 바라보며 경제학의 한계를 미리 밝히는 이 첫 장에서부터, 독자는 유시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어떤 학문이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그 학문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책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기존 경제학의 이론을 그의 말대로 ‘야유하고 조롱하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경제학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경제학의 이론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조망한다. 제 1부 ‘인간과 시장‘에 수록된 「사회보험, 위험의 국가관리」에서는 사회보험의 명백한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사회 보험에 대한 대중의 ‘근거 있는 반감’을 지적한다. 우선 그는 산업재해보험, 의료보험, 고용보험 등 국민 누구나 가입할 의무를 지니는 강제보험이 개인의 경제적 선택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적 비난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논거와 함께 유시민은 고용보험을 예로 들며 사회보험이 민간보험 상품으로 대체될 수 없음을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보험의 대상이 되는 ‘위험’이 가져야 할 조건들 중 그가 주목하는 것은 독립성이다. 그런데 실업은 전염병과 같은 ‘상호 의존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의 연쇄반응은 IMF 위기가 터진 직후인 1998년 대한민국 전체, 또는 대우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추어 선 이후 인천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중략) 해고당하는 종업원이 늘어나면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기업의 생산 역시 더 줄어든다. 이른바 경기의 누적적 악순환이다. 대우자동차가 쓰러진 이후 인천 지역에서는 식당과 학원뿐만이 아니라 노래방과 룸살롱까지 거의 모든 산업에서 폐업사태가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94쪽)
한국사회가 겪어온 실제 사례를 통해 사회보험의 필요성을 설명한 뒤 유시민은 한발 더 나아가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보험에 대한 대중의 근거 있는 반감”이라고 말한다. 보험료 부담의 불공정한 배분에 대한 반감과 기금관리자에 대한 불신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보험료는 세금으로 치면 소득에 비례해서 세액이 올라가는 비례세와 같다. 국민연금도 그렇고 의료보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세청이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자영업자들은 소득세도 적게 내고 사회보험료도 적게 내게 된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94~95쪽)
이와 더불어, 유시민은 국민연금기금의 “직원들이 어설프게 주식에 손을 댔다가 거액의 기금을 날려버린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기금관리자의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설명한다. 2002년에 쓰여진 주장임에도, 국민연금기금의 용산개발사업 투자로 인한 1300억 원의 손실(2013년) 등을 생각할 때 이는 여전히 유효한 지적인 것이다.
1부에 실린 또 다른 글 「마약, 매매춘, 포르노의 경제학」에서 유시민은 ‘비가치재’에 속하는 성매매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들이 이 고약한 비가치재를 덜 소비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중략)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성매매도 허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성매매는, 미성년자 성매매와 인신매매, 강제매춘 등 비자발적 성매매를 제외하고 보면, 본질적으로 하나의 경제적인 현상이다. 거래할 수 있는 상품(매춘 서비스)이 있고, 이것을 원하는 수요자가 있고, 자발적으로 상품 판매를 나서는 공급자가 있다. 시장이 형성될 조건을 다 갖춘 것이다. 이런 시장을 법률로 규제하면 암시장이 생긴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104~105쪽)
유시민은 여기서 직접적인 위협이나 강제가 없이 이루어지는 매춘을 ‘자발적 매춘’이라 일컫고, 경제학적 입장에서 시장의 조건을 다 갖춘 성매매가 규제를 받게 되면 필연적으로 암시장이 형성됨을 보여준다. 좋은 취지에 입각한 성매매 금지 정책이 오히려 암시장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암시장에서 ‘먹고 살 다른 길이 없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결국 불법 조직의 말단에 자리 잡게 된다.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 편입”된 그들이 “거기서 돈을 모아, 먹고 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률과 처벌을 통해 엄격히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은 ‘매춘천국’인 한국 사회의 불편한 모습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지적이다.
시장과 국가, 신문 배달 시장의 카르텔
2부 ‘시장과 국가’에서 단연 돋보이는 글은 「모든 독점이 사회악은 아니다」. 이 글에서 유시민은 자연독점이 출현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치열한 경쟁을 계속 하고 있는 우리나라 신문 배달 시장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주요 신문사들은 신문지국과 계약을 맺을 때 그 지국이 다른 신문을 함께 배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집어넣는다. 지국이 이것을 위반하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 유력 신문사들은 또한 그 지국이 배달해야 할 신문 부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며, 지국이 할당량을 장기간 채우지 못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계약을 해지한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170쪽)
그에 따르면, 신문 배달 시장 내 인위적인 경쟁체제는 구독자가 신문대금을 지불하는 유가 판매 부수를 알 수 없게 만들고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하지 못하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유가 판매 부수를 알지 못하게 하여 발행부수를 부풀린 후 이를 근거로 광고수입을 얻는 동시에, 신규 공급자의 출현을 막는 강력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유시민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러한 신문 배달 시장의 경쟁체제가 야기하는 문제가 인력과 자원의 낭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정확하게 꼬집는다.
(신문 배달 시장의 괴상한 경쟁체제는) ”소비자 주권을 짓밟음으로써 여론을 오도하고 왜곡한다. (중략) 유가 판매부수를 감추고 발행부수를 부풀릴 수 있기 때문에 신문사의 경영진은 소비자가 원하는 신문보다는 자기네가 만들고 싶은 신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173~174쪽)
유시민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01년 신문고시의 부활을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주도하는 언론개혁은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조,중,동의 주장은 옳다고 봤다. 신문개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신문사 경영진과 언론인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중,동의 모든 지국이 신문고시를 위반하고 있다는 언론단체의 발표(2012년 말)를 보고 있자면, 2002년에 유시민이 지적한 신문고시의 무력함과 진정한 언론개혁의 필요성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밖에도 2부에는 2010년 완공된 새만금 사업을 ‘외부효과’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소개한 「새만금 사업과 외부효과」, 수요의 소득 탄력성과 정보 불균형이라는 경제용어를 바탕으로 의사들의 파업사태를 분석한 「의료 서비스 시장과 정보 불균형」등의 글이 수록되어있다. 전자의 경우 2010년 우여곡절 끝에 완공된 새만금 사업이 2002년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으며, 이를 ‘외부효과’ 개념을 통해 어떻게 경제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후자의 경우 의료 서비스 시장의 근원적 특수성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과정이 매우 설득력 있게 전달되어 인상 깊었다.
시장과 세계, 그리고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권장도서'
마지막 3부 ‘시장과 세계’ 역시 그 범위만 확대되었을 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3부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은 「자유무역의 수혜자와 피해자」이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세계화시대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압박감‘과 ’경쟁력 약화는 도태로 이어진다는 불안감‘이 사실은 ’절대우위론‘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음을 파헤치는 부분에서는 묘한 통쾌함까지 느꼈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나서며, 이 책은 ‘친절하지만 또 동시에 불친절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만큼 다양한 경제학적 이론을 통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친절하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에게 더 찾아볼 거리를 안겨준다는 점에서 또 불친절하다. 지면상의 이유로 짧게 언급만 되거나 간추려 설명된 다양한 경제학적 개념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이 카페를 나서는 이들은 누구나 마음 한 가득 숙제를 안고 가게 된다. 저자인 유시민도 이를 알았던 것인지, 그는 이 카페의 출구에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권장도서‘를 정리해두었다. 이 목록은 경제를 알고 싶지만 경제학 교과서를 펴들 의향은 전혀 없던 평범한 독자가 스스로 경제학 도서를 뒤적이게 한다. 책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이렇게 경제학을 만나는 ’시작‘에 있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저 | 돌베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의 저자이면서 1년 반 동안 MBC 100분토론의 진행자를 맡았던 유시민이 시사평론가로 복귀하면서 처음으로 내놓은 책.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빠진 기존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자유롭고 신선한 발상이 존재하는 인간 중심의 뜨거운 경제학 이야기로 '경제학 카페'를 차리고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는 특유의 차분하지만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어조로 일반적인 경제학의 정의부터 '거꾸로' 생각하며 이 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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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의 저자이면서 1년 반 동안 MBC 100분토론의 진행자를 맡았던 유시민이 시사평론가로 복귀하면서 처음으로 내놓은 책.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빠진 기존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자유롭고 신선한 발상이 존재하는 인간 중심의 뜨거운 경제학 이야기로 경제학 카페를 차리고 독자를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