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상에서 '완벽'을 찾아 분투하는 세 청춘
『완벽이 온다』 이지애 작가 인터뷰
『완벽이 온다』는 그룹홈에서 독립한 세 여성 청년이 자립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구성해 놓은 ‘정상 가족’ 관념에서 벗어난, 하지만 더 가족다운 삶을 일구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제2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을 수상한 이지애 작가의 소설 『완벽이 온다』가 출간되었다. 『완벽이 온다』는 그룹홈에서 독립한 세 여성 청년이 자립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구성해 놓은 ‘정상 가족’ 관념에서 벗어난, 하지만 더 가족다운 삶을 일구는 모습을 보여 준다. 등장인물을 통해 불안하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으며 삶을 꾸려 가는 모습을 보여 준 이 작품은 자립 모색 중인 이 땅의 모든 이에게 이 작품은 찬란한 자기 성장기로 다가갈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지애 작가님. 첫 작품인 『완벽이 온다』 출간 축하드립니다. 출간 이후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출간 이후 주변의 축하를 많이 받았습니다. 기쁘면서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안 났는데요. 『완벽이 온다』를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과 독자 분들의 리뷰를 보며 책이 출간된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다정한 시선으로 『완벽이 온다』를 읽어 주시는 독자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미술치료를 전공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술치료가 작품에 영향을 준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술치료와 소설쓰기는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미술치료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미술작품을 언어화하기도 하면서 마음을 돌보는데요. 미술치료사들은 그런 과정을 훈련받고 자신을 돌보는 경험을 통해 내면의 치유와 성장을 경험합니다. 이야기라는 그릇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는 것, 문장 안에 감정을 담는 것들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미술치료가 작품에 준 영향들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창작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완벽이 온다』 는 그룹홈이라는 공동생활 가정에서 지내던 민서, 해서, 솔이 시설을 나온 이후를 다룹니다. 싸우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는 세 사람의 관계가 많은 위로를 주었는데요. 인물과 이들 간의 관계를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점이 있으실까요?
인물과 관계를 서술할 때 더하거나 덜하지 않고 담백하게 쓰려고 했습니다. 관계에 대해 진실되게 쓰고 싶었어요.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등장인물들이 부모와 신뢰가 두터운 관계를 맺지는 못했지만 자기 방식으로 애착과 믿음을 회복해 나가는 모습을 현실성 있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세 사람의 관계가 한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요즘, 가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는 내면의 부족한 부분을 관계를 통해 채우려는 욕구가 있는 거 같아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런 마음이 가족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 속에서 욕구가 잘 다루어진다면 친밀감과 안정감을 얻겠지만 거부당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에는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더 큰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표현이 서툴더라도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고 의지하며 서로를 가족이라고 정의한다면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서처럼 자신이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이들이 겪는 결핍이나 두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민서는 관계를 피하기도 했다가 먼저 다가가기도 하는데요. 그런 모든 과정들이 결핍과 두려움에 대처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서가 나아가는 모습들도 그 순간에는 실패나 불행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모든 일들이 성장의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너그럽게 보아주고 기다려주는 일이 어른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경우에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거 같아요. 그런 경우에는 자기 자신과 잘 관계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돌보고 성장의 과정으로 너그럽게 봐주고 지금 이 순간을 버텨주고 기다려주는 일이 내가 상처받은 나 자신에게 해주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서, 해서, 솔 모두 소중한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지만 서로를 버리지 않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작가님께서는 관계에서 믿음이 깨지는 경험을 했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완벽이 온다』 에서 민서가 해서와 솔을 놓아 버릴까 하다가 다시 믿어 보기로 선택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도 상처를 받게 되면 민서처럼 관계에서 물러나 있는 편인데요. 저는 그런 시간들을 기 모으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향해 물러서고 싶은 마음과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들여 자신을 조금 단단하게 만들고 두렵지만 나아감을 선택했을 때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선택했다는 게 나를 좀 더 견디게 하는 것 같아요. 기를 모으고 마음이 어느 정도 단단해졌을 때 마음에서 나아감의 대한 욕구가 올라온다면 그 마음을 들어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좋겠죠. 힘이 부족하다면 좀 더 모으면 되는 일이고요. 모든 과정이 성장의 부분이 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처음 선택이 어렵지 다음, 그 다음은 힘도 적게 들고 고통도 덜하다는 것이에요. 아마 성장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완벽이 온다』를 읽게 될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완벽이 온다』를 읽고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제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썼는데요. 처음 쓰는 장편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기는 책임감과 미안함, 그리고 슬픔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 마음을 저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께 공유할 수 있어서 『완벽이 온다』가 완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벽이 온다』에 공감해 주시고 그 마음에 동행해 주실 모든 독자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지애 1990년생. 미술 치료사로 일하며 소설을 쓴다. 2023년, 첫 장편 소설 『완벽이 온다』로 제2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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