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유 소설가 (ⓒ 해란)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6인'에 든 소감 

함께 '젊은 작가 투표 후보'로 선정된 작가님들의 이름을 듣고 기뻤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이름이 나란히 올랐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첫 책 『유원』의 기억

원고를 교정할 때는 무작정 설레고 행복했는데, 막상 출간을 하고 나니 부담감이 크더라고요. 독자님들이 소설을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스럽기도 했고요. 써놓은 글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빨리 다음 글을 써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고 매일 고민했습니다. 지나보니 그 시기를 좀 즐길걸,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매일 실천하는 글쓰기 루틴

사실 제가 마감을 잘 지킨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어서 좀 부끄러운데요. 그래도 루틴이라면, 전업 작가이기 때문에 매일 일정 시간 이상은 노트북 앞에 앉아 있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저는 뭐라도 쓰다 보면 한 줄이라도 건지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마감이 가까워 올 때는 하루 종일 독서실에서 지내는 것 같아요. 작업실이 따로 없어서 1인용 독서실을 끊어서 다니고 있어요. 카페와 도서관을 전전하다가 이제는 독서실에 정착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일단 어떤 장소보다 조용하고, 분위기가 치열하기 때문이에요.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모두 각자의 일에 몰두해 있는 것이 느껴져요. 느슨해질 때 그분들을 보면서 정신을 차려요.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

첫 번째는 인내심이요. 머릿속에 원대한 계획이 있어도 글이 항상 계획한 대로 써지지는 않기 때문에 불안감과 자괴감에 시달리기 마련인데요. 마음의 속도와 실제 창작의 속도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차분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내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두 번째는 독서하는 습관입니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저는 과부하에 걸렸을 때 저를 환기 시키기 위해 독서를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다보면 자원이 고갈 된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어요. 그때는 억지로 무언가를 짜내려고 하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에요. 새로운 글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굳어있을 때는 좋았던 책들을 반복해서 읽기도 하고요. 그러면 다시 쓸 힘이 채워지더라고요. 

세 번째는 체력입니다. 아무리 쓰고자 하는 의욕이 충만해도 체력이 없으면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더라고요.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를 쓰게 만드는 사소한 것들 

펜과 공책, 쉬는 시간에 읽을 책입니다. 소설의 70~80프로 정도는 공책에 연필로 다 쓴 뒤에 노트북으로 옮기는 편이라 사실 펜과 공책만 있어도 소설을 쓸 수 있어요. 저에게 노트북은 필수는 아닌 것 같아요. 소설을 쓰다가 책을 읽으면 얼마나 재밌는지! 창작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은 김선재 작가님입니다. 그중에서도 『얼룩의 탄생』을 좋아해요. 작가님의 시집은 시집대로 좋고, 소설은 소설대로 좋아요. 작가님이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백 가지도 말할 수 있지만 당장 생각나는 건,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저도 글을 쓰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그건 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부끄럽게도 "소설을 쓰는 게 정말 행복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언제나 창작은 어렵다고 느끼고, 요령이라는 게 생기지 않는 작업 같아서 헤매는 편이에요. 그래서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작가님의 글이 제게 너무 소중합니다.

글쓰기 작업에 영감, 도움을 줬던 책

윤이형 작가님의 『붕대 감기』요. 3년 전에도 소개했던 소설인데 요즘도 가끔 읽어보고 있어요.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 읽으면 다시금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되는 소설이거든요. 제가 창조한 인물이라도 그 인물이 파괴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면 손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냥 모든 일의 원흉은 이 사람이었다, 정리해버리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붕대 감기』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려고 노력해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저도 어렸을 때는 창작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선택받은 일부의 사람들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 들어가서, 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때 들은 얘기 중 하나를 옮겨볼게요.

'글은 손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운 좋게 튀어나올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 다루려는 문제에 천착하는 끈질김, 꾸준함, 이런 것들이 작가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후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좌절하지 말고 차근차근 노력하자고 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이 벌써 세 권이나 나왔네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 줄씩만 채워나간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제가 꾸준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청소년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영케어러와 보호 종료 아동, 가출 청소년과 우범 소년 등 소설에서 여러 문제를 다뤄왔지만 제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련 책들도 보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있어요. 그 외에는 다음 장편 소설에 신경이 많이 쏠려 있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신작을 가지고 나오려고 해요. 독자님들이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말'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요. 『페퍼민트』가 나온 후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는데 독자님께서 "작가님, 신간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말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았어요.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을 들으니까 마음이 설레서 또 다음 작품을 써야지, 다음 작품 빨리 써서 독자님을 또 만나야지, 다짐하게 되더라고요. 그 말이 원동력이 되었어요. 독자가 작가의 작품을 기다리듯이, 작가도 늘 독자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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