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해설가에게 꽃과 나무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그림책 숲속을 거닐다』 곽영미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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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 교사, 숲해설가, 동화 작가, 강사 등 수많은 직업 중에서 무엇이 가장 행복했느냐고 묻는다면, '숲해설가'라고 대답한다는 곽영미 작가를 만났다. (2023.04.27)


『그림책 숲속을 거닐다』는 매일 숲 산책을 즐기는 작가가 그림책 속 꽃과 나무, 인생을 은유한 숲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에세이이다. 카피라이터, 교사, 숲해설가, 동화 작가, 강사 등 수많은 직업 중에서 무엇이 가장 행복했느냐고 묻는다면, '숲해설가'라고 대답한다는 곽영미 작가를 만났다.



곽영미 작가님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어른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강의하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숲에 대한 그림책 에세이를 쓰시게 되셨나요?

젊은 시절, 유명산과 국립 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했어요. 그 뒤 원예 치료와 꽃꽂이, 조경을 공부했고, 숲해설을 함께했던 선생님들과도 인연을 이어오면서 숲 공부가 계속되었지요. 그러다보니 다른 그림책보다 숲이나 자연을 그린 그림책에 더 시선이 많이 갑니다. 팬데믹이 오고 온라인 강의가 많아지면서, 그림책과 숲을 연결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다들 실내에서만 생활하다보니 자연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자연이 주는 '쉼'과 '위로'가 필요했던 거지요.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글이 『그림책과 숲을 거닐다』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꽃, 숲을 소재로 한 자연 그림책이 최근 눈에 많이 띕니다. 방대한 분량이었을 텐데 숲을 소재로 한 그림책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셨는지, 이 책에서는 숲과 그림책을 어떻게 연결해서 쓰셨는지 책 내용이 궁금합니다.

나무와 꽃, 숲을 소재로 한 자연 그림책이 최근 많아졌어요. 방대한 자연 그림책 가운데 저는 주로 내용이 생태와 연결되고, 인생과 비유되어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그림책을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풀과 나무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림책과 숲을 거닐다』 에서는 식물에 관한 그림책만 넣었지만, 처음 기획 단계에서는 식물뿐만 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넣으려고 했어요. 제가 동물을 좋아해서요. 동물까지 다룬 그림책을 검토하다보니, 이야기가 워낙 방대해져서 식물 중심의 그림책과 이야기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은 타고난 전략가다. 수분 활동을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공격자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 씨앗을 멀리 퍼트리는 전략 등,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치열하게 싸우고 변화한다.'라고 쓰셨습니다. 식물에게 매혹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식물을 좋아했던 이유는 우선 꽃이 아름다워서였어요. 그러다가 나무의 줄기와 수형이 좋았고, 무엇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양분을 만들 수 있어 매력적이었지요. 성인이 되어 숲해설을 공부할 때 숲생태학을 배웠어요. 저는 다른 과목보다 생물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살피는 생태학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식물이 살아 있는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하지요. 

그래서 늘 변하지 않고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 모습인 것 같은 침엽수도 늘 변하지요. 식물은 보이지 않는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서 의사소통하고, 주변 환경에 맞춰 언제 꽃을 피울지, 열매를 맺을지 결정해요. 『랩걸 Lab Girl』을 쓴 호프 자런이 자신이 식물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식물의 개체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제가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앞의 여러 이유와 함께 수많은 식물의 생태가 다채롭고, 다양한 삶의 전략을 짜서 강인한 생명으로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림책으로 위로받고 공감받는 시간을 갖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주로 숲을 인생의 은유로 묘사한 숲 그림책을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숲이 어떻게 인생과 연결되는 걸까요?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이 있다"는 말이 있어요. 일정한 간격이 있기에 나무들이 햇볕과 양분을 골고루 나누면서 서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인간관계 역시 그러지 않을까요?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도, 지나치게 먼 사이도 아닌, 서로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사이가 필요하지요. 식물이 잎과 꽃을 만드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요. 그런 식물의 모습에서 단순히 잎과 꽃을 만드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종자를 만들어 후대를 보려는 식물의 의지와 치열함을 엿보며 우리 삶의 특정 사건과도 대입할 수 있지요. 

식물이 나고 죽어가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탄생과 죽음을 만날 수 있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인생 속 기쁨과 아픔을 연결해서 생각할 수도 있어요. 숲에 있는 많은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 연결되어 살아갑니다. 그러기에 숲의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 사회라고 생각되어요.

책에서 깜깜한 새벽의 숲 산책을 추천하셨던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밝은 낮이 아니라, 어두운 숲을 걸어보라고 하셨나요?

낮과 밤은 만날 수 있는 생명들이 달라요. 특히, 밤은 어둠 속에만 만날 수 있는 동물들과 곤충들의 세상이 열리니 더 매력적이지요. 어린 시절 저녁 무렵이 되면 박쥐들이 동네 하늘을 날곤 했어요. 해가 지는 풍경과 함께 날아오르던 박쥐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은 쉽게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그림책 『달빛 조각』처럼 반딧불이를 만나러 간다거나, 캠핑하러 가서 숲을 탐험하는 경험을 가졌으면 해요. 

물론, 안전한 공간에서 말이죠. 밤의 숲에선 우리의 감각이 다르게 작용해요. 밝은 낮은 시각에 더 많이 의존하고, 시각 자극을 강하게 받지만 어두운 숲에서는 청각과 후각의 감각을 키우게 되지요. 마치 청각과 후각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어두운 숲에서 청각, 후각과 같은 감각을 깨우고, 밤에 활동해서 쉽게 만나지 못했던 식물, 동물들과 조우하는 기쁨을 가졌으면 합니다.

작가님은 서울에서 교사로 일하시다가 얼마 전에 제주로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에서 이 책을 쓰신 건데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그림책과 어울리는 제주의 숲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저는 유명세를 타는 곳보다는 동네에 있는 작은 오름, 올레길, 둘레길에서 만나는 숲을 추천합니다. 머무는 동네에 있는 작은 숲을 만나보세요. 그곳에서도 풀과 나무, 새와 같은 다양한 생명들이 존재하며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자연을 불편하고 멀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의 평온과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 캠핑이나 숲 산책을 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숲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어린 시절 숲에서 자주 놀아서 송충이나 지렁이, 두더지들이 무섭거나 징그럽지 않았어요. 늘 보았으니까. 아무래도 자주 접하지 않으면 무섭고 징그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무섭고 불편하다는 건 자주 접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선입견을 품어서이기도 해요. 선입견을 버리고 보시면 그들도 나름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생태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해서이기도 하지요. 

생태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생명들의 역할이 있고, 소중하답니다. 숲과 친해지려면 먼저 불편한 대상을 자주 만나야 해요. 그리고 그런 대상의 특성과 생태계를 조금씩 알아간다면 더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되어요. 그림책으로 먼저 만나도 좋고요. 지금보다 더 자주 숲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만나세요. 그리고 조금씩 다른 대상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꽃을 만나면서 꽃과 연결된 나비, 벌, 개미와 같은 곤충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리고 땅속 수많은 생명들을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숲과 더 친해지지 않을까요?



*곽영미

제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일하며, 대학과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유명산과 국립 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일했으며, 원예치료와 조경학 등을 공부했습니다. 매일 산책을 하며 숲 공부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림책 숲속을 거닐다
그림책 숲속을 거닐다
곽영미 저
호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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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숲속을 거닐다

<곽영미> 저14,4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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