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넘어서] 챗GPT와 채팅하기
<월간 채널예스> 2023년 4월호
요즘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챗GPT'다. 과연 똑똑한 인공 지능은 콘텐츠마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인 윤영천 작가가 챗GPT와 대화를 나눠본 후기를 보내왔다. (2023.04.10)
수북한 말과 글이 쏟아지고 쌓인다. 빠르게 잊히고 대체된다. 어제의 뉴스가 오늘 뒤집히는 시절, 책을 넘어선 책이 필요하고 책이 아닌 책도 필요하다.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이상한 책의 시대에 읽는 것도 읽히는 것에도 전략은 필요하다. |
요즘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챗GPT'다. 과연 똑똑한 인공 지능은 콘텐츠마저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우미스터리닷컴 운영자인 윤영천 작가가 챗GPT와 대화를 나눠본 후기를 보내왔다.
7년 전 '알파고'는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지만, 인공 지능(AI)이 삶에 극적인 변화를 만들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매체에 등장하는 치명적인 인공 지능은 대부분 반질반질한 하얀색 외피에 두 발로 걷는 로봇 형태이지 않던가. 나에게 인공 지능이란 '헤이 구글'로 내일 날씨나 묻고, '시리'와 실없는 농담이나 나누는 정도의 의미였다.
기술의 향유 정도라고 생각한 인공 지능에 대한 막연한 인식이 바뀐 건 작년부터였다. 공교롭게도, 인공 지능은 가장 대체가 어렵다던 그림 분야에서 극적인 발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공 지능 화가들이 등장했고, 그 기술이 공개되면서 AI가 그린 일러스트가 웹상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붓질이 아닌 문장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저작권을 비롯한 다양한 화두를 남겼고, 그림으로 먹고사는 이들에게는 눈앞에 닥친 위협이 돼버렸다.
그리고 작년 11월 바로 '챗GPT'가 등장했다. 챗GPT가 지구상에서 얼마나 뜨거운 화제인지, 간단한 수치 하나가 이를 증명한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월간 이용자 수(MAU) 100만 명을 돌파했고 불과 두 달 만에 1억 명에 도달했다. 챗GPT는 인터넷 등장 이후 현재 가장 빠르게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서비스인 것이다.
챗GPT를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챗(Chat)은 말 그대로 채팅을 뜻한다.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어로 오픈AI가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이다. 챗GPT는 오픈AI의 3.5버전인 GPT-3.5 언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쓰는 자연어를 처리하는 데 매우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아주 말이 잘 통하는 대화형 인공 지능이다.
챗GPT가 갓 출시됐을 때, SNS에서는 그 친구가 장난이 아니라는 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외국물 좀 먹은 '심심이(온라인 인공 지능 챗봇)'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러려니 했는데, 어느새 주변의 반응은 칭찬을 넘어 간증이 되고 있었다. 코딩도 하고, 독후감 따위는 5초 안에 읊고, 도표와 그래프를 해석하고, 번역은 물론 어떤 보고서도 문제없이 작성한다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상황과 설정만 잘 짜주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이었다. SNS에서 이웃한 작가들이 고심하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인공 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분야 따위는 더는 없는 것 아닐까?
그리고 자기 계발서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도서의 저자는 챗GPT, 번역은 그 유명한 AI 파파고가 담당했다. 표지마저 셔터스톡 AI가 만들었으니 오로지 인공 지능의 협업만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 책의 제작 과정은 단 7일, 분하지만 내가 몇 달 동안 고심해 기획·편집한 책보다 더 잘 팔린다. 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당장 챗GPT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다.
"선생님, 계약은 인세 몇 퍼센트로 하셨나요?"
챗GPT를 이용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수익 모델이 있지만, 현재는 베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챗GPT 공식 사이트(바로가기)에 접속한 후 회원 가입을 한다. 그리고 로그인한 후에 'Try ChatGPT'를 누르면 끝. 한국어로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한국어는 번역 과정을 한 번 거치기 때문에 영어보다 답변 속도가 느리고 부정확할 수 있다.
짧은 대화 결과, 챗GPT 씨는 파파고 씨는 알지만, 그 자기 계발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그럼 불법 출간된 것이냐?"라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챗GPT 씨는 자신은 인공 지능 언어 모델이기 때문에, 책의 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인공 지능이 만들어낸 콘텐츠는 저작물로 판단되지 않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후 나는 미스터리 장르를 주제로 챗GPT와 대화해 보았고 몇 가지 문제점도 찾을 수 있었다. 데이터 세트가 2021년에 머무르고 있다던데, 미스터리 장르와 관련한 지식은 잘해야 2010년대 초반 수준이었다. 그리고 한국어 답변은 썩 좋지 않았다. 아참, 챗GPT는 거짓이나 틀린 정보를 당당하게 얘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도 유명한 미스터리 작품은(이를테면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같은), 거듭 부탁해도 스포일러하지 않는 든든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데이터로 성장하는 인공 지능이기에 사용자들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갈림길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합성일 수도 있겠지만 챗GPT를 윽박질러서 '2+2=5'라는 답변을 기어코 받아 내는 사례를 봤는데,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은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글 전체를 챗GPT에게 의뢰하려 했지만 힘겹게 그 유혹을 물리치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마침 이 글의 말미로 적확할 것 같다. 참고로 챗GPT의 언어 그대로이며 따로 교정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챗GPT라고 합니다. 저는 OpenAI에서 개발된 인공 지능 대화 모델로, 말 그대로 대화를 하는 봇입니다. 저는 거대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학습되어,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화 봇과는 달리, 저는 높은 수준의 대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자연스러운 대화를 원할 때, 문맥에 맞춰 대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사용자들의 대화 내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하기도 합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상담, 의학, 법률, 학교 등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항공권 예약, 호텔 예약, 주식 거래, 날씨 예보, 뉴스, 스포츠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공 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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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누리 추리문학동호회 시솝을 거쳐, 하우미스터리닷컴(howmystery.com)을 20년 넘게 운영 중이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 『레이먼드 챈들러 전집』,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엘러리 퀸 컬렉션』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으며, 'decca'라는 닉네임으로 다양한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는 『미스터리 가이드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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