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오리지널 특집] 미래를 유영하는 SF - 김성일 「늑대 사냥」

<월간 채널예스> 202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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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딱히 없어요. 인공 지능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인간이 인간한테 이미 하고 있는 것들보다 심한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2023.04.05)


수북한 말과 글이 쏟아지고 쌓인다. 빠르게 잊히고 대체된다. 
어제의 뉴스가 오늘 뒤집히는 시절, 책을 넘어선 책이 필요하고 책이 아닌 책도 필요하다. 
AI와 인간이 협업하는 이상한 책의 시대에 읽는 것도 읽히는 것에도 전략은 필요하다.


김성일 소설가

「늑대 사냥」은 국가가 무의미해지고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공존하는 미래 사회가 배경입니다. 챗GPT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소설 속의 세계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우주 개발을 하면 막대한 부를 얻을 수는 있지만 지구에 기반한 국가 정부의 통제는 거의 받지 않겠지요. 사람이 많이 못 가니 인공 지능과 로봇도 필요할 거고요. 인공 지능의 발전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역사상 "이 방향으로 발전하는 건 위험하니까 하지 맙시다" 같은 주장이 제때 받아들여진 적은 거의 없잖아요? 심지어 핵무기도 계속 만들었는데, 실생활에 훨씬 유용한 인공 지능이야 계속 개발하겠지요.

평소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요?

아이디어 자체는 아무 때나 쉽게 나오는 편이에요. 저 같은 부류의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보다는 그걸로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라고 생각해요. 세계를 만들고, 거기 사는 등장인물을 빚고, 그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감정을 생각하고 실제로 문장을 만드는 게 진짜 작업이지요.

안드로이드 사냥꾼의 존재론적 질문도 인상적입니다. 결국 모든 존재는 자신을 규정하고 싶어 하는 걸까요?

달팽이나 고등어는 안 그래도 별 불만이 없어 보입니다만... 농담이 아니라, 대부분의 것은 자아니 정체성이니 하는 걸 따지지 않고 그냥 존재해요. 그런 생각을 인간만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그냥 인간 정신의 딸꾹질 같은 건지도 모르죠. 하지만 작중에서는 인공 지능도 그것을 한다고 치고 있습니다. 인공 지능도 인간의 후예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공 지능과 공존하는 미래에 대한 작가님의 기대와 두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대되는 것은 '편리함'입니다. 일단 운전 안 해도 될 것 같고, 쇼핑도 자동으로 해줄 것 같고요. 큰 스케일로 가자면 인공 지능의 도움을 받는 효율적인 계획 경제나 공정한 정책 결정에도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건 다양한 이유로 요원할 것 같아요. 인공 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딱히 없어요. 인공 지능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인간이 인간한테 이미 하고 있는 것들보다 심한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독자들이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다른 SF 소설들을 많이 읽으세요. SF는 기존 개념과 코드의 재사용과 재해석이 많습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알수록 그 주제 자체가 자기 안에서 풍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김성일

소설가. SF와 판타지 작품을 주로 쓴다. 도서출판 초여명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피아스코』를 비롯한 여러 TRPG 작품을 쓰고 번역했으며, 지은 책으로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메르시아의 별』, 『별들의 노래』 등이 있다.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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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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