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부조리 속에서 들려오는 한 버스커의 독백

『버스커의 방』 진승태 저자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버스커의 방』은 버스킹, 혹은 버스커가 가지고 있는 애처로운 속성에 저항하려는 일종의 수기라고 불러도 좋다. 그것도 남보다 많이 예민하고, 결핍 또한 양껏 갖춘 한 버스커의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 말이다. (2023.03.02)

진승태 저자

길거리에서 버스커와 조우한 적이 있는가? 요즘 사람에겐 최소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이 있을 테다. 다만, 그렇게 우연히 마주친 버스커의 노래에 꽤 심취했었다 한들 이후, 내내 이 기억을 곱씹으며 지내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그리 많진 않을 듯하다. 어쩌면 그만큼 버스킹이 선사하는 감흥이 휘발성이 꽤 강해서가 아닐까? 마치 향수처럼 말이다. 『버스커의 방』버스킹, 혹은 버스커가 가지고 있는 애처로운 속성에 저항하려는 일종의 수기라고 불러도 좋다. 그것도 남보다 많이 예민하고, 결핍 또한 양껏 갖춘 한 버스커의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 말이다.



책 제목만 봐도 저자가 버스커라는 건 너무 잘 알겠네요. 그런데 그 외에도 전혀 다른 경력들도 눈에 띄던데, 간략한 이력 소개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자 약력 가장 말미에 적은 '인생 내내 커리어 표류 중'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저는 꽤 운 좋게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확실한 사람이었어요. 다만, 그걸 평생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커리어로 연결 짓는 데에는 고배만을 마셔왔지요. 그럼에도 제가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저의 대표 직업을 한 번 꼽아보라 하면, 사실상 그래픽 디자이너 및 일러스트레이터가 제일 맞을 거예요. 사정이 이럼에도 이 직업에 완벽히 만족한 적이 없고, 또 '버스커'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일말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궁극적으로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죠.

『버스커의 방』 가장 밑바탕에 깔린 저자분의 세계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 저는 기본적으로 제가 살고 있는 이 한국 사회가 많이 부조리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느낌이 내내 제 곁을 떠나지 않는 건 어쩌면 제 안에 결핍 자체가 많아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요. 그런 결핍이 제 안에 꼭꼭 숨어있는 창작욕에 늘 불을 지피는 땔감들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흥미롭게도 주위를 둘러보면 저처럼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위대한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분야에서 유독이요. 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사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 혹은 산물들에 대한 세심하고 서글픈 예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10년이라면 적지 않은 시간입니다. 직업도 아니라면서 오랫동안 버스킹을 해오신 동력은 무엇일까요?

이 또한 결핍 때문일 거예요. 더불어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자신이 다 사그라진 뒤에도 남아있을 창작물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창작물 중에 음악에 대해 큰 경외감과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전 그것을 열렬하게 해오는 데에 실패를 해 왔어요. 여건이 많이 안 좋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결핍이 저를 거리에 나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실패는 했지만 결코 음악을 또 놓칠 수는 없다 보니, 가장 밑바닥에서나마 계속해나갈 수 있게끔 내몰게 된 거죠.

버스킹을 내내 해오면서 여태껏 겪은 가장 큰 변화가 있으시다면요?

버스킹 초반에는 오로지 절 만족시키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반대에요. 지금의 저는 관객들까지 온전히 만족시킨 버스킹을 해냈을 때, 비로소 당일 공연을 잘 치러냈다며 안도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전 인간관계가 협소한 사람이기도 해요. 그래서 버스킹을 나가 관객들과 호흡들을 주고받을때 치유받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



『버스커의 방』에서 저자가 살아가는 공간인 '방'을 일종의 두 구역으로 구분지어 이야기를 펼쳐가는 것이 흥미롭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방식의 글쓰기를 택한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앞서 말했듯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도 해요. 그래서 뭔가를 창작하곤 할 때, '디자인 작업을 시작할 때의 접근법'을 취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창작의 실마리를 비교적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데다가, 그려내고자 하는 세계의 범주를 빠르게 설정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쓸 때도 공간을 두 구역으로 구분 지어 이야를 풀어내는 콘셉트가 저한테는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사실 시중에 보면 『버스커의 방』처럼 책과 영화를 다룬 책들은 이미 차고 넘치지 않나요?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초보 작가라는 점도 충분히 고려를 해야만 했어요. 막상 버스킹 중 경험한 것들은 아무리 화려하게 나열한다 한들, 총체적 양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왕 버스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 거, 제가 좋아하는 책, 음악, 미술, 문화, 인문 이야기를 골고루 섞는 게 좋겠다 싶더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 말씀대로 여태껏 인생 내내 표류 중이긴 하나, 앞으로 꼭 정착하고 싶은 목적지가 혹시 있으시다면요?

사실 잘 모르겠다는 게 아마도 가장 정직한 답변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어쩌면 늘 인정 욕구라는 것에 목말라 있는 사람인 듯합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이런 인정 욕구가 채워져 왔다면 이런 장문의 책을 아예 쓰지 않았을 것 같아요. '표류'는 제가 죽을 때까지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먼 훗날 제가 붙들고 몸을 의지할 최소한의 부표 하나 정도는 꼭 마련해 두었으면 합니다.



*진승태

서울 태생의 10년 차 버스커, 그리고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그러나 사실은 인생 내내 '커리어 표류 중'이다.




버스커의 방
버스커의 방
진승태 저
예미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버스커의 방

<진승태> 저16,200원(10% + 5%)

어느 10년 차 버스커의 인문학적으로 버스킹 하기 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버스킹’. 『버스커의 방』은 길거리 공연을 하는 저자의 실제의 방과 내면의 방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의 방에 있는 여러 사물들의 공간을 두 구역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곳 각..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첨단 도시 송도를 배경으로 한 세태 소설

제1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화려한 고층 건물에 살고 있는 중산층부터 그들의 건물이 반짝일 수 있도록 닦아내는 청년 노동자까지 오늘날 한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계층의 서사를 써냈다. 그들의 몸을 통해 욕망과 상처로 얼룩진 저마다의 삶을 복합적으로 표현했다.

사유와 성찰의 회복과 공간의 의미

'빈자의 미학' 승효상 건축가가 마지막 과제로 붙든 건축 어휘 '솔스케이프’. 영성의 풍경은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 사유하고 성찰하는 공간의 의미를 묻는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공간이야말로 건축의 본질이기에, 스스로를 어떻게 다듬으며 살 것인가에 대한 그의 여정은 담담한 울림을 선사한다.

당신의 생각이 당신을 만든다.

마인드 셋 전문가 하와이 대저택이 인생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알렌을 만났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집어 들었던 제임스 알렌의 책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이루어지는 내면 생각의 힘과 그 실천법을 만나보자.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순간

‘이기주의 스케치’ 채널을 운영하는 이기주의 에세이.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그림과 글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소재를 찾는 것부터 선 긋기, 색칠하기까지,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인생이 배어 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마주해보자.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