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한 작가 "다 쓴 마음은 이렇게 버리세요"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 김단한 작가 인터뷰
저는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를 '마음이 무겁다',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읽으셨으면 해요. 분명 저의 글을 읽으면서, 본인의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는 '다 쓴 마음'이 느껴지실 거예요. (2023.02.21)
모든 사물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물건을 구입하는 것만큼 쓰레기를 버리는 법 또한 잘 알아야 한다. 일반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패트병과 캔은 분리수거로, 대형 생활 폐기물은 주민 센터에 방문해서 스티커를 구입한 후 부착해서 버려야 한다. 이처럼 물건들은 나름의 용도가 있듯이 잘 버리는 법 또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다 쓰고 나면 미련이나 추억 같은 것들이 찌꺼기로 남게 되지만 이런 마음들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김단한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에 그 해답이 나와있다.
올해도 한 권의 책을 더 내셨습니다. 브런치, 독립 출판과 더불어 작가님을 찾아보는 독자들도 많이 생긴 듯해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하고 싶은 이야기나 쓰고 싶은 이야기가 더는 없다고, 모두 소진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야기가 제 마음 어딘가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밀곤 해요. 그렇게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붙잡고 쓰다보니 한 권의 책이 더 나올 수 있었어요.
이 책을 집필하신 계기가 어떻게 되시나요?
마음이 복잡할 때 무작정 걷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소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비틀거리며 걸었죠. 이대로 가다간 몸은 몸대로 힘들고, 정신은 정신대로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정리하고 싶다', '분류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버려진 물건을 보니, 그것과 연관된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 생각을 놓치지 않고 쓰면서 나름의 정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걸을 때 주변을 잘 살피면서 다니시는 편이신가요?
매번 땅을 보고 걷는 편입니다. 제 발만 보면서 걸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발 밑에 차이는 쓰레기를 더 많이 볼 수 있었던 듯해요. 요즘은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멀리 보고 걷거나, 많은 사람들, 나를 스치는 다양한 풍경을 보려 노력해요.
정말 다양한 쓰레기를 보고 다니셨는데요. 그 중에서 작가님께서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하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저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 쓰레기는 오래 기억에 남아요. 쓰레기를 보는 순간, 그들이 떠오르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이 진하게 마음에 남아서 한동안 멍해질 때가 많았거든요. 콜라병을 보고 떠오른 친구, 버려진 담배꽁초를 보고 떠올린 언니, 꽉 찬 쓰레기봉투를 보며 마음이 터질 것같이 힘들었던 나를 떠올린 순간, 이런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각 챕터마다 제가 본 쓰레기가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으니, 함께 봐주시면 너무 좋을 듯해요.
제목이 인상 깊어요. 다 쓴 마음 그러니까, '마음을 다 썼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불현듯 발에 채이는 감정'이요. 저는 다 썼다고 표현해요. 저만의 표현이죠. 미련이나 후회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직 소모할 감정이 남았을 때 쓰는 것 같아요. 제가 말하는 '다 쓴 감정'은 그 감정을 떠올릴 때 그저 '그땐 그랬지' 정도로 끝나게 되는 순간에 깃든 것을 말해요. 다른 감정이 묻지 않고, 원래의 감정만이 남아 단단하게 굳은 것 같은 감정이랄까요! 우리 마음엔 그런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많이 남은 듯해요. 버리지도 못하고 더 쓰지도 못하는 감정이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각자의 마음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와 같은 제목이 나왔어요.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를 쓰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다 지나간 감정이라도 다시 한 번 그것을 꺼내 훑는 과정이 꽤 힘들었어요. 어떤 감정은 아주 선명하게 다가와서 종일 마음을 힘들게 할 때도 있었고,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될 땐 어찌할 줄 모르게 되더라고요. '제때 이 감정을 소진했으면 이렇게 마음에 쌓이지도 않았을 텐데...' 같은 생각을 하며 감정을 되짚어보는 것이 힘든 과정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두 번째 에세이는 밑바닥에 있는 마음만 긁어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책으로 선보이는 게 부담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어쩌면 그만큼 독자분들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를 '마음이 무겁다', '답답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읽으셨으면 해요. 분명 저의 글을 읽으면서, 본인의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는 '다 쓴 마음'이 느껴지실 거예요. 그 마음을 해소하는 방법이란 건 책에 나와있지 않지만, 어쩌면 독자분들은 글을 읽으시면서 그 방법을 찾으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드네요!
*김단한 나의 마음에 자리한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늘 고민했지만, 이미 쓰는 것으로 하여금 나름의 표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잡한 마음을 아주 짧은 단 한 문장으로 쓰는 것을 좋아한다. 쓰는 글 중에 사람과 사랑이 등장하지 않는 글이 없다. 사람과 사랑이 지겹다 말하면서도 이 두 가지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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