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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시골집 짓고 싶은 사람이라면

『난생처음 시골살이』 은는이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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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은 침대가 있는 휴식 공간이라 저도 복층을 가장 좋아해요. 층고 높은 거실에서 전투적인 하루를 보낸 뒤, 아늑한 복층으로 올라가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답니다. (2023.02.20)

은는이가 저자

누구나 한 번쯤 한적한 공간, 문만 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자연,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꿈꿔본 적 있으리라... 시골살이는 그 로망의 결정판이다. 그런데 여기, 조금은 엉뚱한 이유로 시골행을 택한 부부가 있다. 그들이 시골로 향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집'이었다. 남편은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아내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변변한 자본도 없이, 이렇다 할 연고도 없이 난방비가 많이 안 드는 남쪽으로, 라는 기준 하나만 가지고 모험을 시작했다. 누구 못지않은 도시인이었지만 치킨 배달도 안 되는 전남 시골에 터를 잡고 삶도 함께 지었다는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텃밭을 가꾸고 반려동물과 산책하며 느긋하면서도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오늘도 단짠단짠 시골살이를 이어가는 『난생처음 시골살이』의 은는이가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요즘 시골살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보통은 슬금슬금 자리를 옮기는데 작가님은 느닷없이 시골로 향하셨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용기를 내실 수 있었나요?

시골행은 독일에 가서 이민을 준비하던 중 방황하던 시기에 내린 결정이었는데요. 그때는 한국 생활을 정리한 터였고 독일에서는 자리를 잡기 전이어서 어딘가 얽혀 있거나 손에 쥔 게 없었어요. 직장이나 집이 있었다면 이리저리 재보고 고민하다가 오히려 흐지부지됐을 수도 있는데, 가진 게 없어서 느닷없이가 가능했지 싶어요. 한편으로는 시골살이가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이기도 했어요. 타국살이 할 생각도 했는데, 그래봐야 국내인 시골살이가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겠나 하고요.

책에 '집 짓기도 시골살이도 난생처음인 우리에게는 시골에서의 매일이 충격이고, 이벤트였다'라고 쓰셨는데요. 지금까지 시골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을 하나 꼽는다면요?

이 마을에 들어와서 집을 지으며 임시 거처로 쓴 흙집에 몸을 눕히던 첫날 밤이 떠올라요. 마을이 낯선 백구 눈치와 덩치가 바람 소리만 나도 짖어댔고, 남편과 저는 그럴 때마다 두려움에 떨었어요. 마당에는 어두움 말고 아무것도 없는데, 도깨비에 홀린 듯 들락날락하느라 거의 밤을 새웠죠. 어리석은 초짜 둘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와요.

작가님에게 공간은 남다른 의미인 것 같아요. 작업실이자 일터이자 카페이자 식당, 독서실, 영화관, 식물원이라고 표현하신 걸 보면요. 혹시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초등학생 조카가 저희 집에 놀러 왔을 때 보니까 복층을 좋아하더라고요. 위에서 거실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새롭기도 하고 천장이 세모지고 낮으니 아지트 같은가 봐요. 복층은 침대가 있는 휴식 공간이라 저도 복층을 가장 좋아해요. 층고 높은 거실에서 전투적인 하루를 보낸 뒤, 아늑한 복층으로 올라가면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답니다.

집 지을 땅을 구하고 직접 집을 짓는 과정을 생생하게 쓰셨더라고요. 혹시나 그 험난한 길에 동참하겠다는 분들을 위해 조언이나 유용한 방법을 알려주세요. 

좌절하더라도 털어내고 일어날 수 있는 자신만의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기대하지 말자. 여행하듯 즐기자' 다짐하고도 번번이 상심하고 지치기 일쑤였는데요. 그럴 때면 당시의 일화와 감정을 블로그에 기록했어요. 그러면 허탕친 하루라도 그냥 흘러가지 않았고, 또 제 이야기가 힘과 용기가 됐다는 댓글은 다시 저에게 원동력이 되어줬어요. 지역 특산 음식을 먹는 것도 좋고 가까운 관광지에 다녀오는 것도 좋아요. 그게 무엇이든 나를 일으키는 특효약을 찾으시면 험난한 길이 마냥 쓰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전남 시골로, 그렇게 이동하고 집을 지으면서 가치관도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시골에 집을 짓기 전과 후 달라진 가치관이나 생각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전에는 좁고 뾰족한 나만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했어요. 이상하고 틀린 것 천지였죠. 그런데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에 들어가니 그런 자세로는 제가 괴로워서 못 살겠더라고요.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보고 눈높이에 맞춰보면 누구보다 내 삶이 편해진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웬만한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짐작하고 넘어가려고 노력해요. 물론, 방심하면 순식간에 내 잣대가 튀어나옵니다. 그런 자신을 알아채면 또 괴롭고요. 그래서 매몰되기보다 벗어나는 방법을 찾으려 애써요. 재미있는 걸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빨리 털어내야죠.

시골살이와 집 짓기에 있어서 주체성을 가장 강조하시는 것 같았어요. 운영하시는 유튜브 채널 이름도 그런 뜻으로 지었다던데요.

제 필명이기도 한 '은는이가'는 유튜브 채널명이기 전에 운영하는 화실 이름이었어요. 화실 이름을 고민하던 시기에 언니네가 놀러 왔거든요.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어린 조카가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이가 아파요" 하니까 언니가 "얘는 은는이가를 아직 몰라" 하는 거예요. 그때 무릎을 쳤죠. "그래 은는이가!" 별 뜻 없이 어감이 좋아서 지은 화실 이름이에요. 

그 후 몇 년 뒤 유튜브를 시작할 때 채널명을 물색하다가 화실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게 됐어요. 문장에서 주어가 되도록 돕는 주격조사와 보조사 '은/는/이/가'의 역할처럼 저희를 만나는 분들이 주어로 살아갔으면 한다는 의미는 나중에 붙였습니다. 저희가 누군가의 진취적인 삶을 보고 영향을 받았듯, 저희 영상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 경험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누군가의 삶이 본보기가 되거나 정답이 될 수 없어요. 우리는 각자 다른 존재이기에 '나처럼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는 말이 안 되죠. 정답이 있다면 본인답게 사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제 이야기를 꺼낸 건 부모님과 사회가 정해준 길을 벗어나도 죽지 않는다는 걸 보이고 싶어서예요. 『난생처음 시골살이』는 그저 나답게 사는 '하나의 예시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은는이가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랐다. 10대 시절 대부분은 서울 목동에서 보냈고 20대 때는 연남동, 망원동에 살며 삼청동, 종로, 광화문 맛집을 꿰고 다녔다. 30대 초반에는 이민을 생각하고 독일로 향하기도 했다. 이처럼 뼛속 깊은 도시인에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지금은 산으로 둘러싸인 전라남도에서 고즈넉한 시골살이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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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시골살이
난생처음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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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 중에 요즘이 제일 좋아.” 떠나보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고 살아보지 않으면 그곳을 알 수 없지. 지금 우리는 시골로, 삶으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는 중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러스틱 라이프, 오도이촌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적한 공간, 문을 열면 바로 만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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