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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유정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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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작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이 있다고,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말한다. (2023.01.05)

유정아 저자

유정아 작가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신이 있다고,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로 자신을 낮추는 신이 있다"고 말한다. 그 신은 남과 여를 갈라서 사랑하지 않고 수염이 없는 자와 수염이 있는 자를 차별하지 않는다고. 인간은 인간이라서 지닐 수 있는 마음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이 있다. 신만큼 대단하지는 않아도 신을 본떠 그 다정함을 닮을 수는 있다. 『언젠가 너였던 나』에서는 나 아닌 '너'에게서 내 흔적을 찾을 수 있고 그 기억으로 너를 공감하며 너의 옆에 같이 설 수 있다. 유정아 작가는 다시 말한다.

"신이 있다면 그에게는 성령이나 천사가 아니라 사람을 보낼 것 같았거든요."



『언젠가 너였던 나』를 통해 유정아 작가님을 처음 접하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회에 나와 첫 직업은 KBS 아나운서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느라 입사 8년 차에 퇴사를 하고 그리 활발하지 않은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일하며, 모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10년간 진행하며 당시의 강의를 토대로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와 『당신의 말이 당신을 말한다』를 썼습니다. 『마주침』과 『클래식의 사생활』은 KBS클래식FM의 <FM가정음악>을 진행하며 썼던 음악 원고를 바탕으로 확장한 클래식 에세이들이었습니다. 방송이나 음악회 진행이 주된 일이었으나 가장 오롯이 기뻤던 순간들은 글을 쓸 때였습니다.

작가님의 신간이 오랜만에 나왔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시고 계셨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는 보기와 달리 그리 적극적으로 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일의 특성이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거 하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이 오면 대개 응해서 어떤 일이든 했습니다. 열심히 하지만 죽을힘을 다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독자 분들에게 제목의 의미를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최근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그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나왔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우연에 의해 태어나 그 삶을 살아갑니다만, 또 다른 우연에 의해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타인에 대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은 여성으로 태어났을 수도, 부자는 가난한 자로, 능력 있는 자는 다른 능력이 있거나 어떤 걸 해도 잘 안 되는 사람으로 태어났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 삶에 토대를 두고 각각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궤도를 도는 별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요? 그렇게 외롭게 각자의 궤도를 돌면서 마주치는 다른 별들과 서로 어여삐 여기며 그 순간을 즐기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너였던 나'는 그러한 이해를 부드럽게 촉구하는 것으로, 책 안의 여러 구절들을 생각하다 떠올린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너였던 나』로 말씀하시고 싶었던 주된 주제나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여성주의'라고 이야기되는, 시대가 맞이하고 있는 타당한 흐름이 마치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오해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여성주의는, 여성이 세상에서 힘을 갖자는 것 같은 좁은 의미가 아니라 약자나 소수자도 이 세상에 살고 있으며, 나도 그렇게 태어났을 수 있는, 혹은 내 안에 있는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으로 가는 길에 우리가 가질 만한 태도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같은 평범한 한 사람이 살았던 궤적 안에서도 그러한 생각의 흐름이 있음을, 일상생활의 순간순간 느꼈던 그러한 국면들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작가님이 쓰신 원고 중에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같이 힘과 권력을 가지자는 것이 아니다. 과도기적으로 권력을 가져야만 바꿀 수 있다면 수단으로서는 가질 수 있겠지만 궁극에는 다 같이 힘을 빼자는 것이다' 문장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위에서 이야기한 것 외에 살짝 보태보겠습니다. '주의'라는 것이 붙으면 그 앞의 단어가 힘을 갖자, 주류가 되자는 것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성주의만큼은 그러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사 속에 늘 2인자 성이었던 여성이 1인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라, 2인자이든 3인자이든 상관없이 웬만큼 살 수 있는, 불합리한 차별들을 없애나가자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미니즘의 역사 속에서도 여러 생각의 차이들과 그것을 해소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메이카 출신 영국의 문화 연구가 스튜어트 홀(1932~2014)은,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 나는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다시 써야 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다시 쓰는 수고로움이 조금 있더라도, 나일 수도 있었던 세상의 어떤 존재가 자신이 누구라고 해서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으로 가는 길은 너나없이 동참해도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요?

작가님의 오랜 세월에 걸친 깊은 통찰이 이번 책에서 드러납니다. 작가님의 각기 다른 시절마다 머물렀던 사유를 만날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혹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있으실까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한 번의 삶으로 족합니다.

여러 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가 맞서 싸우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내 존엄이 무너진다면 인간으로서 무너지는 것일 테니까요.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자 인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일상의 편안한 영역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도 내부에 운동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보태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회의는 버리고 연대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유정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1996년 동안 KBS 아나운서로 일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말하기 강의와 프리랜서로 방송, 음악회 진행 등을 했고, 연극 <죽음에 이르는 병>, <그와 그녀의 목요일>과 영화 <재회>에 출연했다.




언젠가 너였던 나
언젠가 너였던 나
유정아 저
마음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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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였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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