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전에 동물부터 되어야 한다고?
『열다섯에 곰이라니』 추정경 저자 인터뷰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표현한 이번 작품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십 대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2023.01.05)
『내 이름은 망고』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청소년 문학의 미답지를 개척해 온 추정경 작가가 재기발랄한 소설로 돌아왔다.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정체불명의 현상으로 갑작스럽게 동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우여곡절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곰이 된 태웅을 비롯해 기린, 비둘기, 하이에나 등 제각기 다른 동물로 변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동물화'라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표현한 이번 작품은 성장통을 앓고 있는 십 대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따뜻한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그간 『벙커』,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 개인의 내면을 살피거나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셨는데요.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전작들에 비해 한결 가볍고 경쾌한 이야기 같아요. 전과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올해 뜻하지 않게 두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어요. 힘들게 썼던 작품 하나를 탈고하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고, 그 후련함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썼는데 그게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경쾌함이 되었군요. 예전에 왕가위 감독이 영화 <동사서독>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너무 힘들게 촬영해서, 그 중간에 쉬어가는 마음으로 <동성서취>라는 가벼운 영화를 마음 편하게 찍은 기분과 비슷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십 대 아이들이 동물로 변한다는 설정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해요. 어디서 이런 아이디어를 얻으셨나요?
제 일상다반사에 반인반수와 같은 아이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갓 십 대가 되었는데, 어둠이 몰려오기 전 까치놀이 보이듯 사춘기의 전조가 보이네요. 자신도 생각이 있고, 본능이 있고, 감정이란 게 있다고 항변하는 낯선 아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돌아보니 제 친구들 대부분이 속이 문드러지는 중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노라면 때론 광야의 질주 같고, 때론 기나긴 터널을 통과하는 폭주 기관차 같기도 하더군요. 본인들이야 괴로움 속을 지나고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와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에서 따듯한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은 태웅이지만 여러 인물의 사연이 고루 담겨 있어서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옴니버스로 구성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각자의 가치 있는 인생에 대해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비교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동물에게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 어떤 아이가 절대 선이 되지도 절대악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은 유연하고 인생은 유한해서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스스로 깨닫고 변화할 테니까요.
십 대 시절의 작가님께서는 어떤 동물에 가까웠나요? 만약 동물화된다면 어떤 종이 될 거로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애석하게도 저 자신을 동물화로 상상해 보지 못했어요. 예전에 만약 다른 무언가로 다시 태어난다면, 이 질문을 어린 아들에게 받았는데, "난 돌멩이로도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상처를 준 뒤로 쉽사리 대답하지 못해요. 아무래도 이번 생은 사람으로 잘 살다가는 걸로 끝내야겠어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작품 구상 간에 빠진 인물이나 동물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어떤 캐릭터든 생각이 오래 머물면 그 생각이 책임과 애정으로 되는 듯합니다. 곰 태웅, 기린 서우, 들개 국영, 비둘기 세희와 지훈, 이 모든 캐릭터의 방점인 라텔 영웅은 물론이고, 이름 없는 들개까지, 모두 제가 이 세상에 데리고 온 존재들이니까요. 작품 중에 돌고래로 변한 남쪽 먼바다 아이를 설정했는데 생각보다 외연이 넓어져서 나중에 다른 이야기로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서랍 속에 묵혀두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이번 작품을 대표하는 문장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유독 생각이 오래 머문 곳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영웅이 형 태웅을 한눈에 알아보며 스스로 형의 흔적을 살피는 장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키 작은 기린 서우가 스스로 모든 기린이 동등하다는 걸 깨닫는 장면입니다.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수면 위로 올리는 데에 많은 고민을 거듭했어요. 외부의 도움 없이 아이들이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커가는 장면 중 하나에 독자들의 시선이 머물길 바랐습니다.
작품 속에서 동물화를 겪는 아이들처럼 사춘기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십 대 친구들에게 애정 어린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춘기를 안으로만 삭이고 스스로 극복해야 했던지라 티가 나지 않게 지나온 듯합니다. 잘 컸다고 생각했던 어른의 어느 날, 한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그 가사 중 한 문장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나는 배운 대로 살았어요. 나이 드느라 바빴어요."
이상하게도 그 문장 하나에 제 온 마음이 사로잡혀 꼭 숨겨두었던 눈물 봉지가 바늘 하나에 찔린 기분이었죠. 빨리 어른이 되어야 했던 어린 저 자신을 알아주는 듯한 그 문장이 참 오랫동안 위로가 되더군요. 저는 제 글에서 누군가가 그 한 문장을 찾길 바랍니다. 사실, 사람은 동물보다 강물에 가까운 존재니까요. 우리는 시작되는 곳도 모르고 흘러가지만 결국 그 여정으로 만들어지고, 그래서 인생도 목적지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선물이니까요.
*추정경 울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다.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벙커』, 『언더, 스탠드』, 『월요일의 마법사와 금요일의 살인자』,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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