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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늙음, 병과 죽음 앞에서 깨달은 인생 이야기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김영맘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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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도 사람들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살아가는 삶의 공간임을 알리고, 후자께는 부모님과 독자분의 노후에 따뜻한 길잡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2022.11.01)

김영맘 저자

10년 전, 30대였던 젊은 청년은 요양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인간의 노후를 직면하게 된다. 그간 의료 봉사와 한의원에서 근무하며 연세가 있는 환자분들을 많이 만난 터였다. 그러나 그분들은 걸어오거나 차를 타고 와서 자신의 상태를 말로 설명하고, 진료받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었다. 엄밀히 말해, 연배가 있는 청년들이셨다. 저자는 진정한 노후란 이러한 시절이 끝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든 시기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는 요양병원에서의 시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려 한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15년 차 한의사로 2012년부터 요양병원 한의과에서 근무하였고, 2019년부터 가정에서 알츠하이머이신 시아버님을 모시며 남편과 함께 가족 간병을 담당했습니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의 요양병원 병동 일기와 3년간의 가족 간병 일기를 담았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를 집필 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으셨던 메시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좌우명은 ‘적자! 생존!’입니다. 행복한 추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히지만, 종이에 적힌 기록은 오래도록 남기 때문에 일상의 모든 것을 일기장에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루하루 쌓인 일기가 한 편의 글이 되었고, 그렇게 쌓인 글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요양병원의 일상과 단상을 담은 단순한 일기였습니다. 차츰 노인 환자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노인 문제와 저의 노후까지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시아버지를 간병하는 보호자로 살면서 겪은 갈등과 성찰의 내용도 담았습니다. 아무리 가까이에서 관찰한다 하여도 노년의 삶은 아직까지 제삼자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다만, 영원히 젊을 수 없다는 것과 젊은 날을 의미 있게 살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이 들어 병들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표지 카피 중에 '미래에 진정한 노후를 맞이한 나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작가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노후'하면 직장에서 은퇴 후 여유로운 시간과 소일거리를 즐기며 가족들과 평안하게 사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노후란, 건강한 노후가 끝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때부터 임종 직전까지의 시간입니다. 저는 건강한 노후를 최대한 오래 보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령의 노인이 되어도 신체적,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맞이할 진정한 노후에는 가족의 보살핌을 받되, 그들의 일상 행복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자식이 행복해야 엄마도 행복하고, 자식이 힘들면 엄마의 마음도 괴롭기 때문입니다. 1장 「애기 엄마」라는 글에 어린 자식을 향한 저의 당부를 적었습니다. 훗날 진정한 노후에 가족과 제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 구절이 엄마의 진심임을 알아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노후를 맞이하였을 때, 내 아이가 이 부족한 엄마에게 와서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효도를 다했다고 꼭 말해줄 것이다. 늙은 엄마를 봉양하는데 너무 많은 힘을 쓰기보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아직까진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럼에도 우리가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실 수밖에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아플 때 병원 진료를 받고, 병에서 회복되면 퇴원을 하거나 치료를 종료합니다. 그러나 요양병원 노인 환자분들의 질환은 쉽게 퇴원을 기약하거나 치료를 종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임종 때까지 요양병원에 계십니다. 죽음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입원을 고려해야 하는 요양병원은 노인 환자와 보호자 가족들에게 걱정스럽고 두려운 공간입니다. 또한, 일부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노인 학대에 관한 뉴스를 접할 때면 그 두려움은 더욱 커집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대면 면회조차 어려워지자 보호자들의 걱정도 늘었습니다.

아마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기까지 자제분들은 많은 고민과 의논을 하셨을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효도이고, 요양병원에서 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불효라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식의 도리로 가정에서 열심히 간병하신 후, 더 이상 모시기 힘들 때 요양병원을 고려하게 됩니다. 아들딸, 형제자매가 사이좋게 간병 노동과 비용을 분담하고 서로에게 정서적 지지와 힘을 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도 많습니다. 홀로 간병을 떠맡으며 건강이 나빠지거나 부부, 형제간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간병을 책임지는 자식이 가장이라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정 간병이 여의치 않은 경우 요양병원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본문 중 '가정 돌봄과 시설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로 부모님 혹은 주변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이와 같은 돌봄 형태를 고민하고 있는 독자분들의 많은 공감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며느리로서 시아버님을 모실 때와 요양병원에서 많은 어르신들과 시간을 보낼 때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저는 10년 이상 요양병원에서 진료하며 많은 노인 환자분들을 만나고 돌보았습니다. 노년의 삶이 낯설지 않고 비교적 친숙했기에 '늙음'과 '병듦'이라는 변화에 노련히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나뿐인 며느리에게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셨던 시아버님이 언젠가 편찮으시면 자식으로서 최선을 다해 효도하겠다고 다짐도 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아버님이 편찮으시면서 환자 보호자가 되어 동분서주해야 하는 일상은 그저 막연하고 당황스러우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몹시 힘들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요즘 시대의 대표적 가족 유형인 한 자녀 가정이자 맞벌이 부부입니다. 외아들인 남편은 아버지의 간병을 도와줄 형제나 친척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님의 간병을 남편과 제가 전담하였습니다. 번갈아 휴직을 하고 집안일과 간병을 분담하며 노력했지만, 수입이 반으로 줄어든 경제적 어려움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힘들었습니다. 아버님을 위해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하루하루가 답답했고 나날이 쇠약해지시는 모습에 낙담하기도 했습니다. 잠시 잠깐 휴식의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간병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는 처지가 몹시 우울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버님의 현재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부부의 노후가 걱정될 때면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한의사에게 생로병사(生老病死)는 관찰과 치료, 연구의 대상이었지만, 간병하는 자식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극복해야 하는 슬픔이자 현실이었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후 준비 팁을 드리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3장 「가정 돌봄과 시설 돌봄」에는 이십년 전 할머니를 간병했던 일화와 삼년 전부터 남편과 함께 시아버지를 돌보았던 경험을 썼습니다. 할머니와 시아버지의 발병 초기에 두 분께는 크고 작은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있었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지 않는다면 병의 시작을 알아채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시는 분도, 따로 살고 계시는 분도 평소와는 다른 부모님의 변화를 무심코 지나치지 마시길 당부합니다. 이상 소견이 발견될 때 즉시 병원 진료를 받으시고, 소홀하기 쉬운 국가 건강 검진도 정기적으로 받으시며, 각 지역 치매안심센터의 검사와 프로그램도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노인들은 신체적 노쇠와 함께 사회적 노쇠가 올 수 있습니다. 은퇴 후 고립, 주변인의 사망, 가난과 질병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노쇠는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까지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듭니다. 친목 모임, 종교 활동, 복지 제도 및 기관 등을 활용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사회와 교류하실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노인이 되어 인지가 저하될 때,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평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운동이 중요합니다. 취미로 즐기는 가벼운 종목이 있다면 가장 좋고, 관절과 근육을 유지하기 위한 간단한 맨손 운동과 걷기 운동도 좋습니다. 그 밖에 「상수의 비밀」, 「노후준비 三테크」, 「요양병원 선택 시 고려사항」 등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저는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려고 합니다』를 접할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임신과 출산 시기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으신 시아버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육아와 간병을 한 공간에서 동시에 수행하면서 인간의 성장과 노쇠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육아 휴직 중이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한 아이의 부모이자 한 부모의 자식으로 살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희로애락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쓰고 싶습니다. 이번 책은 요양병원 한의사의 시선을 위주로 썼다면, 다음 책은 '김영맘'이라는 필명을 가진 한 엄마이자 딸, 며느리의 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저의 첫 책 제목, 『저는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려고 합니다』를 보고 지인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습니다. 요양병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의 놀라는 반응과 나도 같은 고민이니 읽어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는 공감의 반응입니다. 전자께는 요양병원도 사람들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살아가는 삶의 공간임을 알리고, 후자께는 부모님과 독자분의 노후에 따뜻한 길잡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요양병원에서 만난 노인 환자분들과 시아버님은 저에게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 생로병사(生老病師: 요양병원에서 살고 계신 늙고 병든 선생님)이십니다. 생로병사(生老病師)께서 들려주신 삶(生)과 늙음(老), 병듦(病)과 죽음(死)의 이야기가 노후를 준비하시는 독자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영맘

일상의 모든 것을 일기장에 남기려 노력하는 한의사이다. 2012년부터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노인 환자를 진료한 경험과 단상을 기록하며 인간의 노후에 대해 고찰하고 고민하였다.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저는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합니다
김영맘 저
설렘(SEOL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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