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혼돈의 시장을 재창조할 7가지 트렌드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3』 현경민 저자 인터뷰
10년 넘게 이른바 '모바일 혁명'을 이끌어온 IT 기업들은 2023년을 앞으로 10년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바로 그 현장을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3』을 통해 들여다보자. (2022.09.15)
2023년, 전 세계의 비즈니스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될 것이다. 구글·알파벳의 최고 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22년 7월 사내 공지를 통해 채용과 투자를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도 연이어 채용을 축소했다. 실리콘밸리 현장에 말 그대로 '한파'가 들이닥친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룡 기업들이 단순히 몸 사리기 전략을 취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비즈니스 구조를 재창조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이른바 '모바일 혁명'을 이끌어온 IT 기업들은 2023년을 앞으로 10년을 좌우할 분기점으로 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바로 그 현장을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3』을 통해 들여다보자.
최근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온택트 열풍을 타고 크게 성장한 IT 업계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지금 IT 업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나요?
팬데믹 기간 동안 커넥팅랩이 예측했던 온택트(Ontact)와 펜트업(Pent-up) 트렌드를 통해 디지털로 비즈니스를 전환한 기업들이 성장했습니다. 넷플릭스, 줌, 펠로톤(Peloton)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성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는데요. 폭등했던 주가도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이 또다시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는 먼저 글로벌 시장 경제 상황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각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이 회수되며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며 신냉전의 서막이 오르고, 공급 부족을 의미하는 쇼티지(Shortage) 현상이 반도체와 에너지 분야에서 나타나면서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전 연령층의 디지털 경험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히, 중장년층의 디지털 경험 누적이 눈에 띕니다. 중장년층은 모바일로 마스크를 구매하거나 백신을 예약했던 경험을 통해 모바일 커머스와 핀테크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MZ세대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AI로 면접을 보며, 메타버스 환경에서 연수를 받는 등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디지털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경제가 급변하고, 고객들의 디지털 경험까지 크게 증가한 현재의 상황은 비즈니스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이렇게 달라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IT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키워드를 '리인벤트'로 선정하셨습니다. 리인벤트란 무엇이며, 왜 2023년의 키워드로 선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삶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개인의 삶처럼 기업들의 비즈니스도 팬데믹 이전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 없습니다. 앞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언급했듯이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모바일 중심의 전략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기존 사업에 모바일을 적용하는 단순한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로 거듭난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각자의 비즈니스 환경과 서비스 특성에 따른 특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리인벤트 전략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대표적으로 리인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산업과 기업이 있을까요?
OTT 산업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OTT 시장도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외부 활동이 늘자, OTT의 이용률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복수의 OTT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며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OTT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리인벤트를 위한 각 기업의 새로운 소식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정도입니다.
광고를 도입한 저렴한 요금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 IP를 활용한 부가 서비스와 커머스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넷플릭스입니다. 2022년 1분기와 2분기에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며 주가가 폭락하고 위기설이 대두된 기업이죠. 넷플릭스는 광고 기반의 저가 요금제 도입을 예고한 상황이고, 대표작인 <기묘한 이야기> IP를 스핀오프 시리즈물과 연극 등으로 제작하며 다양한 포맷의 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책에는 특이하게 챕터마다 키워드가 있습니다. 커머스 산업을 다룬 챕터에는 'Re:vival(재부흥)', 모빌리티 산업을 다룬 챕터에는 'Evolution(진화)'라는 키워드가 붙어 있는데요. 각 챕터의 키워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3』에서는 리인벤트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를 설명하기 위한 보조 키워드를 추가하였습니다. 챕터의 순서대로 'Re:invent'의 알파벳을 딴 키워드인데요,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커머스는 Re:vival(재부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성숙 단계에 접어든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 중인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OTT의 Influx(밀어닥침)은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이용자 수가 줄고 있지만, 경쟁자들은 몰려들어 포화 상태가 된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OTT 기업들의 전략을 담아냈습니다. 메타버스는 양질의 콘텐츠에 XR 디바이스까지 더해지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나타날 미래의 일상을 Next World(다음 세상)로 표현하였습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치료, 진료, 관리를 포함한 개인 건강 관리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팬데믹을 계기로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디지털 치료제까지 주목받으며 반등하는 모습을 V-curve(반등)라는 키워드에 담았습니다. 모빌리티의 Evolution(진화)은 거리두기 시행으로 잠시 멈췄던 비즈니스들이 서비스로의 이동을 꿈꾸며 통합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휴먼 인터랙션은 음식을 운반하는 서빙로봇, 소독을 담당하는 방역로봇 등 일상에 자리잡기 시작한 로봇과 뉴스, 뮤직비디오, 광고 등의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디지털 휴먼과 공존하는 인간을 뜻하는 New Human(신인류)이라는 키워드에 인간과의 상호 작용을 위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을 담았습니다. 스페이스 테크는 Transform(변환)이라는 키워드로 우주 산업이 나사(NASA), 정부 기관 등으로 대표되는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한 뉴 스페이스로 혁신되고 있는 트렌드를 설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페이스 테크 산업'을 다룬 챕터가 특히 눈에 띄는데요. 최근 누리호와 다누리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산업이 아닐까 합니다. 스페이스 테크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과 비즈니스를 꼽자면 어떤 것일까요?
스페이스 테크는 디바이스, 네트워크, AI, 클라우드, 3D 프린팅, 로봇 등 최첨단 IT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는 분야입니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민간 기업들이 주도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주목할 만한 기술로 위성 인터넷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유무선 인터넷을 전국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유선 인터넷망이 설치되지 않는 도서산간 지역, 사막 같은 곳에서는 위성 인터넷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 사용하게 될 6G는 5G보다 전파 도달 범위가 적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성 인터넷이 사용될 전망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이미 2,000기가 넘는 위성을 발사하며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통신사 티모바일(T-Mobile)와 손잡고 하와이나 알래스카 외곽 등 통신 음영지역에서도 이용자가 위성 인터넷을 통해 간단한 문자나 MMS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통신사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13년 <모바일 트렌드> 시리즈를 시작으로 10번째 출간입니다. 10번째 출간을 맞이하여 특별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요?
커넥팅랩은 『모바일 미래보고서』를 통해 매년 다음 해에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키워드를 선정하여 다양한 산업의 트렌드를 다뤄왔습니다. 다행히 각 산업의 실무자들이 예측한 트렌드는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책이 출간된 해를 넘어 수년간 지속되거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책으로 10번째 출간을 기념하며 책 초반부에 과거에 선정했던 트렌드 키워드들을 간략히 요약해 담았습니다.
2014년 모바일과 2015년 옴니채널(Omni-Channel)을 시작으로 2021년 온택트(On-Tact)와 2022년 펜트업(Pent-Up)까지 지난 10년간의 키워드를 통해 과거의 트렌드가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23년의 키워드인 리인벤트까지 더하여 앞으로 10년, 향후의 모바일과 IT 트렌드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2023년이 IT 비즈니스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해'가 되겠군요. 마지막으로 커넥팅랩의 2023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커넥팅랩은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IT 포럼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운영되며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요. 이제 다시 완전한 오프라인 모임으로 전환하며 정기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맞대고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토론하고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함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2023년에는 커넥팅랩 회원뿐만 아니라 비회원들도 참여할 수 있는 세미나를 통해 더 다양한 교류를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한 지식들을 나눌 수 있도록 새로운 회원들도 지속적으로 충원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국내 최고의 IT 포럼으로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리인벤트 전략을 세워갈 예정입니다.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3』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커넥팅랩이 직접 전망하는 2023년의 IT 트렌드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 (바로가기)
*현경민 연세대학교에서 빅데이터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KT에서 핀테크와 mVoIP 등의 서비스를 담당했다. 현재는 빅데이터 기반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의 IT 전문 포럼 커넥팅랩을 이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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