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리 랑그바드 “처음부터 한국 독자들을 위해 쓴 책”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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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입양인들의 삶이 성공적이라 간주하는 일반적 사고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입양인들을 동정 어린 눈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입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여자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2022.07.11)

마야 리 랑그바드 시인

한국계 덴마크 시인이자 번역가인 마야 리 랑그바드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가 국내에 첫 출간됐다. 이 책은 1980년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인 마야 리 랑그바드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시집이자 국가 간 입양에 관한 수기다.



지난 7월 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 여자는 화가 난다』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마야 리 랑그바드는 “7년에 걸쳐 이 책을 완성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입양 커뮤니티에서 지내면서 세계 각국에 입양된 한국인과 사회 운동가, 예술가, 학자들로 이루어진 여러 인종의 입양인을 만나게 됐다. 그들을 만나며 나눈 대화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썼다”며, “입양인이 된 아이들은 항상 감사하기를 요구받았다. 국가 간 입양이 좋은 일이라고만 인식하는데 모두에게 이익만 안겨주는 일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여자는'이라는 주어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장시로 읽힌다. 이 작품은 제목을 포함한 많은 문장이 '화가 난다'로 끝난다. '여자는~화가 난다'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마야 리 랑그바드는 “이 책은 내 경험이자 다른 입양인의 경험이다. 화자와 거리를 둘 필요가 있었고 반복되는 구조 안에서 내용, 호흡, 리듬을 다르게 할 때 드러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자는 분노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분노하는 자신을 탓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난다. 여자가 분노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여자와 같은 상황에서 여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236쪽)

『그 여자는 화가 난다』는 2014년 덴마크에서 첫 출간됐다. 당시 국가 간 입양을 처음으로 비판하고 나선 책으로 덴마크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해외 아동을 입양하려던 결정을 철회, 재고하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로 덴마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 속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비서구권 국가의 아이들을 상품화해 서구의 부유한 가정으로 '수출'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증언한다. 또한, 아이들에게 '가정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모국 밖으로 유통시켜, 부모가 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여자는 입양인들의 삶이 성공적이라 간주하는 일반적 사고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입양인들을 동정 어린 눈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입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여자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가 입양되었기 때문에 부족함 없는 삶을 산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가 입양되었기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가 입양되었기 때문에 기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178쪽)


(왼쪽부터) 마야 리 랑그바드 시인과 간담회 통역을 맡은 이훤 시인

마야 리 랑그바드는 “처음부터 이 책을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썼다. 그렇기에 『그 여자는 화가 난다』가 한국어로 출간된다는 사실이 내게 참으로 중요한 사건이다. 또한, 영어로도 번역되면 좋겠다. 이 책의 텍스트가 나와 여러 입양인의 공동 선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야 리 랑그바드는 덴마크창작문학아카데미(Danish Academy of Creative Writing)를 졸업하고 2006년 『덴마크인 홀게르씨를 찾아라』라는 개념시 모음집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 시집으로 덴마크에서 가장 권위 있는 데뷔문학상인 보딜-외르겐뭉크크리스텐센 데뷔문학상을 받았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에 거주하며 출생지를 찾고 피를 나눈 가족과 재회했다. 

이후 국가 간 입양에 비판적인 입양인 커뮤니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며 『그 여자는 화가 난다』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김혜순 시인의 시집 『죽음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Death)』을 번역하고 덴마크, 스웨덴, 한국의 다양한 예술인들과 함께 비디오 예술, 행위예술, 연극, 영화,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혜순 시인은 『그 여자는 화가 난다』의 추천사에 “나는 마야의 낭독을 서울에서 한 번, 코펜하겐에서 한 번 들었다. 그리고 마야의 낭독을 들으며 울음과 웃음이 섞인 이상한 목소리로 화답하는 두 나라의 청중을 보았다. 나는 출생국과 입양국, 두 공동체의 비밀과 거짓말을 들킨 사람들의 미묘한 수치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며, “우리는 왜 가족주의 휘하에서 아이를 유기하는 폭력을 적극 지원하는 국가를 지금까지 그냥 내버려두었는가. 한국인들이여, 마야가 창조한, 이 영원히 돌고 다시 돌아오는 고백과 절규의 라임과 펀치라인을 들어보라! 우리는 이 노래를 세이렌의 음성처럼 뱃전에 몸을 묶고 들어야 한다”고 썼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
마야 리 랑그바드 저 | 손화수 역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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