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이 책, 무조건 완독합니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59회) 『좀비즈 어웨이』, 『TOKEVI (도깨비) (계간) : 창간준비호 [2022]』,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2.05.26)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완독을 부르는 책”입니다.
프랑소와 엄 : 저희 모두 얇은 책을 가지고 왔네요.(웃음)
배예람 저 | 안전가옥
작가님은 2019년에 안전가옥 앤솔로지 『대스타』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요. 저는 이 책으로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됐어요. 자주 생각하지만, 잘 쓰는 한국 작가님들 진짜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앞으로 따라 읽고 싶은 작가님을 알게 됐다는 기쁨이 컸습니다. 책은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저는 이 세 작품이 지금까지도 색깔로 기억에 남는데요. 「피구왕 재인」은 학교 운동장의 모래색과 하늘색, 거기에 갑자기 막 쏟아져버린 빨간 피의 색깔이 떠오르고요. 「좀비즈 어웨이」는 흙탕물에 가까운 어두운 색, 아주 어두침침한 그런 색이 떠올라요. 「참살이 404」는 말끔하고 깔끔한 인공의 백색이 떠오르거든요. 그만큼 각 작품이 저마다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또 저마다 각각의 의미로 몰입도가 높아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좀비물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언젠가 좀비 드라마를 보다가 끈 적이 있어요. 너무 잔인한 묘사만을 위해서 좀비를 사용하는, 개연성 없이 폭주만 하는 콘텐츠라 불편하더라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이 작품은 그런 ‘과도한 잔인함’이 없어서 좋았어요. 물론 좀비물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자체로도 잔인하게 느끼실 수 있는데요. 이 작품들에는 잔인함 속에서도, 그 혼돈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고민을 품은 인물들이 등장하거든요. 사실 좀비물에서, 좀비 상황이 왔다고 갑자기 인물이 각성해서는 ‘나는 살아야 되니까 다 죽여버릴 거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근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아요. 그게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마침 작가의 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기괴하고 끔찍한 장면을 떠올리고 그런 장면을 자세히 묘사하는 걸 좋아하지만, 가혹한 순간에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좋아한다. 피 웅덩이 속에서도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아낀다. 극한의 상황에 처했지만 인간다움을 놓지 않고 서로를,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진짜 가격도 아주 부담 없이(웃음) 정가 만 원이거든요. 가볍게, 그러나 무조건 완독을 부르는 완벽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겠습니다.
『TOKEVI (도깨비) (계간) : 창간준비호 [2022]』
『TOKEVI』 편집부 저 | 호호당북스
잡지고요. 제호가 영어로 돼 있어요. ‘도깨비’라는 말 자체를 그냥 고유명사로 갖고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제목이죠. 잡지를 만든 곳은 ‘호호당’이라는 곳인데요. 슬로건이 ‘좋은 일만 있으라고’예요. 천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이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도깨비일까요. 전래동화를 보면 사실 도깨비는 어디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빗자루로 변해 있거나 마당에 있는 돌, 나무 같은 것으로 변해 있다고 해요. 그처럼 도처에 있는 것들, 우리가 늘 지나고 있지만 너무 당연해서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잡지에 한 데 모으고 싶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예요. 이 좋은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잡지를 시작했다는 거죠. 전통에 대한 아는 이야기, 모르는 이야기가 다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구성이 정말 좋아요. 단순히 풍속에 대한 얘기만 있는 게 아니라 매 호마다 한 지역을 선정해서 그 지역에 있는 ‘도깨비’,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지만 그 지역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고 계신 분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거나 글을 받아 소개하거든요. 때문에 지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도 좋고요. 전통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으신 분들,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도깨비’에 흠뻑 젖어 들 수 있을 거예요.
아예 모르는 내용은 몰입할 수가 없으니까 읽다가 덮어버리게 마련이죠. 반면 내가 조금 아는 내용도 나오면 재미있어서 읽을 거고요. 그러다 보면 모르는 것도 배우게 되고, 지식도 쌓고 교양도 얻는 느낌에 완독하기 좋은 것 같거든요. 이 잡지는 풍속, 전통이라는 것이 재미없는 어떤 것이 아니라 즐겁게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고요. 내 옆에 아주 친근하게 생각하는 존재가 다가와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말 건네는 정도의 친근한 느낌으로 가득하니까요. 좋은 것을 찾는 분들이라면 이 잡지를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류현재 저 | 자음과모음
만약 이 책을 세 장 정도 읽었는데 재미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자신 있게 가지고 온 경장편 소설이에요. 저는 퇴근하고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읽었는데요. 아이랑 남편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이 소설에 완전히 집중이 돼서 정말 단숨에 읽었습니다. 일단 전개가 진짜 빠르고요, 군더더기가 없어요. 소설은 한 노부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노부모의 자녀들 이야기가 챕터별로, 각자의 시선으로 펼쳐지죠. 결국 이 소설은 노부모를 누가 죽였을까, 라는 질문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엄마를 돌보겠다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온 이혼한 둘째 딸 ‘김은희’의 시선이고요. 두 번째는 진리 탐구를 논하는 신문 칼럼을 쓰기도 하는 대학병원 의사인 장남 ‘김현창’의 이야기예요. 세 번째는 평생 모범생으로 살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지만 알고 보면 걱정거리가 너무 많은 장녀 ‘김인경’의 이야기입니다. 네 번째가 공무원 시험에 매년 떨어져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막내 아들 ‘김현기’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은 나름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자식에 대한 서운함이 너무나 큰, 공무원으로 퇴직한 아버지 ‘김영춘’과 알뜰살뜰하게 살림을 해왔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남편과 자식의 부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정숙’의 이야기예요.
소설 속 인물들은 그냥 각자의 삶을 살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굉장히 우리의 현실을 보게 되는 소설이죠. 저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가족 구성원의 입장이 다 이해가 됐거든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모든 행동이 이해되는 건 아니에요. 이런 말, 이런 행동을 왜 하는지 이해되지는 않지만요. 저 상황에서는 저럴 수 있지, 하면서 정말 한 명 한 명 이해가 많이 됐어요. 이에 대해 작가님이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셨습니다.
부모가 늙고 병들게 되면 어느 가족이나 거쳐야 하는 고민과 선택의 순간들, 길고 긴 간병의 세월 동안 겪게 되는 고립감과 외로움. 다른 형제,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 죄책감, 분노, 가족이란 말만 들어도 치밀어 오르는 피곤과 싫증에 대하여. 당신만 이기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당신네 가족만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서 이 소설 속 자식들이 하는 모질고 불경스러운 말 모두가 작가인 자신의 말이기도 하다고 밝히세요. 저는 이 말에 묘하게 위로가 됐어요. 그러면서 서로의 입장을 좀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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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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