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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지만 소설 같은 책 『상미』 이야기

『상미』 차예랑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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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는 직접적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은 독자들은 상미의 삶을 통해, 더 정확히는 상미의 삶을 바라본 딸이자 작가인 ‘예랑’의 시선을 통해 묵직하고 깊은 위로를 받는다. (2022.05.25)


언젠가부터 서점에는 ‘위로’에 관한 에세이들이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 시대가 ‘위로’를 필요로 하는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이 시대의 ‘위로’가 너무 가벼이 건네지는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상미』는 직접적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은 독자들은 상미의 삶을 통해, 더 정확히는 상미의 삶을 바라본 딸이자 작가인 ‘예랑’의 시선을 통해 묵직하고 깊은 위로를 받는다. 위로마저 가벼워진 이 시대에 한 번쯤 잠시 책을 덮고 사색에 잠길 만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마치 소설처럼 이어지는 작가 예랑, 엄마 상미, 외할머니 영주의 삶을 통해 나를, 나의 상미를 떠올려 보자.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상미』는 어떤 책인가요? 

『상미』는 ‘영주’, ‘상미’, 그리고 ‘나’, 세 사람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 『상미』는 엄마의 이름입니다. 많은 분들이 엄마의 이름을 책 제목으로 지은 것에 대해 많이 놀라워하십니다. 사실 쉽게 정한 제목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게다가 부모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름’에서 오는 강한 무게를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상미의 얼굴을 보니, 그 얼굴 안에 영주의 얼굴과 저의 얼굴이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그 발견은 ‘상미’만이 우리 세 사람의 이야기를 감쌀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책 제목이 ‘영주’ 혹은 ‘예랑’이 아닌 『상미』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제가 상미라는 제목을 택했다기보다는 『상미』가 제 인생에 운명처럼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제목이 『상미』 가 아니었다면 어떤 제목이 책 제목이 될 수 있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떤 제목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상미』입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상미』가 소설처럼, 혹은 시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상미』의 특별한 점이 아닐까요. 세 사람이지만 결국은 한 사람 같은 한 가족의 서사가 담겨 있어서 더욱 소설처럼 느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아름답다는 표현을 해 주십니다. 그것 또한 『상미』의 특징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글로써 아름답다는 표현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산문집이 소설과 같고 시와 같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는 제게 정말 큰 영광입니다.



책을 쓰면서 가장 고민하고 어려웠던 부분은 없으셨나요? 고민이 있었다면 왜 그런 고민을 하게 되셨고, 극복이 되셨는지, 혹은 여전히 어려움으로 남아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미』에도 나오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제게는 유난한 두려움과 어려움입니다. 『상미』를 마친 후에도 그 점은 여전합니다. 글은 그 자체가 언제나 제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생명이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글에 대해 계속해서 큰 두려움과 책임에 짓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과 두려움이 없었다면 제가 과연 『상미』를 완성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에 대한 이러한 고민과 마음은 아마도, 뗄 수 없는 그림자처럼 평생 저와 동행하지 않을까요.

또 하나는, 책의 제목이 『상미』이지만 사실 『상미』가 저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3부에 관해서, 특히 타국의 삶이나 우울에 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독자들께서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 짧은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오래전 한동안 타국에서 지냈습니다. 마음의 어려움은 어쩌면 타국의 삶 이후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저는 타국에서도, 타국에서 돌아온 후에도, 정처 없이 떠도는 어느 사람처럼 마음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보내며 그로 인한 수많은 사유와 방황을 하던 중,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한결같은 얼굴로, 그러나 저와 너무 닮은 얼굴로 제 곁에 있던 사람이 ‘상미’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이 글이 된 것이 『상미』입니다. 『상미』는 어쩌면 저의 고독과 슬픔이 아름다움과 충만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상미’를 통해 고백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글로 써내는 것에 많은 용기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상미, 상미의 딸인 작가님, 그리고 상미의 엄마인 영주의 삶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 서울 풍경, 글쓰기에 대한 고민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데요. 모든 글들이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이 의도하신 바가 잘 드러난 것인지, 책의 구성에 있어 어떤 부분을 신경 쓰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구성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각 글마다 지표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 지표들을 관찰하며 글이 이끄는 대로 글을 이어 가다 보니 『상미』가 완성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구성을 보았을 때는 글마다 본래부터 제자리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과정을 돌이켜 보면, 그 토대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쌓아 가기 위한 치열함과 예민함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도 많은 영감이 『상미』를 완성시켜 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상미』는 어쩌면 ‘까치’ 속의 문장처럼 ‘이미 완성된 우연’일지도 모릅니다. 글들이 저를 이끌어 스스로 제자리로 찾아간 것 같습니다.



문장의 아름다움’에 대해 참 많이 느끼게 됩니다. 독자 후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여러 문장 중에 작가님께서 특히 마음에 두신 문장이 있을까요? 

상미님께 이 질문을 했습니다. 상미님은 ‘칼란도’에서 ‘엄마가 나의 섬에 찾아온 것이다.’라는 문장이 마음 깊이 남았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생각나는 글은 ‘목련나무 아래에서’입니다. 저희 집 근처에 목련나무가 정말 많습니다. 그 글도 어느 날 목련나무 아래에 선 엄마를 보고 쓴 글입니다. 그래서인지 목련나무 밑을 지나갈 때면 항상 그 글이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은 3부의 ‘원숭이가 울 때’입니다. 어찌 보면 조금 비현실적이거나 특별할 수 있는 3부의 이야기와 문장들은 어쩌면 제게 있어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가장 단단한 발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3부를 쓰면서 적어도 문장에 있어서는 큰 즐거움과 자유를 느꼈습니다. 

저는 문장을 단어의 집이자 하나의 예술적 건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욕심이지만 저는, 독자들이 누구나 쉽게 들어와 거할 수 있고 누구나 사유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문장을 쓰는 것이 저의 꿈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쉬운 문장, 가장 정직한 문장을 쓰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독자들께서 저의 그런 간절함을 ‘문장의 아름다움’이란 표현과 함께 마음으로 공감해 주신 것 같아서 정말 영광이고 감사합니다.

특히 어떤 독자들께 『상미』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어느 날, 어느 분으로부터 『상미』를 통해 본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통해, 저는 어쩌면 『상미』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나 자녀, 혹은 여성과 남성을 넘어서 한 ‘사람’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상미』가 상미를 필요로 하는 모든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깊은 슬픔 속의 어느 독자가 ‘신은 어디로부터 오실까’와 같이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목장의 딸’을 읽은 어느 독자가 소 울타리에 매달려 먼 들판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어린 상미를 생각하며 책을 덮고 어머니에게 전화할 수 있기를, ‘레슬링’을 읽은 어느 독자가 텅 빈 집에 홀로 앉아 레슬링을 보는 영주를 생각하며 어느 영주 곁에 한 번 더 앉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끝으로, 상미가 독자들께 어떤 책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많은 분들께서 『상미』를 읽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저는 말로 표현 못할 감격을 느낍니다. 독자라는 단어 자체가 제게는 너무나 황홀합니다. 서로 알지 못하였던 우리 모두가 『상미』를 통해 마음이 이어진다는 것은 정말 황홀한 일입니다.

『상미』는 많은 이의 사랑 안에서 탄생한 책입니다. 우리 모두,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혹은 잊고 있던 사랑이 언젠가 생의 어느 날을 감쌌던 적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미』가 그 사랑의 기억을 찾아 주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 한 번 더 사랑을 전할 수 있다면 『상미』는 가장 황홀한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어느 ‘예랑’이 어느 ‘상미’가 되었을 때, 어느 ‘상미’가 어느 ‘영주’가 되었을 때 『상미』의 이야기들이 또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상미를 쓴 저 또한 훗날 제가 ‘상미’가 된다면 또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오래도록 『상미』가 독자 곁에 남아서, 어느 먼 미래에 문득 『상미』가 떠오를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었을 때에도 그때에도 『상미』가 독자를 끌어안아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상미』의 완성은 독자만이 하실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미』를 완성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차예랑

모든 것이 사라져도 끝내 이야기는 남는다고 믿는다. 작은 창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정오의 빛이 어떤 이에게 도달할 수 있다면, 어떤 이가 창밖의 버드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소임이라 믿는다. 오직 용기와 사랑만으로 살라고 말하는 상미의, 딸이다.




상미
상미
차예랑 저
램프앤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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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는 외할머니 영주, 엄마 상미, 저자 예랑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 변해가는 서울 풍경 등에 관한 짧은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상미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어, 에세이지만 소설 같은 기승전결의 스토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처럼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있고 시적인 아름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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