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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사진가 'Simpson Kim'의 좋은 사진을 찍는 법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 Simpson Kim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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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깨달은 점은 우리 모두 잠재적으로 특별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여러분과 같은 것을 보고 느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죠.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2022.04.13)

 Simpson Kim 저자 

스트리트 사진가들은 거리의 목격자입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평범한 거리의 한 순간을 무대로 삼아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무언가를 찍습니다. 눈앞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되,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담는 특별한 예술가입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Simpson Kim이 쓴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는 그 기록인 동시에 어떻게 그것을 담을지를 이야기합니다.


   

Simpson Kim 작가님은 ‘스트리트 사진가’라고 들었어요. 듣자마자 ‘와, 멋지다!’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스트리트 사진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막연하거든요. 

‘스트리트 사진가’란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을 말합니다. 저는 스트리트 패션을 찍는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풍경을 찍든, 동물을 찍든,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두가 스트리트 사진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작가의 삶을 사진에 충분히 녹여 냈는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셔터를 누르기 전 스트리트 사진가는 매 순간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거든요. 그것은 사진가의 스타일에 의해 결정되죠. 그리고 스타일은 작가의 신념, 철학, 세계관 등을 기초로 하거든요. 이때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이 꽃핍니다. 정리하자면,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란 사진가의 인생을 담는 과정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사진을) 보는 이는 사진을 통해 사진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됨으로써 서로 교감하는 것이죠. 

언제부터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찍으셨나요? 언제 전문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신 건지도 궁금해요. 

2011년부터 찍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서브 컬처를 다루는 인디 잡지에서나 ‘스트리트 패션’을 종종 다루곤 했죠. 결정적으로 군 복무 시절 휴가를 다녀온 동기가 잡지 한 권을 갖고 왔어요. 끝부분에 부록처럼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 몇 장 있었죠. 그때는 ‘이런 것도 있구나’ 정도였어요. 제 인생에서 처음 스트리트 사진을 본 날이었죠. 제대 후 학교 강의실에서 수업을 기다리는데 친한 과 동생이 군대에서 봤던 그 잡지를 들고 온 것을 보고 잠시 빌려 본다는 것이 수업이 시작한 줄도 모르고 흠뻑 빠졌어요. 짧은 시간에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런 사진은 누가 찍는 걸까?’, ‘나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래, 이거야!’ 그렇게 결심했죠. 

대한민국 스트리트 사진계의 ‘개척자’ 같은 분이시네요! 사진 전공은 아니지만 사진가가 되고 싶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나셨다고 들었어요. 

저보다 훌륭한 선배 작가님이 많기 때문에 ‘개척자’는 응원과 격려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으로 들어가 제가 좋아하는 글귀가 하나 있는데, ‘혁명을 일으키려면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입니다. 그래서 뉴욕을 선택했고요. 불과 며칠 사이의 일이었어요. 당연히 주변 모두가 저를 만류했어요. 난리도 아니었죠. 하지만 제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휩싸였고,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확신했으니까요. 학교를 그만두고, 모아 둔 다음 학기 학비와 자취방 보증금을 빼서 뉴욕으로 날아갔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첫 번째 모델을 카메라에 담은 뒤로 매일 7-8시간씩 뉴욕의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었어요.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처음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찍었던 상황도 궁금해요. 여행지나 일상에서 찍는 사진과 달리 ‘전문’ 사진은 모델에게 허락도 구해야 하잖아요. 협의를 한 게 아니니까요. 또 가장 인상에 남는 모델이 있을까요? 

카메라 하나 들고 뉴욕 브로드웨이와 34번가 사이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어요. 일생일대의 결심을 했지만 막상 말을 걸자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말할 수 없는 열망에 이끌려 뉴욕에 왔고, 사진을 찍으려면 말을 걸어야 하는걸요. 눈 딱 감고 한 사람을 붙잡아 세웠습니다. 미리 적어 간 영어 문장을 어설프게 읽고 허락을 받을 수 있었죠. 그때 확신했어요. 뉴욕에 아주 잘 왔다고, 천직을 찾았다고요. 

인상에 남는 모델은 여럿이지만 전설적인 스트리트 사진가 빌 커닝햄(Bill Cunningham)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할렘 거리를 걸으며 모델을 찾고 있었죠. 그때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고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묻더군요. ‘스트리트 사진가’를 몸짓 발짓으로 설명했죠. 제 말을 들은 남자가 대뜸 저에게 빌 커닝햄을 아냐고 물어보기에 모른다고 했더니 그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어요. <뉴욕타임스>에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싣고 있고, 현재 어느 영화관에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니 꼭 가 보라 하더군요. 당장 달려갔죠. 그리고 어떻게든 그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무식한 방법이지만) 눈과 비를 맞으며 여러 날 동안 이곳저곳에서 그를 기다렸어요. 이 방법이 성공했을 리 없죠. 그리고 몇 년 뒤, 뉴욕 패션위크 촬영차 링컨 센터를 방문했을 때, 그토록 만나길 고대했던 나의 우상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용히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죠. 팬이 아닌 한 명의 사진가로서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헤어지기 전, 그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책에 실려 있답니다.  

원시적인 질문인데요. 요즘은 핸드폰에 딸린 카메라도 성능이 뛰어나서 제법 근사한 사진이 나오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요즘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너무 좋아져서 달 표면도 찍을 수 있고, 영화도 찍는다고 들었어요. 심지어 별다른 조작 없이 촬영 버튼만 누르면 되는 세상이 되었죠. 그럼에도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편리함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어요. 특히 ‘감각’이란 영역에서는요.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수없이 경험하며 갈고닦아야 하거든요. 이를테면 빛이란 직접 보고, 느끼고,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카메라라는 장치를 통해 세밀하고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과정으로 이어지죠. 이것이 사진가가 해야 될 일입니다. 빛을 예로 들었지만 한 장의 사진에 담기는 색, 인물 등 모든 것이 사진의 주최자, 즉 사진가의 의지와 선택으로 행해질 때 소위 ‘좋은 사진’인지 아닌지 대한 평가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겉모습만 봤을 때는 경험보다는 비전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범접할 수 없는 내공이 강하게 느껴지네요. 이런 경험을 나누고자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라는 책을 쓰게 되신 건가요?

맞아요.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오늘은 대외적인 부분만 언급할게요. 말씀드렸듯 제가 사진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에 관한 정보는 굉장히 한정적이었고, 대중적 인식 또한 지금과 같지 않았기에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게 느껴졌죠.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란 누구나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라는 점과 이 장르에 대해서도 알리고 싶었어요. 해외에서는 비교적 스트리트 포토그래피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했거든요. 다루는 곳이 거의 없기도 하고, 인식과 시선의 문제도 있고요. 교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되고, 인식과 시선이 보다 유연해질 때 스트리트 사진가들 역시 당당히 거리로 나설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또한 앞으로 더 좋은 사진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스트리트 포토그래피가 궁금해서 혹은 좋은 사진을 찍고자 이 책을 열어 보실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해 주세요.

사진을 찍는 누구나 특별한 사진을 찍길 원합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욕구예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죠. 그러나 오랜 시간 길에서 사진을 찍으며 깨달은 점은 우리 모두 잠재적으로 특별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여러분과 같은 것을 보고 느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죠.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그럼 답은 간단해지죠. 당신만의 시각을 세상에 보여 주세요. 당장 사진이 잘 나오든 않든 그건 중요치 않아요. 날씨, 컨디션, 장소 등 높은 완성도를 방해할 만 것들은 널리고 널려 있으니까요. 그러니 마음 편히 셔터를 누르세요. 한 장 한 장 정성을 다해 꾸준히 찍어 간다면 어느 순간 여러분의 삶이 담긴 기록물을 마주할 겁니다.



*Simpson Kim

스트리트 사진가. 스트리트 사진가가 되고자 2011년, 스물두 살 때 학교를 중퇴하고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매일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2015년부터 세계적인 패션 전문지 <WWD(Women’s Wear Daily)>에 서울 패션위크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기고하고 있다. 또한 <Vogue Us>, <GQ British>, <WWD Japan> 등 다수의 패션지에 사진을 실었다. 현재 루이비통, 아이더, 롯데홈쇼핑 등 국내외 여러 브랜드와 작업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니콘 앰배서더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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