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존재를 쫓는 기묘한 모험담
『조선 요괴 추적기』 신설 작가 인터뷰
푸른 피부를 지닌 요괴, 훼훼귀, 철골귀, 울렁귀.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신기한 요괴들에게 독자들은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2021.12.28)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인 신설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봉래산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면?’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조선 요괴 추적기』. 영웅적인 인물이 아닌, 허당기 가득한 면모를 지닌 두 인물 막동이와 구랍 법사가 펼쳐나가는 모험기다. 푸른 피부를 지닌 요괴, 훼훼귀, 철골귀, 울렁귀. 주인공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신기한 요괴들에게 독자들은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리고 이를 재밌는 상상력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그려 나가는 작가가 궁금해진다. 정체불명 존재를 쫓는 모험담, 그 너머 모험담을 풀어낸 신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16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를 출간한 뒤, 아주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내셨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 햇수를 꼽아보고는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반성도 했고요.
초등학생 시절에 자주 가던 분식집이 있었는데요. 졸업하고 고등학교 때, 그러니까 3년 만에 다시 간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 아주머니가 절 알아보시더군요. 와, 어떻게 기억했을까? 고마움은 물론이고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랄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습지만, 당시의 일 년과 지금의 일 년이 같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그 아줌마와 비슷한 또래가 된 요즘은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어영부영 게을러서인지, 그저 나이를 먹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서론이 길었는데요. 생활인으로 직장을 다녔고, 아빠니까 아이를 돌봤고, 자주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그러다 돌아보니 놀랄 만큼 많은 시간이 지나있네요.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에서 권력에 비폭력으로 맞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나듯이, 이번 작품 속 등장하는 주인공 ‘막동이’도 요괴를 추적해 나가는 데 주축이 되는 면모를 보이는데요. 이 ‘막동이’와 같은 아이들이 지닌 힘의 성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사람답다는 게 그 아이들이 지닌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잖아요? 제목치고는 조금 길지만, 삶의 방식을 충고하는 문장치고는 참 간결하다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그 정의와 도덕을 실천해야 한다고 배웁니다. 학창 시절에요. 그리고 그 배움을 가장 잘 실천하는 시기 역시 학창 시절이고요. 그 시절엔 선과 악이 명쾌하고, 부끄러움을 알며, 상대를 배려합니다. 그리고 악의를 감추는 데 서툴러요.
어쩌면 우리는 가장 사람다운 사람에서 조금씩 퇴보하는 중이겠구나,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완성된 사람이라는 생각을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독특하고, 인물들의 행동이 살아 움직이듯이 생생하게 그려져요. 인물을 그려나갈 때 참고하시는 모델이 있나요?
칭찬에 기분이 좋네요. 괜한 칭찬인 줄 알지만요. 『조선 요괴 추적기』의 막동이는 오히려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막동이’나 다른 등장인물들을 그려 나갈 때 참고한 모델은 딱히 없는 듯합니다. 대신 그 성격의 그 인물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까? 그런 생각을 매번 염두에 두는 편입니다. 소설 속 인물이 스스로 이해될 때까지 고치는 편이고요.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를 냈을 때 다섯 인물 중 누구와 가장 가깝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요. 그 다섯을 섞어 놓으면 나와 비슷하다는 대답을 자주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조금은 정의롭고 조금은 이기적이고 또 어떨 때는 수다스럽고 또 어떨 때는 과묵하니까요. 소설 속 캐릭터는 그 성격 중 하나의 성격이 여러 상황 중 하나의 상황에 놓이는 셈이겠네요. 말씀드렸듯 저는 그 특별한 성격과 상황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조선 요괴 추적기』에서는 조선의 실학자 이익의 문답집인 『성호사설(星湖僿說)』에 수록된 이야기 등 한국의 옛이야기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작품을 집필하기 위한 자료를 찾는 과정, 혹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경험하셨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굳이 찾자면 법사님과의 일을 들 수 있겠네요. 앉은굿에 대해 알고 싶어서 민속학을 공부하는 지인에게 굿을 하는 법사님 한 분을 소개받았는데요. 학식이 높아서 전통에도 밝은 분이라는 소개였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분을 만나면서 세 번 놀랐습니다. 그분의 법당이 바로 우리 동네에 있어서 놀랐고, 그 법당이 빌딩은 아니더라도 커다란 상가만은 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거기를 지날 때마다 간판도 없는 저 건물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의문을 푼 셈이었어요. 그리고 한 번 더 놀랐는데,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만한 사이가 됐을 무렵입니다. 이만한 건물을 샀으니 법사 돈벌이가 꽤 좋은가보다고 우스개를 했더니 법사님이 펄쩍 뛰었습니다. ‘이 건물은 굿을 많이 해서 세운 게 아니라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해서 세운 것이다.’ 그러면서요.
한국의 신화나 민담, 전설 중 작가님께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탐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배성열 작가님의 『조선 비화』라는 책이 있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 서문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데요. 글을 쓰려고 조선왕조실록 원문과 십 년 동안 씨름했는데, 실록이 한글로 번역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너무 허탈했다는 자기 고백이었는데, 그분의 솔직함과 열정이 아직도 인상 깊습니다.
그처럼 요즘에는 실록부터 문집까지 수많은 고전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책을 쓰면서 저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그러다 세종 때를 기록한 여러 이야기를 접했는데, 세종대왕은 주술에 관심이 의외로 많았더군요. 그분과 얽힌 이야기 역시 흥미로워서 그 이야기를 더 깊이 알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사람’에 대한 물음이 작품의 곳곳에서 나타나는데요.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작가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나는 사람이라는 자각입니다. 본능을 거스르는 의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경쟁과 선택, 혹은 이기심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진화 심리학을 신뢰하는데요. 극단으로 말하자면 진화 심리학에서는 사람과 다른 생물의 마음이 하나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합니다. 역설적이지만, 그러므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거스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의지와 그 의지가 만든 행동만이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을 구분 짓게 하니까요. 말씀드렸듯 그 의지가 가장 강한 시기는 학창 시절이라 생각하고요.
『조선 요괴 추적기』의 리뷰를 보면 이 책의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많아요. 이 책과 관련한, 혹은 이후의 작품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어느 출판인에게 ‘나는 작가다’라는 자각을 갖고 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힘이 되는 말이었고 뜨끔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일상에 파묻히지 말고, 게으름을 피우지도 말고, 원고를 채우라는 응원이자 충고였으니까요. 지금은 그 응원과 충고를 기운 삼아 몇 가지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듯 세종 대왕과 주술의 이야기도 있고, 래퍼와 로커에 관한 이야기도 있네요.
덧붙여 『조선 요괴 추적기』를 이야기하자면, ‘후속편에 대한 기대’가 다른 말로는 ‘마무리에 대한 지적’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래도 이런 결말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여러 버전의 원고가 있기는 한데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나 뒷이야기가 펼쳐지는 원고 역시 있습니다. 그것을 출간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하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하지만 독자가 원해야 출간이 될 테고, 독자의 바람은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바로 판매량이지요. 책이 많이 팔려서 후속편이 나오면 저도 좋겠네요. 하하.
*신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공기 좋고 사람 좋은 여러 곳을 경험했다. 나중에는 광주에 정착해 전남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졸업은 하지 못했다. 시 창작 연구회인 ‘비나리’에서 글의 즐거움을 알았다. 2016년 『따까리, 전학생, 쭈쭈바, 로댕, 신가리』로 제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기부터 모으기까지 취미가 많다. 학창 시절의 취미는 단연코 독서였다. 특기를 물으면 멋쩍게 웃고 말았는데 글쓰기라고 말하는 날을 소망했다. 지금은 사랑하는 딸이 훌쩍 자랄 날을 기다린다. 그래서 아빠의 글이 재밌다고 씨익 웃어 주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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