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미래가 막막할 때 읽으면 좋은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88회)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너와 추는 춤 1,2,3』, 『나의 생활 건강』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05.20)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미래가 막막할 때 읽으면 좋은 책’인데요. 캘리 님, 이 주제를 제안할 때 어떤 책을 염두에 두시고 이 주제를 선택하셨던 건가요?
캘리: 그런 건 전혀 아니었고요. 무심코 트위터를 보는데 우울하고 분노하는 글이 많더라고요. 그 정서를 떠올리면서 생각한 주제였어요.
김호 저 | 김영사
주제가 딱 와닿은 독자 분들께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가지고 온 책입니다. 이 책은 직장 안에서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것보다 직업인으로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핵심을 두라고 말하는 책인데요. 작년에 책이 나왔을 때 읽고는 회사 책상에 제목이 보이도록 1년 동안 두었던 책이에요. 일이 힘들 때 제목을 보면서 내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성과 회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상기하곤 했어요. 이제 직장 생활을 한 지 15년정도 됐는데요. ‘나는 직장이라는 우산이 없을 때 과연 누군가 불러줄 만한 사람일까’ 많이 생각하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면 내 전문성을 갖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래서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라는 말이 참 좋았어요.
직장은 계속 다니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가능하지도 않다. 나오기 위해 있는 것이다. 직장은 많이 다녀야 20대 중반에 들어가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나오는 곳이다. 30년 다니기 힘들다. 이 말은 직장에 다니는 동안 직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개인기 즉 직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직업을 만드는 것이 직장 일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다) 역설적으로 자기 직업을 만든 사람은 직장에서 더 매력적이다. 직장은 나를 보호할 수 없지만 직업은 내 삶을 보호할 수 있다.
저자 분은 10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요. 첫 번째 질문은 ‘직업인으로 마인드 셋’이라고 해서 승진의 문제를 지적하고요. 두 번째는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나와의 선약을 잡으라고 이야기해요. 그밖에도 남이 아닌 내가 진짜 욕망하는 삶과 일은 무엇인가, 직장 생활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 조직에 기대지 않고 팔 수 있는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가 등의 질문 아래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만약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과 조금 안 맞는 것 같다면, 기본적인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마음의 여유를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미래가 막막하고 내가 직업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시는 분이 읽으시면 좋을 책이에요.
이연수 글, 그림 | 호비작생이
이 책은 트위터에서 추천 받았어요. 브런치에 저의 강아지 ‘후추’랑 같이 사는 얘기를 쓰고 있는데요. 거기에 언젠가 ‘함께 추는 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어요. 강아지랑 산책을 하다가 산책이라는 게 둘이 합을 잘 맞춰서 해야 되는, 함께 추는 춤 같다는 깨달음이 있었거든요. 그 글을 보신, 저희 청취자이시기도 한 ‘bobobabo’님께서 제 글에 어울리는 책이 있다고 추천해 주신 책이 바로 『너와 추는 춤』이었어요. 정말 반가웠던 게, 반려인들을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만화를 보면 작가님이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데 강아지가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이 나와요. 그 강아지 줄을 잡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이 춤을 추는 형태가 되는 거죠.(웃음) 그 장면 정말 공감했었어요.
같은 반려인으로서 특히 공감했던 대목은 1권에 있는 ‘쓰다듬 자판기’라는 만화였어요. 작가님의 강아지는 소심쟁이라서 뭔가를 조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조를 때가 있대요. 다가와서 손을 턱 무릎에 얹을 때는 쓰다듬어 달라는 뜻인 거예요. 그러면 작가님도 신나서 막 쓰다듬죠. 그러다 말해요. “녀석의 시간은 나보다 빨리 흐른다는 걸 종종 있고 나는 시간을 낭비하는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내끼리 상기시켜준다.”
강아지라는 존재가 나를 아주 현재에 있도록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강아지 자체가 원래도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존재 같기도 한데요. 마침 자기 곁을 인간한테 주면서 ‘너도 현재에 있어봐. 이거 얼마나 좋은데’라고 알려주는 느낌이에요. 사실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미래를 자주 막막해하는 편인데요. 강아지랑 살고부터는 막막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만화에서도 말하지만 강아지의 시간이 나보다 훨씬 빨리 지나가거든요. 그러니까 오지도 않은 미래를 막막해하면서 시간을 보낼 바에는 얘랑 빨리 현재를 재미있게, 충실히 채우면서 지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죠. 꼭 강아지라는 존재가 아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으면서 정말 그 현재 머물러 보는 경험을 하면 너무 행복하잖아요. 온전히 이 순간에 한번 머물러 있어보면 미래의 막막함도 조금 사라질 것 같아요.
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 저 | 자음과모음
제목을 듣자마자 요가,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얼마나 꾸준히 해야 되는지, 달리기는 하루에 몇 분 하고, 스트레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 게 나오지 않는 책이라는 점이 반전이었어요. 이 책은 여성 시인 10명이 쓴 엔솔로지 에세이인데요. 띠지에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라고 적혀 있거든요. 띠지나 제목만 보고 건강을 위한 팁으로 생각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내 생활을 지키는 방법, 그 안에서 비록 건강하지 않을지언정 최소한의 건강을 위해 내가 놓치지 않고 하는 것들을 떠올리시면 이 책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실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저에게 이 주제로 청탁이 왔다면 산책하는 이야기를 썼을 것 같거든요. 매일 몇 보를 걸어서 기분이 얼마나 쾌적해지고 삶이 어느 정도 윤기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쓸 것 같은데요.(웃음) 여기 시인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이렇게 하고 있어요. 각자 건강과 생활을 어떻게든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은 나이가 젊기 때문에 비교적 건강하지만 이 건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지금 이 건강을 어떻게 누려야 될지를 고민하거든요. 굉장히 독특한 부분이었어요. 아마도 사는 것은 다 똑같은 방식으로 무채색일 것이고, 그 무채색 속에서 약간의 색깔을 길어 올리기 위해 각자가 어떤 것들을 하고 있을 텐데요. 이 책을 보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보시면 좋겠어요.
10명의 여성 시인 분들이 어쨌든 성별도 같고 세대도 비슷할 수 있지만 사는 환경은 저마다 다르잖아요. 각자의 상황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엿보이더라고요. 미래가 막막할 때는 현재를 놓치기도 하고, 나를 잊기도 해요. 나를 아주 방치하기도 한단 말이에요.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게 나를 지키려는 노력 같아서 가지고 온 책이고요. 막막하신 분들이 읽으시면서 나를 들여다보고, 내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시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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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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