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사로잡는 제목 짓기 비법
『헤드라인 쇼퍼』 박용삼 저자 인터뷰
모두들 정보에 목말라 있지만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일일이 다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결국 제목(헤드라인)을 보고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2021.02.02)
정보의 홍수 속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정보 과잉은 우리를 피곤하게 만든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에게 유용한 뉴스, 유용한 정보를 골라 읽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사의 제목, 헤드라인(Headline)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이전 작 베스트셀러 『테드, 미래를 보는 눈』에서 테드(TED)를 통해 현대인을 위한 친절한 미래여행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는 헤드라인을 통해 필터형 인간으로 사는 법, 즉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섭취하는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헤드라인을 생산하는 ‘헤드라이너(Headliner)’이자 그것을 소비하는 ‘헤드라인 쇼퍼(Headline shopper)’다. 한 줄 헤드라인이 지닌 힘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정보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다. 이 책을 통해 좋은 뉴스, 쓸 만한 뉴스를 헤드라인만으로 판단해서 빛의 속도로 낚아채는 기술을 익히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헤드라인 레시피를 완성해보자.
『헤드라인 쇼퍼』는 어떤 책이고, 어떤 사람들을 위해 쓰신 책인지요.
이 책은 제목(헤드라인)을 보고 자신에게 쓸모 있는 정보를 고르는 사람들(헤드라인 쇼퍼)을 위한 책입니다. 아울러 공들여 만든 정보 콘텐츠의 가치를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 제목을 고민하는 사람들(헤드라이너)을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헤드라인 쇼퍼인 동시에 헤드라이너입니다. 학교와 직장,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정보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동시에 다른 사람이 만든 정보를 골라 읽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헤드라인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흔히 ‘제목이 반이다’라고 하듯이 정보의 생명은 헤드라인에 달려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뉴스를 고를 때도 그렇고, 서점에서 책을 살 때도 그렇습니다. 모두들 정보에 목말라 있지만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일일이 다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결국 제목(헤드라인)을 보고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제목, 즉 헤드라인이 결정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중에는 헤드라인에 대한 책이 별로 없더군요. 경영학을 공부하고 경영연구원에서만 일을 해서 언론과는 거리가 먼 제가 용기를 내어 책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헤드라인은 어떤 헤드라인인가요?
당연한 말이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함축적으로 가장 잘 드러내는 헤드라인이 좋은 헤드라인입니다. 거기에 더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왠지 이 정보는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정보는 엉터리인데 제목만 그럴듯해서 정보를 읽은 후에 낚였다는 기분이 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헤드라인은 오히려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미끼일 뿐이니까요. 결론적으로 좋은 정보와 좋은 헤드라인이 교집합처럼 엮여 있어야 비로소 좋은 헤드라인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헤드라인을 고르는 다섯 가지 필터, 5F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신문이나 인터넷 정보를 부지런히 살펴보는 쪽인데요, 잘 만든 헤드라인을 만나면 마치 어릴 적에 예쁜 조개껍데기나 조약돌을 모으듯이 항상 메모를 해둡니다. 몇 해 전에 여기저기 메모해놨던 헤드라인들을 노트에 정리하다가 보니까 제가 골라 메모했던 헤드라인들에서 어떤 패턴 같은 게 보이더군요. 제목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거나, 기억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거나, 잘 만든 광고 카피처럼 근사하거나, 무슨 정보가 들어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거나, 가슴이 먹먹하게 울림을 주는 헤드라인들이었습니다. 아마 이런 느낌은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하실 것 같네요. 이번에 책을 쓰면서 그런 헤드라인들을 유쾌(Funny), 유익(Fruitful), 참신(Fresh), 궁금(Foggy), 심오(Far-sighted)의 다섯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 건 아니었는데 공교롭게 모두 알파벳 F로 시작하게 되어 5F라고 이름을 붙여 봤습니다. 헤드라인을 고르는 일종의 필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 헤드라인은 무엇인가요?
최근 1~2년 동안 제가 괜찮다고 생각해서 메모해놨던 헤드라인은 100여 개가 넘는데요, 이번 책에는 분량 관계상 70개만 담았습니다. 책의 머리말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잘 만든 헤드라인에 등수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각각의 헤드라인이 만들어진 의도와 맥락이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만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와~’ 하며 감탄했던 헤드라인 몇 개를 꼽는다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몰고 올 우울한 현실을 내다본 “화전민, 대리기사, 그리고 무인자동차”, 느닷없이 시작된 재택근무의 단면을 무심하게 짚은 “거실로 퇴근했다”, 전 세계가 애써 외면했던 홍콩인들의 절규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누가 홍콩을 두려워하랴”, 그리고 회색빛 일색이었던 우리 사회에 잠시나마 무지개를 던졌던 “세한도의 후예들”을 들 수 있네요. 제목도 걸작이지만 기사의 콘텐츠도 두고두고 생각해봄직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우선 물리적으로 종합 일간지 3개와 경제전문지 1개의 1년 8개월 치 기사와 헤드라인을 전부 살펴보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모두 합치면 대략 2천 일 정도의 분량인데요, 솔직히 중간에 싫증도 나고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네이버 뉴스검색 기능 덕분에 먼지 쌓인 종이 신문을 일일이 들출 필요가 없었던 것이 다행입니다. 그다음은 심리적인 부분인데요, 사실 이 부분이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자면, 뉴스 소비자 중 한 명일 뿐인 제가 저명한 언론사에서 공들여 지은 헤드라인에 대해 감히 토를 다는 것처럼 비춰질까 봐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차원이 아니라 그저 독자들에게 더 잘 어필하는 헤드라인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선호 혹은 특징을 말씀드리는 정도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특별히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헤드라인은 아트라고 생각합니다. 소설가는 책으로, 가수는 노래로, 화가는 그림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한 줄 헤드라인을 위해 머리에 쥐가 났을 헤드라이너들의 노고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 헤드라인을 만든 언론사 기자 혹은 컬럼니스트들의 이름까지는 아니라 해도 훌륭한 헤드라인에 대해 고개를 끄덕여주고 두고두고 기억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이 그런 습관을 키워가는 작은 씨앗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박용삼 카이스트(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1999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신사업 발굴과 기술개발 투자전략, 기업시민을 통한 사회적 가치 구현 등이다. 경영학 이론을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취지에서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신사업의 숨은 함정’, ‘시네마 게임이론’, ‘테드플러스’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으며, 기술전략 분야에서 ‘신사업 성공을 막는 7가지 바이러스’, ‘왜 좋은 기술이 실패하는가?’, ‘저성장 시대의 맥가이버형 기술개발’, ‘R&D의 진화, 이제는 X&D 시대’ 등의 POSRI 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한양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했으며, 저서로 『기업 성장의 숨겨진 공식』(2008년), 『직장은 게임이다』(2015년), 『테드, 미래를 보는 눈』(2017년), 『我從賽局理論看?人性心理學』(2018년, 『직장은 게임이다』 대만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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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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