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사랑보다 내 아이의 기질을 정확히 아는 게 우선
『아이의 그릇』 이정화 소장
‘부모인 나의 생각에 아이를 맞추지 말고 아이 생각대로 따라가자’ 입니다. 아이는 자기 발달의 나침반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니까요. (2021.01.29)
“저는 안 그랬는데 얘는 대체 왜 이럴까요?” 20년 넘게 아동상담을 해온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이정화 소장이 부모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부모 손에 이끌려 상담실을 찾은 대다수의 아이들은 부모들의 말처럼 ‘문제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이정화 소장은 육아 갈등의 99%가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 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안에 디자인되어 있는 DNA, 즉 기질에서 찾았다. 그리고 성격은 물론이고 선호도, 대화법, 학습 효과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뇌 선호 유형’을 효과적으로 구별하는 검사 도구인 ‘이머저네틱스’를 자녀교육에 접목해 『아이의 그릇』이라는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이정화 소장은 “물을 좋아하지 않는 식물에게 매일 정성스레 물을 주면 죽고 마는 것처럼 아이의 기질에 맞지 않는 일방적인 육아는 부모의 정성과 노력을 쓸모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며 “아이의 기질을 정확히 알고 존중하면, 그 안에서 잠재력과 강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머제네틱스’라는 검사가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어떤 검사이며,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이머제네틱스는 ‘emerge(나타나다)’라는 단어와 ‘genetics(유전적인 특질)’라는 단어를 합한 말로 유전적 형질 안에 나타난 뇌 선호 유형을 평가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를 통해 네 가지 생각선호유형과 세 가지 행동선호유형 중 자신이 어떤 유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 『아이의 그릇』에서 주로 다룬 생각선호유형은 분석적, 체계적, 사회적, 개념적 유형으로 나뉩니다. 이를 여러분이 잘 아는 언어로 바꿔 말하면 내가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 그리고 같은 좌뇌형라도 추상적 뇌를 사용하는지, 구체적 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분류한 것이지요.
우리 아이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앞에서 말씀해주신 네 가지 생각선호유형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네 가지 생각선호유형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처음 조립 장난감을 접했을 때 일반적으로 좌뇌형 아이들은 설명서부터 찾을 가능성이 많겠죠.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지 않고, 그런 자극이 있으면 의존할 만한 가이드가 가장 필요하니까요. 그러나 우뇌형의 아이들은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므로 호기심을 가지고 바로 조립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 둘의 차이가 바로 분석형, 체계형인 좌뇌형과 사회형, 개념형인 우뇌형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같은 좌뇌형지만 분석형과 체계형은 또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분석형은 사용설명서를 보고 전체 원리를 파악한 후에 조립에 들어가지만 체계형의 아이는 사용설명서를 펴 놓고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 할 가능성이 크지요. 마찬가지로 같은 우뇌형지만 구체적 뇌를 사용하는 사회형들은 설명서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거나 협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완성품을 얻으려 할 것이고, 개념형들은 아무런 간섭 없이 자기가 상상한 대로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분석형은 why?(왜)가 중요하고, 체계형은 how(어떻게?)가 중요하며, 사회형은 with whom(누구와 함께), 개념형은 anything else(또 다른 것)가 중요한 유형입니다.
아이들의 타고난 기질에 주목하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25년 넘게 아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를 가장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을까 많이 고민해왔습니다. 부모의 변화나 아이의 성공경험 등 많은 변인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변인조차도 각자의 기질에 가장 적합했을 때 큰 효과를 갖게 되더라구요. 인간의 기질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적은 노력으로 큰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강점이기 때문이죠.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인데 계속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으로 유능감을 종용 받는 아이, 활동성과 호기심이 넘치는데 집중이 안 된다고 비판 받는 아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데 둥글둥글 어디에나 적응 잘하고 착해야 한다고 강요 받는 아이 등이 타고난 기질을 거부당한 채 주어진 과제에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죠. 자신의 기질을 알아주어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를 활용한 여러 능력 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우면 훨씬 더 큰 유능감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제가 기질을 중요시하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 역시 한 인간으로 타고난 자질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얼마나 잘 맞느냐가 양육의 핵심이 될 것 같아요.
물론이죠. 모든 관계에서 하모니가 가장 중요합니다.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의 자율성을 무분별한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관계를 중요시하는 부모는 아이의 배려 없는 행동에 다른 부모보다 훨씬 더 분노할 수 있죠. 그러므로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는 것 이전에 부모님의 기질과 특성, 그에 의거한 양육행동 등을 자각하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서 부모의 뇌 선호유형을 가늠할 수 있도록 도운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된 양육 방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아이 중심’이라는 양육 태도를 오인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용해주어야 한다는 태도, 기꺼이 경험해야 하는 좌절이나 시행착오 등을 대신해주거나 사전에 차단하는 것은 아이의 발달에 오히려 부정적입니다. 아이들의 도전과 시도에 박수쳐주며 그 어떤 결과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이의 진정한 욕구에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닐까요?
기질을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의 타고난 특성에 따라 양육 태도를 달리 해야 한다는 뜻일 텐데요. 그렇다면 둘 이상의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경우 좀 더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인간의 본성상 누구나 고유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자기 모습 그대로 사랑받길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두 자녀 이상을 가진 부모님들께 몇 가지 양육 원칙을 말씀드린다면 첫째, 같은 준거를 적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건을 잘 정리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그의 강점이지, 다른 형제자매가 그것을 칭찬의 요인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둘째, 너무 많은 규칙을 만들지 마십시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은 필요하겠지만 과제하는 속도나 놀이법처럼 개별적 선호에 따른 행동은 충분히 존중해주세요. 셋째, 각각의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감정을 계속 성찰하세요. 부모도 사람인지라 나와 더 맞는 아이, 수월한 아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특성과 상관없이 부모의 반응과 태도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따라서 아이를 대할 때 부모 스스로 일관된 감정과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의 그릇』을 읽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선배 부모로서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요?
아이를 기질 그대로 키운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아이 본성 그대로를 사랑하는 태도이며, 수용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에서 이 일은 아주 쉬울 수도 있습니다. 이 말 하나만 기억하신다면요. 바로 ‘부모인 나의 생각에 아이를 맞추지 말고 아이 생각대로 따라가자’ 입니다. 아이는 자기 발달의 나침반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니까요.
*이정화 숙명여자대학교 아동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한양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이자 한국부모코칭센터 대표를 역임했다. 서울시 교육청, 청소년 복지센터 등 정부기관과 기업체에서 다수의 강연을 진행했으며 현재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 소장,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로 활동하면서 NLP 마스터 프랙티셔너(Practitioner), 에니어그램 강사,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MBTI) 강사, 잠재동기평가MAPP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한국리더십센터 CUU 프로그램 퍼실리테이터, 국제코치연맹 전문코치 PCC(Professional Certified Coach), 자기주도학습 지도자 과정 전문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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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소심한 아이일까, 신중한 아이일까?” 소심과 신중은 다르지 않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다를 뿐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이니?” 아이를 기르면서 이런 말을 안 해본 부모가 있을까? 한국아동심리코칭센터를 운영하며 20년 넘게 대한민국 부모들의 멘토로 활동해온 이정화 소장은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