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공부하는 방법, 그림책에 있다

『그림책 연극 수업』 이지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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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그림책 연극 수업’이라고 말해 주면 학생들의 호기심 어렸던 눈빛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뀝니다. (2020.12.29)


그림책을 이용한 토론 수업이나 만들기 위주의 독후 활동법은 많지만 능동적이며 동적인 활동법을 다룬 책은 많지 않다. 『그림책 연극 수업』은 14년차 연극예술강사가 연극 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법, 나아가 학부모와 그림책 활동가들도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을 중시한 수업법을 알려 준다. 지블리쉬, 타블로, 플래시백, 팬터마임 등의 연극 용어는 생소하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말이 안 되는 말로 감정 표현하기’, ‘멈춤 동작으로 상황 표현하기’, ‘즉흥적으로 무대에서 표현하기’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그림책 활용법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그림책을 이용한 토론 수업이나 독후 활동법은 많지만 능동적이며 동적인 활동법을 다룬 책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그림책으로 연극 수업을 하시게 되셨나요?

그림책은 순전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시선’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세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고르고 읽었지요. 하지만 셋째 아들이 돌 무렵 힘든 순간 만난 한 권의 그림책이 색다르게 다가왔고, 그때부터 ‘엄마이자 어른인 시선’으로 그림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당시 출강하고 있던 학교 연극 수업에서 그림책을 한 권 읽어 주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요. 초등학생 수준에 너무 시시하지 않을까, 유치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었는데 학생들이 그림책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모습을 보고 점점 더 그림책과 연계하여 연극 수업을 하게 되었지요. 지금은 유치원생뿐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들도 그림책 연극 수업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개정 교육과정에 연극 단원이 포함되어 선생님들 고민이 많으시다고요? 

교사 직무연수 강의를 할 때면 연극 단원에 대해 막막한 고민과 약간의 두려움을 토로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고는 합니다. 평소에 연극을 접해 보지도 않고 별로 관심도 없는 선생님들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지요. 자신도 부담스러운 연극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이렇게 가르치는 게 과연 맞나 의문을 가지신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있으면서 접근이 쉬운 그림책을 선정해 교실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 담게 되었습니다. 연극 기법과 연극 수업 과정, 확장까지 수업안으로 확인하면서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게 했지요. 막연하고 막막한 심리적인 부담감을 『그림책 연극 수업』 이 조금 덜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과 연극 기법을 연계한 수업이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그림책 연극 수업,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학생들에게 연극 수업은 체육시간, 미술시간처럼 기다려지는 수업시간입니다. 하지만 연극 수업이 시작되면 교과시간임이 분명한데 교과서 없이 하는 방식에 당황해 하기도 하지요. 첫 수업시간에 하는 학생들의 질문은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뉩니다. “대사 외우고, 연습하는 거 배우는 거예요?”, “선생님, 연극 수업이 뭐예요?” 하는 질문이지요. ‘놀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그림책 연극 수업’이라고 말해 주면 학생들의 호기심 어렸던 눈빛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뀝니다. 몇 차시 동안 그림책과 함께 연극 수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역할입기와 역할벗기가 이루어지고 우리만의 무대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연극 마지막 시간에는 언제나처럼 “선생님, 내년에도 연극 수업 또 해요!”라는 인사를 건네는데요, 그럴 땐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개인 자리마다 가림막이 있고, 모둠활동도 금지, 자리 이동도 금지되어 작년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연극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약간 아쉽습니다. 

그림책 연극 수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이들에게 어떤 수업이 가장 반응이 좋았나요?

학생들마다 인상적으로 꼽는 그림책이 다르고, 또 하고 싶어 하는 연극 활동이 다르기도 한데 가장 인상에 남는 활동은 『슈퍼히어로의 똥 닦는 법』과 연계해 함께 활동했던 ‘팬터마임’ 수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똥 이야기를 진지하게 읽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하면서 재밌어 했습니다. 똥 닦는 법을 권법화시켜 소개한 그림책이었는데, 책을 읽고 자신의 일상 속 움직임을 권법화시켜 팬터마임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학급 대부분의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며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림책 『있어 없어?』도 결말 부분을 상상해서 글을 쓰는 활동 수업을 진행했는데, ‘글 쓰는 걸 싫어한다, 글씨 쓰는 것도 너무 싫다’고 말했던 4학년 남학생이 집중해서 글을 쓰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종이가 부족해서 한 장을 더 달라고 할 정도였답니다. “연극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제 손이 저절로 글을 써요!”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답니다. 친구들이 “야, 너 아까 글씨 쓰는 것도 싫다고 했잖아.”라고 장난어린 핀잔을 주며 함께 웃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림책 연극 수업을 하다 보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도 참여하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세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기질에 대한 감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 아들의 기질이 정말 각각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소극적인 학생들을 보면 아이 얼굴이 겹쳐 보이고는 합니다. 특히 모둠별 활동을 할 때 자연스레 섞이지 못하고 물에 뜬 기름처럼 겉돌고 있으면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그럴 땐 눈여겨봐 두었다가 조금 친하게 지내는 듯한 친구와 같은 모둠을 형성해 주거나 그 모둠을 주시하며 의견을 한데 모을 수 있도록 힌트를 주거나 작은 역할이라도 맡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개인 발표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작은 의견을 냈더라도 다시 한 번 그 학생의 의견을 다른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상기시켜주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정답이 없고, 평가가 목적이 아닌 예술수업이라서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발휘해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수업이라 돌발 상황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학생의 기발한 표현에 물을 드시던 선생님이 물을 분수처럼 뿜었던 적도 있고요, 상황극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 비속어가 나와 민망한 얼굴로 사과했던 학생 등 많은 순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에서도 발표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제가 지목해 주지 않았다며 종이에 ‘저 좀 시켜 주세요’라고 써서 보여 주며 수업 중에 눈물을 흘렸던 학생이 떠오르네요. 갑작스런 학생의 눈물바람에 당황한 나머지 수업을 어떻게 마무리했는지도 모를 만큼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그 일을 겪은 후로는 교실에서 시야를 더 넓히려고 많이 노력한답니다.

현재 카카오스토리 채널 ‘엄마의 그림책’을 운영 중이신데요. 많은 그림책을 읽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림책으로 연극 수업을 할 때의 장점을 소개하신다면요?

카카오스토리 채널 ‘엄마의 그림책’은 올해로 7년째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림책을 오롯이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다양한 에피소드와 그림책 이야기를 엮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세요’가 아니라 ‘이런 그림책으로 엄마 힐링하세요’라는 마음이 더 강하답니다. 아들 셋을 키우는 엄마다 보니 많은 분들이 존재만으로도 힘이 난다고들 하시더군요. 

그림책 연극 수업은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능동적으로 자신이 상상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림책의 전체 이야기, 그림책 속 한 장면, 그림책 속 한 문장을 통해 상상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 앞에서 즐겁게 표현하고, 동시에 나와 다른 사람의 표현을 공유하면서 얻는 즐거움은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그림책 연극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너무 잘 따라와 주고 수업이 즐겁게 잘 이뤄질 땐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 아이들도 학교 친구들과 이런 수업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엄마로서의 바람을요. 

그림책 연극 수업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한 특별한 팁이 있을까요?

교사 연수를 진행할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바로 선생님 먼저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내려놓고 색다른 면을 보여 주기에 주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닫혀 있고, 몸이 경직되어 있으면 아무리 훌륭한 예술수업도 학생들에게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선생님의 즐거운 표정, 자유로운 행동, 편한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어야 능동적인 표현이 나오고, 자신의 표현을 존중하고,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다른 것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이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 수업은 일반 교과와는 다르기 때문에 평소 하던 수업 방식으로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전문 예술 강사의 강의를 여러 차시 보면서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수업에 참여하며 달라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활용하고 싶은 선생님, 학부모, 그림책 활동가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코로나19 때문에 2학기 중간에 비로소 학교에 출강한 날, 선생님들께서 저에게 이렇게 부탁하셨습니다. “연극 선생님, 아이들 좀 웃겨 주세요.”, “아이들이 너무 쳐져 있어요. 약간이라도 움직이게 해 주세요.” 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연극 수업은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아닌데’ 하고 씁쓸했지만 한편으론 ‘진짜 연극 수업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부모님들도 오랜 시간 집에서 지내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간단한 연극 활동을 해도 좋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그림책은 기본적으로 몇 권 가지고 있을 텐데요, 그림책을 읽고 즉흥적으로 해 볼 수 있는 동적인 활동들이 많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책을 읽고 책에 나오는 활동을 해 보면 색다르게 아이와 노는 시간이 되실 거예요. 

『그림책 연극 수업』의 연극 활동들은 상황에 맞게 변형해서 수업할 수 있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경험한 그림책 연극 수업을 기본으로 각자의 방식과 강점을 합쳐 다양하게 변형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소개하지 않은 그림책과 연극 활동을 연계해도 좋고, 제가 소개한 그림책을 또 다른 활동과 이어가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틀에 박힌 독후활동을 하고, 모범적이고 올바른 정답만을 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상상한 것을 자신 있고 진지하게 표현하는 것이고,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나의 표현을 존중하는 것이랍니다.




*이지현

서울예술대학 극작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배우로 무대 위에 서다 2007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 연극예술강사로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14년 차가 되었다. 세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도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교와 특수학교, 복지관 등에서 연극 선생님으로, 연극 치료사로 꾸준히 활동하며 글을 썼다. 2014년부터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과 책 이야기를 소개하는 카카오스토리 채널 ‘엄마의 그림책’을 운영, 2018년에 그 글들을 엮어 그림책 에세이 『그림책이 있어서 다행이야』를 출간했다. 현재는 교육지원청과 학교, 유치원 및 다양한 기관에서 교사 직무연수와 역량강화 연수 강의 등을 통해 보석 같은 그림책을 알리며 재미있는 연극 활동을 많은 선생님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학교 학부모 연수와 함께 도서관, 육아종합지원센터, 교육기관에서 엄마를 위한 그림책 육아, 엄마힐링 그림책테라피 등 다양한 강의로 학부모를 만나고 있다. 유튜브 베러맘라디오?아셋맘tv 채널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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