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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크리스마스에 선물하면 좋을 책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67회) 『여우책』, 『천 개의 아침』,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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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0.12.24)


<삼천포책방>이 꼽은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책’ - 『여우책』『천 개의 아침』『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톨콩 : 삼천포책방의 크리스마스 특집입니다! 

단호박 : 오늘 시작은 책이 아니라 음악이네요.

톨콩 : ‘삼천포밴드’를 소개하느라 제가 지금 목이 가고 있네요(웃음). 오늘은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또는 연관이 있는 책들을 모아서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누가 하시나요?

단호박 : 단호박이 처음으로 소개할 차례이고요. 이렇게 한바탕 멜로디온을 불어제껴 놓고 갑자기 책 이야기를 하려니까 어색하네요(웃음). 

톨콩 : 그 어색함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잠깐 끼어들어서 자랑을 해도 될까요? 

그냥 : 그럼요!

톨콩 : 제가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웃음). 황선우 작가와 제가 소소하게 시작한 낭독 채널인데요. 이름은 ‘에세이봇’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세이를 별 말 없이 한 편 읽는 게 끝인 영상인데요. 지금 네 개의 클립이 올라가 있고, 유튜브에서 ‘에세이봇’으로 검색해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또는 ‘펜유니온’으로 검색을 하셔도 나오는데, 펜유니온이란 글쓰는 사람들의 작은 연합 같은 것을 구상하고 만든 조그마한 사조직입니다. 혹시 심심하신 분들은 찾아서 좋아요 눌러주세요. 

그냥 : 그럼요. 좋아요와 구독은 사랑이죠!

톨콩 : 이제 멜로디온을 불어제끼고 난 뒤에 책 소개에 돌입하셔야 하는 단호박 님께 배턴을 넘기겠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여우책』

구자선 저 | VCR



크리스마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생각을 해봤어요. 저는 약간 서양음식이 떠올라요. 왠지 마법도 크리스마스의 일부일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키워드를 바탕으로 찾아나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딱 떠오른 게 『위저드 베이커리』였어요. 읽어보다 보니까 주인공의 고초가 생각보다 심하더라고요(웃음). 요새는 주인공이 그렇게 고통 받는 걸 안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따뜻함에 집중하자고 생각하면서 고른 게 『여우책』이라는 그림책입니다. 굉장히 작은 판형이에요. 이런 작은 판형의 그림책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굉장히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림책의 내용이 따뜻하기도 하고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주인공이 여우인데, 이 여우가 굉장히 따뜻하게 그려져 있어요. 굉장히 매트한 질감의 털을 가진 여우 두 마리가 나오는데 쓰다듬으면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여우책』은 구자선 작가님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셨는데요. 저는 이 작가님을 동물 그림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고 싶어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작가님이고요. 『휴게소』라는 그림책의 그림을 그리기도 하셨는데, 크리스마스적 느낌을 되게 잘 살려주시는 작가님이에요. 최근에 나온 작품 중에서는 『호호브로 탐라생활』의 그림을 그리셨고요. 애니메이션 영상 작업, 뮤직비디오 콘셉트 아트를 많이 하셨습니다. 

이 책에서 제일 좋았던 건 두 여우가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하는데 그 사랑을 표현하는 단어나 문장들이 매우 짧아요. 한 페이지에 ‘언제나’, 또 다른 한 페이지에 ‘널 생각해’라고 쓰는 식인데요. 어떤 한국인의 여백의 미와 그런 감정을 한 번에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들고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표현은 ‘만약 너한테 내가 필요하다면’ 하고 두 여우가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있어요. 그 다음에 어떻게 이야기 하냐면, 한 여우가 ‘얼른 갈게’라고 해요. 엽서처럼 왼쪽 페이지에는 한 문장도 아닌 거의 한 단어 수준의 글이 들어가 있는데, 그 글을 보고 오른쪽을 보면 여우 두 마리가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이 잔뜩 나와 있는 책이에요. 



톨콩(김하나)의 선택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저/민승남 역 | 마음산책



제가 삼천포책방에서 시집을 소개하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요. 띠지에 김연수 소설가가 『천 개의 아침』에 대해서 쓴 말들이 있습니다. 한 부분을 읽어볼게요. 

“지금 이 순간 완벽하다. 이게 우리에게 단 하나뿐인 세계라는 게 믿어지는가? 난 믿어진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며, 메리 올리버처럼 세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으니까. 이건 완벽한, 단 하나의 세계다. 이런 세계 속에서는 우리 역시 저절로 아름다워진다.”

우리가 지구별에서 이 시대에, 이 수많은 생명체들과 자연 속에서 살고 있잖아요.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삶이고 우리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세계인데, 우리는 바쁘게 살아가면서 이 세계에 태어나서 살고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잃기가 너무 쉽잖아요. 너무 놀랍게도 이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이 그 잊고 있던 감사함을, 단 하나의 세계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일깨워주더라고요. 그래서 참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메리 올리버는 미국 오하이오에서 1935년에 태어난 사람이고요. 인생의 대부분을 예술가들의 고장이라고 불리는 프로빈스타운에서 날마다 숲과 바닷가를 거닐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시를 쓰면서 소박한 삶을 살았다고 합니다. 아주 유명한 시인인데 우리나라에는 이 시집이 처음으로 번역된 거더라고요. 그 전에는 에세이 『완벽한 날들』이 번역돼 있었고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 생각도 났었는데, 이번에 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토베 얀손처럼 메리 올리버도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고 다른 여성과 해로를 했더라고요. 메리 올리버는 2019년 1월에 타계했고, 오랜 동반자였던 몰리 멀론 쿡이 타계한 것은 2005년이었습니다. 이 시집은 2012년에 출간됐어요. 그러니까 메리 올리버에게는 어떤 상실감 같은 게 있었겠죠. 그런데 그런 상실감보다는, 내가 옆에서 평생을 함께 보낸 사람과 사랑했던 존재들이 사라져도 영 사라진 게 아니라는-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그것은 모든 것을 영 잃어버린 게 아니라고 하는 굳건함이랄까요, 꿋꿋하게 살아가는 담담함 같은 것이 느껴져요. 나이 든 여성 시인이 매일 자기 집 근처의 바닷가나 숲을 거닐면서 뭔가를 계속 관찰하고 ,그러면서 매일 시를 쓰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읽으니까 참 너무 좋더라고요. 



그냥의 선택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매커시 저/이진경 역 | 상상의힘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책’을 소개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가장 좋은 크리스마스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봤어요. 그 중 하나가, 뜨끈한 온수매트 위에서 귤을 까먹으며 만화책을 읽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삼천포책방에서는 만화책이나 그림책, 그래픽노블을 소개하자고 결정했어요. 그 카테고리 안에서 책을 찾다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봤는데, 첫눈에 느낌이 왔습니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찰리 매커시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평소에도 친구들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대요. 어느 날은 용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거예요. ‘용기란 뭐지?’, ‘그동안 했던 가장 용감한 일은 뭐였어?’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요. 그 작품이 책에도 실려 있습니다. 말 위에 소년이 타고 있고 그 옆에 여우가 같이 걷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이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이 그림을 사용해도 될까요?’ 하고 묻는 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대요. 대부분 중증 장애를 치료하는 병원, 청소년 학교, 군대 내의 외상후스트레스 치료센터 등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책으로 출간이 됐고, 영국과 미국의 아마존에서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서도 베스트셀러로 꼽혔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무심히 그린 듯한 선들로 이루어져있어요. 크로키 같은 느낌인데, 묘하게 차분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단체들에서 그림을 사용하고 싶어 한 것 아닐까 싶고요. 또 글과 만나면 느낌이 배가돼요.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맑은 정서에 빠져 있는 것 같았어요. 

소년은 집을 향해 가는 길인데요. 두더지를 만나서 동행하다가 여우를 만나게 되고, 또 이들 무리에 말이 합류하게 됩니다. 작가가 그랬듯, 이 네 동물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아요. 마치 선문답 같기도 한데, 뜬구름 잡는 것 같거나 두루뭉술하지 않고요. 잠언 같은 이야기들을 나눠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또 다른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생각해봤어요. 나의 허물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친구와 아주 진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나누면, 정말 좋은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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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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