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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 “팬데믹 위기, 지금 변화해야 생존한다”

『세계미래보고서 2021』 박영숙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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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앞에서 인류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위대한 리셋’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리셋의 방향은 공존과 공생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업, 개인, 국가가 모두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단독 생존이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20.10.27)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위기로 혼돈의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고, 패러다임의 대전환 속에서 어떤 질서로 재편될까? 『세계미래보고서 2021』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찾아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전 분야의 대변혁에 대한 세계 66개국, 4,500명의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의 긴급 진단과 전망이 담겨 있다. 

『세계미래보고서』는 매년 세상을 움직이는 메가트렌드, 첨단 기술의 발전 및 그것이 창조해낼 미래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세계미래보고서 2021』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에서는 코로나19라는 아주 특별한 위기가 만들어낸 사회 전반의 변화와 대응, 그로 인해 완전히 달라질 미래 세상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코로나19가 전 분야에서 불러일으킨 변화와 혼란의 소용돌이는 더욱 확산될 것이며, 미래에 대한 예측불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핀테크 시장의 판도를 바꾼 인공지능, 도심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깬 재택근무, 대학 학위를 무용지물로 만든 온라인 교육, 콘퍼런스, 여행 분야의 변신을 주도한 가상현실, 공유경제의 가속화와 독립형 근로자의 확산, 일자리의 파괴와 기본소득제 실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생명공학까지 대전환의 서막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기존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와 달리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올해 특별히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세계미래보고서』  는 매년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흐름, 첨단 기술의 발전과 그것이 창조해낼 미래에 주목해왔습니다. 책을 써온 지난 15년간 블록체인, 인공지능, 로봇, 유전자 편집, 자율주행차, 우주여행 등의 실험이 현실과 조우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세계미래보고서 2021』  은 향후 10~30년 사이 우리가 맞게 될 미래 세계에 대한 비전과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코로나19라는 아주 특별한 위기로 인한 사회 전반의 변화와 대응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자연환경, 산업과 일자리, 국가와 정치, 금융과 부동산, 교육, 삶의 방식과 태도까지 누구도 예기치 못한 팬데믹이 몰고 온 거대한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의 답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과연 코로나19로 인해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지나 하는 부분입니다. 코로나 이후에 무엇이 크게 변할까요?

모든 분야에서 현재까지 예측했던 것보다 변화가 5~10년 빨리 온다는 것입니다. 기술 발전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드론 택시를 들 수 있습니다. 몇 년 후 도심에 드론 택시들이 날아다니는 시대가 올 겁니다. 40여 개 기업이 에어택시를 시범운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드론을 타고 달리는 세상을 15년, 20년 후까지 예측했으나 5년, 10년 빨리 온 거죠.

구독경제가 더욱 인기를 끌 거라고 봅니다. 공유경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누가 탔을지도 모르는 차를 쉐어링하는 게 불안해 그 시장이 완전히 죽었습니다. 에어비앤비도 위기에 처했죠. 하지만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내고 일정 기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개념인 구독경제는 비대면이거든요. 오래전엔 신문이나 잡지 등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미디어 콘텐츠부터 공간 사용, 서비스 이용까지 다양합니다.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 분석, 큐레이션, 정기 결제시스템 등 구독 관리를 하면서 생태계가 예상보다 빨리 확장되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어떤 업종은 사라지고 어떤 업종은 부상하느냐 이게 관심인데, 어떤 업종들이 사라지게 될까요?

코로나로 인해 소멸하는 산업은 항공, 공항, 승무원, 여행, 관광, 호텔 숙박업, 식당이나 뷔페 등의 요식업, 백화점, 마트,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공연, 스포츠, 학교나 학원 등의 교육산업, 석유화학 산업, 항구나 항만 등의 조선 산업 등입니다.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것은 요식업입니다. 사람들이 식당에 가길 꺼립니다. 뉴욕에 조사를 해봤더니 지금 식당을 재개해도 좋다고 했는데 식당 주인들이 60%나 포기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문을 안 열겠다고 한 겁니다. 그다음은 호텔, 모텔, 에어비앤비 등 숙박업이 굉장히 힘듭니다. 출장, 여행 등 비행기를 타는 게 흥분되고 기뻤는데, 이제는 공포로 다가오는 거죠.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0퍼센트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서도 비행기 표를 구매하기까지 두 달 정도를 기다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40퍼센트는 적어도 6개월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원의 10퍼센트를 해고한 보잉은 적어도 2023년까지 항공 여행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위의 질문에 이어서 그렇다면 어떤 업종이 부상할까요?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은 소멸하는 산업을 대체하는 산업입니다. 항공 · 공항 산업의 소멸로 화상회의 줌, 재택근무 솔루션인 구글의 잼보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허브 및 삼성의 플립이 부상하고, 여행 관광 대신 가상현실이 뜨고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마트 대신 모바일/온라인 쇼핑이나 택배가 부상하고 또 무인가게가 뜨며, 콘서트나 뮤지컬 등의 공연은 온라인 행사로 대체됩니다. 학원은 원격수업이나 인공지능 로봇 교사, 뇌-컴퓨터를 연결한 BCI 기술이 빈자리를 메꾸게 됩니다. 석유 산업 대신 재생 에너지, 항구 · 항만 산업 대신 3D프린터가 활성화됩니다. 

부상산업 중에 가장 큰 게 인공지능입니다. 앞으로 어떤 회사든지 회사에 AI자가 안 들어가면 성공 못 한다, 이런 정도까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중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한 AI바이오가 거의 한 45%를 차지합니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매년 40%씩 성장해 2024년에는 40억 달러(약 4조 6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특히 어떤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합니다. 대격변이 오는 거죠.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미국 대학들이 5년에서 10년 안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학생들도 휴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학교도 나갈 수 없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니 시원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질 좋은 온라인교육 자원들이 발전하고 있는 것도 전통적인 대학들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미국 기업들에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한 지원자 대신 자신들이 직접 교육해 채용하겠다며 3∼6개월의 온라인 기술교육 과정을 개설했습니다. 비용은 30만 원 정도로 장학금도 줍니다. 기술교육을 수료한 뒤 인증서를 받으면 대학 졸업장 없이 취업이 가능합니다. 대학교육의 파괴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부의 의미가 달라진다. 지식을 전수하는 일은 컴퓨터 칩과 연결된 슈퍼컴퓨터가 주로 맡기 때문에 사람의 힘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교수·교사는 협업자 동업자 멘토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오래전에 배운 지식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이 교실 스크린에서 유명 인사나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를 같이 시청한 뒤 대화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사회 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가짜 뉴스와 나쁜 정보를 구분해 주고 많은 정보로 인해 흩어지는 관심을 모아주는 역할도 할 것입니다.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시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면 좋을지 조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급격한 경기침체가 시작되었고, 1930년대 이후 최악의 불황에 직면할 위기입니다. 전염병의 유행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인류의 건강은 물론 경제성장, 공공 부채, 고용 및 인간 복지 등 전 세계 기업과 각국 경제에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별로 방역이나 정책 대응을 하고 있지만 이 위기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위기 앞에서 인류가 붕괴하지 않으려면 ‘위대한 리셋’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리셋의 방향은 공존과 공생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업, 개인, 국가가 모두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단독 생존이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도심인구 집중, 과다한 육류소비 등으로 지금 코로나가 왔습니다. 인류가 운명 공동체로 얽혀가고 있음은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할 현실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 시민으로서의 인식은 보다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이며 자비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때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하지 않아도 팬데믹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미래학자로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들의 부모나 조부모들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가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질서는 자녀와 손자들에게는 아주 평범한 현실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소규모의 강력한 권력을 가진 똑똑한 사람들이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까지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은 다릅니다. 우리는 새로운 힘의 위치를 인식해야 하며 그 힘은 바로 우리 자신, 개개인에게서 비롯됩니다. 지금 당면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주역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박영숙

29년 동안 주한 영국·호주 대사관 홍보실장, 수석보좌관 활동을 하면서 정부 미래예측기법을 접했다. 이후 세계 미래예측 전문가 집단에 합류, 현재 밀레니엄 프로젝트, WAAS, 세계미래회의 등 약 20여 개 미래연구 국제기구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 등의 해외 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미래부상기술기업 라이트하우스코리아, GPC 한국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스티브 글릭맨Steve Glickman, 폴 워보스Paul Werbos, 피터 허시버그Peter Hirshberg, 페트리 프리드먼Patri Friedman, 토니 세바Tony Seba, 벤 고르첼Ben Goertzel, 브록 피어스Brock Pierce, 발레리 바빌로프Valery Vavilov, 알렉스 자보론코프Alex Zhavoronkov 등 미래학자와 기업인들과 교류하며 해외의 미래예측을 가장 발 빠르게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를 비롯해 『주거혁명 2030』 『블록체인혁명 2030』 『일자리혁명 2030』 『인공지능혁명 2030』 『메이커의 시대』 『미래는 어떻게 변해가는가』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세계미래보고서 2021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
세계미래보고서 2021 (포스트 코로나 특별판)
박영숙,제롬 글렌 공저
비즈니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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