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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이 공감하지 못하길 바랍니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한혜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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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앓이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건강한 신호를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고, 나와 대화해보시길 바랍니다. “요즘 기분이 어때? 지금 괜찮니?” 나의 안부를 물어보고 소중하게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마흔을 응원합니다. (2020.10.26)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에서 이 질문에 맞닥뜨린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는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엄마가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엄마에게 마흔은 다양한 측면에서 큰 변곡점이다. 대한민국 평균 초산연령은 31.6세. 그렇다면 많은 엄마들에게 마흔은 ‘엄마인 채로 처음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이다.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는 평균 퇴직연령은 49.5세(통계청, 2019), 마흔 즈음이면 본격적으로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 부모님은 지원군이 아닌 돌봄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고 엄마는 완경과 갱년기로 자주 아픈 시기다. 저자는 7년간 블로거 활동을 하고 맘 카페를 운영하면서 엄마의 마흔 앓이를 피부로 느꼈다. 오로지 직접 겪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그 심정을 깊고 세밀하게 파고든 에세이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의 저자 한혜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40대 엄마에게는 다양한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그래서 관련한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마흔 여성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장 필요한 건 위로와 공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결국엔 나로부터 출발해야 하겠더라고요. 제가 마흔 엄마니까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일 때가 있잖아요. 삶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고 타인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시간은 아예 없는 일상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나이까지 나는 무얼 했나’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끝없이 되묻는 시간이었습니다. 혼자만의 읊조림에 그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지인들과 제가 운영하는 맘 카페 회원들에게 수시로 물어보며 집필했어요. 각자 상황도 입장도 달랐지만, 결국엔 한목소리였습니다. 뒤를 보면 기특하고, 옆을 보면 욕심나고, 앞을 보면 까마득하다는 것이었어요. 마흔은 그런 나이인 것 같아요. 안개 낀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계속 나아가야만 하는 나이죠. 그럼에도 나아가려면 선명한 시야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마흔의 인생을 하나하나 더듬으며 사색하고 기록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요즘 답답하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러다가 마음의 병을 얻는 경우도 많고요. 진심 어린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저는 이렇게 살아요. 여러분은 어때요?”하고 안부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마흔이 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무엇인가요?

체력, 돈, 양육, 세 가지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첫째, 체력은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힘들어요. 왜 이렇게 힘들까 곰곰이 따져보니, 학교 졸업한 후부터는 체력단련과 담을 쌓고 살았더라고요. 주로 의자에 앉아서 두뇌 활동하는 일만 하다가 출산과 양육을 하고 나이가 드니까 급속도로 약해진 것 같아요. 둘째, 돈은, 나이와 상관없이 항상 문제지만 (웃음) 마흔이 되니까 자녀교육, 부모님 돌봄, 노후준비를 위해서 예전보다 더 큰 경제력이 요구됩니다. 셋째, 양육은, 영유아일 때는 일방적인 돌봄의 양육이었다면 이제는 아이가 학생이 되어서 또 다른 차원의 부모 자식 관계가 형성되어야 할 시점이더라고요. 부모로서 모드 변경을 해야 할 때가 왔어요. 어떻게 모드 변경을 할지는 책에 자세히 담았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코로나19로 인해서 두 아이를 가정 보육하면서 집필을 하다 보니 종종 글 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게 되었는데요. 글을 쓰다가 울컥해서 눈물을 흘리며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한 적이 있어요. 큰 아이가 다가오더니 “엄마 왜 울어?”하면서 제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 거예요. “엄마가 쓴 글이 너무 감동적이라서 눈물이 나네”하면서 아이를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부쩍 자란 아이가 대견하고 엄마인 저 자신이 참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두 딸아이가 자라서 이 책을 볼 때는 공감하지 못하길 바랍니다.



맘 커뮤니티 운영자이자 강연자로서, 엄마로 사는 게 막막한 분들에게 어떤 인생 상담을 해주시나요?

조언해 드리지 않아요. 요즘 말로 ‘충조평판’하지 않습니다. 한 상담전문가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상담의 80%는 경청과 공감이다” 그저 들어주고 당신이 옳다고 공감해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다는 것이에요. 강연을 할 때도 주로 공감하실 만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먼저 물꼬를 터주면 마중물이 되어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결국엔 인생의 힐링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책도 경청과 공감의 연장선에서 출간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해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다양한 매체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곧 <팬트하우스>, <산후조리원> 드라마도 방영 예정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작가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방송작가 출신이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 보자면,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제작을 하는 걸 거예요. 즉, 시대가 요구하고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내용이 여성의 삶 곳곳을 흥미롭게 파고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니라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계속 탄생해서 남자든 여자든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삶을 가꿀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작가님이 와 닿았던 제목 문장 하나만 알려주세요.

‘저절로 살지 말고, 일부러 살기로 했다’. 예전에는 남들 사는 대로 비슷하게 살았어요. 학생, 직장인의 본분에 맞게 살았고요. 하지만 마흔 이후부터는 은퇴가 시작되고 본분이라는 것이 점점 희미해지잖아요. 소속과 직함, 책임과 의무가 사라질 때 막막해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오후는 자기 주도 인생입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 설계하고 그 삶에 다가가도록 일부러 살아야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흔앓이를 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굵직하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려요.

마흔앓이를 한다는 것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건강한 신호를 통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고, 나와 대화해보시길 바랍니다. “요즘 기분이 어때? 지금 괜찮니?” 나의 안부를 물어보고 소중하게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마흔을 응원합니다.


*한혜진 (미세스찐)

인생을 연재하는 작가. 책쓰천(독서,글쓰기,실천)을 인생습관으로 지닌 그녀는 깨닫고 성장하는 바를 웹플랫폼과 저서에 남기고 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방송작가로 글을 썼고, 2014년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해 5만 3천여 명의 구독자와 함께하고 있으며, 2017년 네이버 부모i 상반기 1위 콘텐츠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빛나는 삶을 사는 그녀 주위에 자기성장을 원하는 여성들이 모여들어 2017년 네이버 카페 [엄마의 꿈방]을 만들어 막연히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실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블로그, 네이버 카페, 포스트 등 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youtube.com/mrsjin), 네이버 오디오클립 [미세스찐의 엄방라디오] (audioclip.naver.com/channels/1411) 등을 운영하며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극한육아상담소』, 『무조건 엄마편』, 『위대한 유산』,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등이 있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
한혜진 저
체인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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